▲ 회의주의자 사전(skeptics dictionary)의 integrative oncology 항목
※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번 글은 로버트 토드 캐롤(Robert Todd Carrol) 박사의 ‘회의주의자 사전(skeptic's dictionary)’에서
‘integrative oncology’ 항목을 번역한 것입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 황의원 총괄원장과 김주년 특보가 같이 번역했으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의역을 다소 취했습니다. (2015년 8월판 기준 번역)
“‘대체’의학이나 ‘통합’의학 같은 것은 없다.
오직, 효과와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근거를 가진 의학만이 있을 뿐이다.”
-- 데이비드 고스키(Dr. David Gorski)
'통합암치료(Integrative Oncology, 또는 통합종양학)'란 무엇인가? 이는 누구에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답변이 다르게 나올 것이다. 만약 필자에게 묻는다면, 필자는 과학적 회의주의자로서 통합암치료란 일단 암환자들을 과학중심의학(science-based medicine)에 기반해 치료하는 것이라고 답변할 것이다. 이렇게 필자가 정의하는 통합암치료 과정에서는 환자의 통증과 어지럼증 및 불안감을 감소시키기 위한 운동 및 명상 등 일부 실용적 프로그램이 과학적 현대의학과 병행된다. 그리고 균형잡힌 영양식과 조언을 통해 생활의 질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역시 그 과정에 포함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개념이나 용어으로서의 통합암치료란 기존의 현대의학적 의료에다가 자연요법(naturopathy)이나 에너지치유법(energy healing) 등과 같은 비과학적 의료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통합암치료의 추종자들은 이렇게 하는 것이 “근거중심적(evidence-based)”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넌센스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통합암치료에 대한 필자의 이같은 가혹한 평가는, 자연요법은 물론이거니와, 자연적인 것에 관한 ‘마법적 사고(magical thinking)’ 및 에너지 의학(energy medicine)은 모두 넌센스라는 필자의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 통합암치료는 의사, 한의사 등에 의해서 근래 집중적으로 조명받고 있는 개념 중 하나다. 하지만 이 개념에는 사이비과학적인 요소가 상당히 섞여있으며, 관련 책들에는 이점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지도 않다.
▲ 통합의학, 통합암치료는 브랜딩과 마케팅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며, 또다른 쇼닥터의 문제일 수 있다. 청년의사 2015년 5월 15일자.
넌센스에도 이점은 있다. 그러나...
물론 필자는 많은 사람들이 넌센스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 더러는 혜택을 입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 믿음은 일부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고,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하며 그들의 삶에 의미를 더해주기도 한다. 그런 믿음으로 인해 그 사람들은 영성적인 에너지나 초월적 존재로 구성된 이 우주가 자신들과 서로 연결돼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자연요법과 에너지 의학을 비록 넌센스라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그와 같은 치료법들에 만족한 소비자들이 없다고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그것들을 넌센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그것들이 자연과 인체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에 기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정의하는 좋은 의미에서의 통합암치료와 통합종양학에는 일단 환자의 신체에 있는 암세포들을 제거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한 과학중심의학적 치료법들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통증, 어지럼증, 스트레스, 걱정 및 우울증을 없애거나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덧붙여진다.
사실 암치료에 있어서 완화적 돌봄활동(palliative care)을 하는데는 의학적 치료만이 아니라 마사지, 운동, 요가, 명상과 기타 안정을 위한 기법 등도 필요하다. 많은 암환자들이 여러 종류의 비타민 및 미네랄 부족에 시달리는데, 그런 환자들에겐 영양학적 고언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보완대체의학에 해당하는 자연요법사라든지 에너지의학 치료사들을 참여시키는 것과 같은 형태의,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통합암치료는 결국 더 나은 간병을 받아야 할 환자들에게 불필요하고 쓸모없는 것들을 제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가 있다.
환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어떤 “자연적인” 식이요법 같은 것이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다.
▲ 통합암치료는 전혀 조화될 수 없는 두 개념인 과학과 비과학의 억지 통합을 통해서, 일반 질환도 아닌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겠다는 시도여서 뜻있는 과학자들과 의사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 한의사인 최원철은 암성어혈, 파동의학, 넥시아(옻나무 추출물) 등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엽기적인 진단법이나 허술한 치료법으로 암질환을 다루겠다고 나서 의료계와 과학계로부터 지속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최원철의 브랜드 전략이나 마케팅 전략을 살펴보면 한방만이 아니라 자연요법 등을 포함한 통합암치료(통합종양학) 개념의 영향도 얼마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체의학 치료법이 되어버린 ‘기도’최근에는 마사지 또는 명상과 같은 활동을 치료법의 일종으로 홍보하는 것이 유행이다. 이처럼 사실상 의료행위로 볼 수 없는 것을 두고 치료법인양 하는 일이 근래 널리 확산돼 있으며 이것을 중단시킬 방도가 달리 없어 보인다.
마사지는 그냥 마사지가 아니라 이제 ‘마사지 치료법(massage therapy)’이 되어버렸다. 음악을 들으면서 쉬거나 고요한 장면을 상상하며 쉬는 것은 이제 ‘음악 치료(music therapy)’ 및 ‘상상 치료(visualization therapy)‘다. 만약 소아 암환자 병동에 광대가 와서 아이들을 격려해 준다면, 그것은 ’광대 치료법(clown therapy)'이 될는지도 모른다.
(여기서 유머도 치료법이 되고 있다는 얘기는 농담이 아니다. 아닌게 아니라 유머의 치료 효과와 관련한 협회까지 조직됐다.(
Association for Applied and Therapeutic Humor) 유머의 치료효과에 대한 믿음은 바이블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 잠언 17장22절엔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良藥)이라도, 심령의 근심은 뼈를 마르게 하느니라”라고 적혀 있다. 헌데, 유머가 정말 특정 질환에 대해 치료효과가 있을까? 여기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어야할 필요가 있을까? 이 문제를 다루려면 과학중심의학에 대해서 설명해야할 필요가 있다. 근거중심의학은 과학중심의학과 다르다. 둘 사이에 다른 점은 근거중심의학이 사전확률(prior plausibility)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나, 사실임이 입증될 사전확률이 0% 에 가까운 주장들, 가령 기도라든지 빗속에서 춤을 추는 행위라든지 원거리 초능력 치료라든지에 대해서 임상시험을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발상이다. 그런 헛소리들에 대한 임상시험이, 새로 출시된 약품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진지한 '무작위 이중맹검 대조군 연구(randomized double-blind controlled studies)'와 질적으로 같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과학중심의학(science-based medicine) 항목을 검색하면 근거중심의학과 과학중심의학의 차이점에 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과학중심의학'이란 무엇인가)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기도(prayer)’까지도 대체의학 중의 하나라고 여기고 있다. 필자는 기도가 대체의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종류의 의학도 아니다. 물론, 대부분은 아닐지라도 암 진단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기도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기도를 하고 싶다는 사람은 기도를 하도록 내버려두라. 하지만 그걸 ‘의학’이나 ‘치료법’이라고 불러서는 곤란하다.
‘영양사(nutritionist)’는 암을 치료하지 않는다. 안정에 도움을 얻기 위해서 마사지를 받는다고 해서, 그게 어떤 암치료를 받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운동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운동 치료법으로써 암을 치료하려는 것은 아니다.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태극권, 요가, 명상을 한다고 해서, 그게 대체의학으로써 암을 치료한다는 의미가 되지는 않는다.
필자를 두고 미쳤다고 치부해도 좋다. 하지만 필자로서는 무슨 식이요법이니 운동, 요가, 명상, 마사지, 상상, 기도 또는 안정을 위한 기법 등이 “보완”의학 또는 “대체”의학이 되어야 할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사실 이같은 부류는, 일부 사람들이 통합암치료의 한 부분이라고 칭하고 있는 대체의학적인 자연요법, 동종요법, 킬레이션(chelation) 및 많은 다른 형태의 에너지 치료법들과 같은 부류가 아니다.
필자는 과학적 회의주의자이긴 하나 실용적 활동으로서의 태극권과 요가와 명상에 대해서, 이것들이 무슨 마법적인 에너지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거나, 또는 쓸모없는 형이상학적 개념들을 덧붙이지 않는 한, 그것들을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비록 필자가 통상 통합암치료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많은 것들을 넌센스라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일부 환자들에겐 마사지나 운동과 같은 실용적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평범한 미국건강관리기구(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HMO) 또는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현대의학적 단독 치료에 비해 나을 수도 있다.
(
편집자주 : 미국건강관리기구(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HMO)는 여러 병원들, 의원들과의 계약을 통해 운영되고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의료보험기구 중 하나다. 여기에 가입한 보험가입자들은 지정 병원들, 의원들에서 계약된 의료 서비스만을 받을 수 있다. 단일국가보험을 택하고 있는 한국에는 다소 생소한 방식이지만, 미국에서는 상당수 의료보험 가입자가 이런 방식을 통해 의료 혜택을 보고 있다.
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 (WIKIPEDIA))
(
편집자주 : 미국에서 영양사는 dietitian 와 nutritionist 가 있다. dietitian 는 ‘공인영양사’, ‘임상영양사’라고 할 수 있는 직업으로 임상영양학 이수와 면허시험 등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전문직종이다.
Dietitian (WIKIPEDIA) 반면에, nutritionist 는 이런 전문적인 과정과 다소 무관하다. 영문 위키피디아에는 이 두 개념을 아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으며, 후자는 주로 ‘대체의학’이나 ‘건강기능식품’과 관계된 직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Nutritionist (WIKIPEDIA))
암질환을 다루는 문제와 관련한 로버트 토드 캐롤의 경험
여기서 현대의학적 단독치료 외에도 다른 의료서비스가 병행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설명해보겠다.
부러진 팔이나 다리를 치료하려고 동종요법사, 자연요법사 또는 침술사에게 가는 사람은 없다. 가장 종교적이고 영성적인 사람조차도 자신이 찾아간 정형외과전문의가 갖고 있는 종교나 영성적 믿음이 자신의 종교, 믿음과 조화를 이루는지에 대해 굳이 관심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암질환을 다루는 문제는 부러진 뼈를 진료하는 것과는 분명 다르다. 만약 당신이 자전거를 타고가다가 사고를 당해서 팔꿈치 부분에 생전 느껴보지 못한 통증을 느끼고 팔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면, 구태여 의사를 찾아가지 않더라도 당신은 그것이 골절상임을 분명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암환자라면, 당신은 그것을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수년이 흐를 수도 있다.
뼈가 부러졌다는 사실과는 다르게, 암에 걸렸다는 사실은 어느날 의사로부터 받은 전화를 통해서 알게될 수도 있다. 하긴 필자도 암환자라는걸 알게된 것은 미국건강관리기구(HMO)의 한 1차 진료의(primary care physician)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와서는 ‘CT 촬영 결과 귀하가 췌장암에 걸렸으며 암이 간까지 전이됐다’고 통보해줬을 때였다.
물론,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암선고를 하는 것은 인간중심의학도 아니고, 환자중심의학도 아니다.
이후에도 별로 나아진 것은 없었다. 필자는 초음파내시경(endoscopic ultrasound, EUS) 검사와 PET 스캔을 받은 후에 미국건강관리기구(HMO)의 지정 종양학과전문의를 만났고, 그는 필자의 암이 ‘신경내분비암종(neuroendocrine carcinoma)이며, 췌장에서 시작되어서 간으로 전이된 것으로 보인다’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9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미국건강관리기구(HMO)의 그 1차 진료의가 필자에게 전화를 해서 기왕이면, ‘CT 촬영에서 뭔가 나왔기 때문에 귀하와 귀하의 부인과 만나서 의논을 좀 하고자 한다’고 말해줬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이후 직접 만난 자리에서는 종양학과전문의가 스캔 자료를 보여주면서 필자의 췌장, 비장, 결장, 간에 종양 증거로 추정되는 것이 있다고 말해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정확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기 위해 추가 검사가 필요할 것 같다. 과거에 찍은 CT 촬영 결과 또는 검사 결과들을 재검토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을 것 같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말이다.’
당시에, 필자는 의사로부터 현재 필자가 어떤 상황인지,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떤 진단이 나오든지 간에 미국건강관리기구(HMO)는 가능한 최고의 치료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최선책과 차선책을 알려주는 것도 필요했을 것이다.
필자의 암은 전이가 됐으며, 아직 치료가 가능한 거친 형태의 췌장암일 수도 있다(어떤 종류의 췌장암인지와 치료가 가능한지 여부는 본래의 종양과 전이상태의 상황 및 정도를 봐야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자면, 필자는 자라는 속도가 느리고 치료가 가능한 신경내분비암종(neuroendocrine cancer)일 수도 있다.
수술, 항암화학요법, 색전(embolization), 또는 다른 형태의 치료법이 필자의 수명을 몇 달 또는 몇 년 더 연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어떤 종류의 암에 걸렸고, 또 어떤 종류의 치료법이 적합한지를 결정하기 위한 ‘생체검사(biopsy)’가 필요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문제와 관련한 논의 과정은 없었다. 필자는 단지 그 1차 진료의로부터 생체검사가 있을 것이라는 전화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필자는 이후에 미국건강관리기구(HMO)의 한 소화기내과전문의와 생체검사 몇 분 전에 논의를 했고, 생체검사 직후에도 생체검사에서 무엇이 발견됐는지 짧게 논의를 했다. 그는 필자의 췌장으로부터는 조직샘플을 추출하지 못했고, 간으로부터 조직샘플을 추출했던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이유를 필자와 필자의 아내에게 간곡하게 설명해주었다.
그 소화기내과전문의는 우리를 존중했고 인간적으로 대했다. 그는 소위 ‘최고의 병상 매너(excellent bedside manner)’를 갖고 있었다. 오늘날까지도 필자는 그의 전문의로서의 경쟁력과 탁월함보다도, 그가 우리를 대했던 소통 방식에 더 만족하고 있다.
암질환을 다루는데 있어서 의료진과 환자의 소통 문제
돌이켜보면, 병리학전문의가 조직샘플에 대해서 상세한 분석과 평가를 내린 후에, 종양학과전문의, 소화기내과전문의, 외과전문의 및 필자의 CT 와 PET 를 찍은 영상의학과전문의를 모두 함께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들이 모여서 필자에 대한 보고서들을 검토한 후, 필자에게 무엇을 추천할지를 결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바로 이런 과정이 진짜 통합암치료요, 진짜 협진이 아닐까. 사실 필자는 이런 좋은 의미에서의 ‘통합암치료’를 스탠포드 의과대학 암센터(Stanford Cancer Center)에서 경험하기도 했다).
그리고 필자는 종양학과전문의를 만나서 필자가 밟게 될 다양한 의학적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해당 의료진이 어떤 치료법을 추천하는지, 그리고 추천 이유를 듣게될 수도 있다. 만약 그랬었더라면 필자는 필자가 받게 될 치료가 과학적 현대의학이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자리에는 암선고를 하는 의료진들이 암선고가 암환자 본인 물론, 그 직계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필자에게 일러줄 보조원도 따로 동석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필자가 지금 처해있는 상황을 분명히 이해했다는 것을 의료진들에게 확실하게 인식시켰다면, 이후 의료진들은 필자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지원을 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필자는 정신적 지원을 필요로 할 수도 있고, 재정적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영성적 또는 종교적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으며, 통증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필요로 할 수도 있다. 시한부 환자로서의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종양학과전문의와의 최초 만남에서 이런 다양한 지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당시에 그 종양학과전문의로부터 그저 암에 걸렸다는 건조한 통보를 받았을 뿐이다.
그 종양학과전문의는 필자에게 치료 자체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필자가 전혀 들어보지못했던 두 가지 종류의 항암화학요법 중에서 고르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필자는 항암화학요법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치료법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서 관련 강의에 출석해 공부부터 해야할 상황이었다.
암 관련 강의는 다양한 종류의 항암제들로 인한 부작용들과 기타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 간호사를 포함한, 지원단, 자원봉사자들, 영양사가 설명을 해주는 방식이었다(서로 다른 종류의 암질환에 걸린 환자들과 한 반에서 같이 들었다).
강의 과정에 참여하면서 필자는 왜 암환자가 통합암치료를 제안하는 센터에서 치료받기를 선호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런 센터에서의 치료 과정은 소위 ‘환자중심적(patient-centered)’일 뿐 아니라, ‘공동체중심적(community-centered)’이다. 즉, 암환자는 고립된 개인이 아니라 더 큰 공동체의 일부가 되는데, 배우자, 자녀, 직업 및 다른 개개인들과 공동체들도 여기에 참여하게 된다.
최근에는 유서 깊은 과학중심의학적인 병원들조차도 환자들의 요구로 인해 통합암치료센터를 만들고 있다. 분명 어떤 사람들은 기왕이면 암환자가 다른 암환자들과 함께 다수의 종양학 전문가들로부터 집단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한명의 의사가 한명의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통합암치료의 인기 popularity of integrative oncology
구글에서 “통합암치료센터(center for integrative oncology)”로 검색을 하면 약 2만개의 검색결과가 나올 것이다. 다음은 통합암치료센터가 있는 미국의 주요 의료기관들 명단 중 일부다.
1. 심스/만-UCLA 통합암센터(The Simms/Mann-UCLA Center for Integrative Oncology)
2. UCSD 통합의학센터 (The UCSD Center for Integrative Medicine, 이곳은 2013년에 미국 통합의학 컨퍼런스를 후원하기도 했다.)
3.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4. 엠디 앤더슨 암센터(MD Anderson Cancer Center)
5. 샌디에고통합암치료센터(San Diego Center for Integrative Oncology)
6. 샌안토니오 암센터(Oncology San Antonio)
7. UCSF 오셔 통합암센터(Osher Center for Integrative Medicine at UC San Francisco), 하바드 의과대학과 브링엄, 여성병원 오셔 통합암센터(Harvard Medical School and Brigham and Women's Hospital), 노스웨스턴 대학교 오셔 통합암센터(Northwestern University), 반더빌트 대학교 오셔 통합암센터(Vanderbilt University)
8. 블록 센터 : 통합 암치료(Block Center: Integrative Cancer Treatment)
9. 메이요 클리닉 통합암센터(The Mayo Clinic)
이들 기관들은 서로 다른 양쪽의 세계관에서 나온 최고의 치료법들을 제공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일단 과학중심의학(science-based medicine)의 세계관에서 나온 최고의 치료법들을 제공하고, 그리고 소위 보완대체의학(CAM--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으로 알려진 분야의 세계관에서 나온 최고의 치료법들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일부 기관들은 후자에 대해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보완의학 치료법’이라고 지칭하고 있다.이들 기관들 중에서 일부는 요가나 명상 등과 같은 암환자들 위한 운동이나 안정과 관련된 기법을 “심신 의학(mind-body medicine)”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UCSF 오셔통합의학센터(UCSF Osher Center for Integrative Medicine)의 센터장인 마가렛 체즈니(Margaret A. Chesney) 박사는 “우리 센터는 건강한 생활습관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여러 치료법들과 현대의학적 진료를 성공적으로 통합시켜서 암을 치료하고자 한다. 이는 환자의 마음, 신체 및 영혼을 모두 치료하고 개선시키고자 하는 환자들의 요구에 응대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물론, 체즈니 박사의 얘기는 자세히 검토해보기 전까지는 모두 희망적이고 건전하게 들리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내용을 보면, 대체의학에 속하는 자연요법, 침술, 구아샤(刮痧, gua sha, 편집자주 : 중국 한의학에서의 민간요법으로 통증이나 질환이 있는 신체 부위에 기름을 발라 맨손이나 도구로 긁는 기술이다), 인지학적 의학(anthroposophic medicine), 영기(靈氣, reiki) 치료법 등이, 이것들과는 완전히 근본적 차이가 있는 항암화학치료, 수술, 운동 및 명상 프로그램과 함께 제공되고 있는게 현실이다.자연요법과 에너지의학에서의 암치료법을 현대의학에서의 암치료법에 결합시키는 일은 그저 비과학적이라고 평가하고 그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위험한 일이며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전직 자연요법사로서 2011년에 바스티어 대학교(Bastyr University)를 졸업한 브릿 마리 헤르메스(Britt Marie Hermes)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
자연요법적 의학은 철학이며 세계관인 동시에 하나의 생활방식이다. 그것은 실체가 있는 분명한 의료체계가 아니다...
자연요법사들은 과학적 검증으로써 자신들의 전통적 치료법이 엉터리임이 논파된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자연요법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과학은 전혀 중요하지 않고, ‘대안적인(alternative)’ 마법의 치료효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연요법적 의학에서의 믿음들 중에는 백신(예방접종)이 이득보단 부작용이 훨씬 더 크다거나, 또 그 어떤 질환도 동종요법으로 용케 치료된다와 같은 사이비과학적 아이디어들도 있으며, 대체의학의 암치료 요법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다는 내용, 영양공급을 통해 정신적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이같은 믿음들은 위험하며, 이런 믿음들을 널리 홍보하는 행위는 비윤리적인 일이다.
통합암치료가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소개된 곳 중 하나는, 바로 워싱턴 봇헬(Bothell)에서 자연요법을 가르치는 학교였던 바스티어 대학교(Bastyr University)였다. 1998년에 바스티어 대학교는 미국 정부로부터 5천만달러를 지원받았고, 당시 미국 정부는 미국보완대체의학국(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지금은 미국보완통합의학국(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Integrative Health, NCCIH)으로 바뀌었다)를 출범시켰다. (체즈니 박사는 이 보완대체의학국의 부국장을 지냈다)
의회는 이 보완통합의학국(구 보완대체의학국)을 위한 예산안을 승인했고, 한의학(TCM)과 동종요법, 아유르베다(Ayurvedic) 의학도 주류 의료 체계 통합시키라고 요구했다. 현재 바스티어 대학교는 미국보완통합의학국(NCCIH)이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 10개의 의료교육기관 중 하나다(보완통합의학국은 미국국립보건원의 산하기관이다). 바스티어 대학교는 이 지원금으로 학생들에게 “보완대체의학(CAM)과 통합의학(IM)”을 가르치고 있다. 오늘날 바스티어 대학교는 통합암치료연구센터라든지, 기타 비슷한 문구로 소개되고 있다(예컨대, "자연적 보건 교육에 대한 혁신을 선도해나가는 학교"). 다음은 통합암치료에 대한 바스티어 대학교 측의 설명이다.
통합암치료의 진료는 암환자가 겪는 각 단계에 따른 상황에 대해서 포괄적인 지원으로 정의된다(진단에서 치료 결정은 물론, 표준 치료가 끝난 후의 면역기능과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까지). 환자들은 면허가 있는 자연요법사, 영양사, 침술사로부터 간병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종양학에 대한 훈련을 받았다.
환자가 선택가능한 치료법에는 심신의학, 침술, 식물의학(botanical medicine) 및 영양공급 등이 포함된다. 통합종양학 전담 의사들은 환자에 대한 진정한 통합적인 관리를 위해서 각 의료보조인들 및 영상의학과전문의, 종양학과전문의들과 소통한다. 이러한 협진의 목적은 암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뿐 아니라 암의 재발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거듭 얘기하지만, 자세하게 검토해보기 전까지는 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주장이다. 여기서 “면역기능과 건강을 회복시킨다”는 건 대체 무슨 뜻일까? 의학의 일부가 아닌 철학에 불과한데다가, 과학적 기반이라는게 전혀 없는 자연요법에서 저런 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연요법은 그냥 철학도 아니다. 그것은 모호하고 제대로 정립되지도 않은 철학이다. 자연요법사들이 실제로 시술하는 것과 다양한 자연요법 교육기관들에서 가르치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제각각 천태만상이다. 그럼에도 그것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몇가지 믿음인 듯하다. 첫째는 “인체의 타고난 자기치유 능력”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다. 둘째는 자신들 자연요법사들이 “회복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파악하고 제거하는 능력”이 있고, “환자의 자기치유 능력을 활성화 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믿음이다.도대체 이런 믿음 체계가 어떻게 효과적이고 안전한 암 치료법으로서 현대의학에 통합될 수 있단 말인가? 암환자가 건강회복의 방해요인들을 인식하고 제거하기만 하면 신체가 알아서 암질환을 치료할 것이라고 믿는 종양학자가 정말로 있던가? 그 “방해요인”들은 대체 무엇인가? 암세포 자체인가? 그렇지 않다. 자연요법사들은 암세포를 제거하는 것은 암의 근본 원인이 아닌 겉보기 증상만을 제거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자연요법사들의 믿음 중 또 하나는 이처럼 “자연요법사들은 질환의 증상을 제거하거나 단순히 억제하기 보다는 질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판별하고 제거하고자 한다”이다.(이런 아이디어만 봐도 자연요법은 통합암치료, 통합종양학의 일부가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 실상은, 만약 자연요법이 암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일 것이다.)
암의 원인은 무엇인가필자는 어떤 자연요법사라도 좋으니 그들중 아무라도 200가지가 넘는 암의 발병 원인을 한번 밝혀내보길 제안한다. 특정한 암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혀내지 못하는 한, 자연요법사가 신체의 암 치유력을 막는 방해요인이 무엇인지를 말할 방법도 없다. 그런 거창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담배를 피우지 말라” 이상가는 고언도 해줄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암은 대부분의 경우에 그 발병에 대한 단일요인 또는 복합요인을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암이 세포 내의 유전적 돌연변이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 암세포는 세포가 분해되고 사멸하는 자연적 과정이 멈춰버린 것이다. 암세포들은 죽지 않는다. 그것들은 계속 분열해서 확장될 뿐 죽지 않는다. 이것은 증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한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몇가지 다른 이유에 의해 생길 수 있다. 만약 그 원인이 특정 장기의 특정 세포 내의 유전적 프로그래밍 오류이며 또 그 암이 전이되기 전에 발견됐다면, 이 경우에는 수술을 통해서 암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요법사들과 대화를 해본다면, 저렇게 명백한 암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문제에 있어서 전혀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암의 원인이 면역계에게 암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는 암세포 내의 돌연변이로 인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해당 암세포를 제거함으로써 원인을 없애야 한다. 허나 암세포를 식별하고 제거할 수 있는 자연요법적 치료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요법에서는 암세포를 식별하는 즉시 제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기에 당연히 거기에 기초한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자연요법적 치료법 또한 있을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만약 필자의 암치료를 전담하고 있는 종양학과전문의가 필자의 암치료를 돕는답시고 자연요법사를 추천한다면, 필자는 그를 해고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자연요법사들, 동종요법사들, 에너지요법 시술사들에 비판적이며, 그런 이들을 필자의 암치료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 일에 불편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여하간 상당수 암환자들과 의사들, 간호사들은 그런 사람들이 하는 일에 마법적 치료효과가 있다고 믿으며 그들을 암치료 프로그램의 일원으로써 참여시켜 협진을 하기를 원한다.
참고로, 필자가 이미 언급했듯이, 필자는 단순히 환자의 안정을 위한, 스트레스 관리 차원의 마사지사 또는 요가 강사, 명상 강사 등을 암치료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스트레스는 암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마사지사 등이 형이상학적 개념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전제다.
하지만, 통증이나 불안을 완화시키는 목적으로 그같은 프로그램들을 선택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환자 본인의 권한이어야 한다. ‘영양사(nutritionist)’가 암치료 프로그램에 필요하겠지만, 그들을 ‘영양치료사(nutritional therapist)’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필자와 같은 암환자들이 굳이 별도의 식이요법을 취할 필요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암 자체나 항암치료에 의해서 우리 몸에서 필수적인 영양소들이 대폭 감소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기에 특수한 식이요법이 필요하거나 건강기능식품이 필요한 경우는 없다. 필자와 같은 암환자들 중 일부가 극단적인 영양불균형 상태를 겪기는 하지만, 그것은 환자에 따라서 따로 관리를 하면 된다.(1.
암 치료에 효과적인 열 가지 베스트 건강기능식품이 있다고?, 2.
심장질환이나 암을 예방해주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통합암학회 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결국에는 미국통합암학회(Society for Integrative Oncology, SIO)가 조직되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우리 통합암학회의 임무는 근거중심적이면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의료를 발전시켜서 암환자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미국통합암학회는 필자가 파악하고 있는 ‘근거중심(evidence-based)’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개념을 가지고 있음에 분명하다. 통합암학회는 자연요법사들과 에너지요법 치료사들이 통합암치료 프로그램의 일원으로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5년 3월 현재 통합암학회 회장은 자연요법사고, 직전 회장 역시 자연요법사였다. 현재 이사회엔 한의사(Doctor of Oriental Medicine, 혓바닥을 보면 내부 장기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도 한명 있고 몇 명의 의사들(MDs)과 간호사들(RNs)이 있다. 미국통합암학회(SIO)의 창립자는 사회학자인 배리 캐실러스(Barrie R. Cassileth) 박사였다. 사회학자로서 그녀의 주요 연구 분야가 보완대체의학과 관계된 것이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그녀는 암치료 대체요법에 관해서 광범위한 출판 활동을 했었다고 한다. 그녀는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Memorial Sloan-Kettering) 암센터에 통합의학서비스를 설립했고, 통합의학 관련 로랜스 록펠러(Laurance S. Rockefeller) 기금 이사장으로 있다. 미국통합암학회가 하는 일들 중 하나는 홈페이지에 칼럼과 뉴스를 올리는 일이다. 이를테면 지난 2015년 2월 3일에 뉴욕주 검찰은 GNC(General Nutrition Center), 타겟(Target), 월그린(Walgreens) 및 월마트(Walmart)를 기소했다. 사기성이 있으며 잠재적으로 위험한 식물성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했다는 혐의다. 주 검찰은 판매순위 상위권에 있는 식물성 건강기능식품들을 점검해본 결과, 5개 제품 중 4개에서 건강기능식품 라벨에 명시된 약초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약효가 있다고 적힌 건강기능식품들의 실제 성분을 살펴본 결과 쌀가루, 아스파라거스 및 실내용 화초 외에도 알러지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는 성분들이 함유돼 있었다. (편집자주 : 한국에 있었던 가짜 백수오 파동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다.)통합암치료로서 홍보되고 있는 주요 분야들 중 하나는, 바로 약초들과 건강기능식품들이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독자들은 위 사건과 관련해 미국통합암학회가 암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사용됐던 해당 약초들의 안전성에 대해 가장 우선적으로 우려를 표명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당연히 미국통합암학회는 위 사건과 관련 약초들의 안전성이나, 라벨에 적힌 약초들 및 건강기능식품들의 효능과 성분이 사실과 부합하는지에 대해 언급했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미국통합암학회 편집위원회는 검찰이 약초 수사 과정에서 채택한 검증 방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통합암학회는 '미국약용식물협의회(American Botanical Council, ABC)'가 “약용식물의 효과를 검증하는 데 있어서 DAN 바코딩에만 의존하는 것은 미숙한 짓”이라면서 해당 수사를 비난 한 것을 인용해 홈페이지에 올리기까지 했다.
식물성 건강기능식품이 진짜임을 입증하는 데 있어서 DNA 바코딩 기술이 과연 믿을만한가? How reliable is DNA barcoding technology in authenticating botanical supplements?
법무장관의 의도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이번 조사의 결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 검찰은 확실하게 무혐의로 나오기 전까지는 해당 식물성 건강기능식품들에는 잘못된 내용의 라벨이 붙어 있었다거나, 또 해당 식물성 건강기능식품이 위험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DNA 바코딩 기술은 적용된지가 상대적으로 오래되지 않은 기술이며, 그 정확성에 대해서 아직 논란이 있다; 그것이 절대적 기준은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기술은 짧은 DNA 조각들을 판별하는 것인데, 그 DNA 조각들을 식물종 또는 동물종에 대한 DNA 라이브러리와 비교하는 것이다. 헌데 이 테스트 자체가 그 정확성에 대해 추가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 테스트를 고안 겔프대학교(University of Guelph)의 발명가들도 동식물 원료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판별과 관련해서는 88%만의 정확도를 주장하고 있다)
이를테면, 정제 이후에도 해당 DNA가 남아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추출물에 대해서 DNA 바코딩을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판매자가 고의적으로 제품에 잘못된 라벨을 붙이거나 불순물을 섞었는지를 확인하려고 DNA 바코딩을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불순물”들이 우리가 거의 모든 상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DNA 조각들인지, “충진제(fillers)"의 일부인지, 그런 불순물이 정말로 부작용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 조사를 확실히 신뢰하기 위해서는 공인된 중앙기구에서의 추가 검증, 그리고 더 많은 검증기관들에서의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전통적인 조사방법을 대조군으로 사용해야 할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와는 달리, 이번에 논란이 된 은행나무(Gingko biloba) 추출물에 대한 다른 두 번의 개별적 조사에서는 대부분의 샘플에서 분명 문제없는 은행 추출물이 나왔다는 근거가 있다. 법무부의 수사는 성급했으며, 소비자들의 불안감만 키운 상황이고 논란은 계속 진행 중에 있다.
해당 칼럼이 과학적 관점을 언급한 부분을 주목하자. 과학적 관점을 언급했으면서도 정작 컬럼의 저자는 소비자들이 제품 라벨에 적혀있는대로의 성분과 용량을 제공받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보다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 문제를 더 강하게 시비하고 있다. 의약품들에 가해지는 각종 규제가 정작 건강기능식품들에는 전혀 가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아무런 언급도 없다.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들이 사기를 치지 않도록 하고, 또 위험한 물질들(이를테면 당뇨병 관련제품에 설탕을 넣거나 글루텐-프리(gluten-free) 제품에 밀가루를 넣는 것)들을 그들의 제품에 넣지 않도록 오직 ‘선의’에만 기대야 하는 것이다. 물론, 칼럼은 ‘더 많은 관리를 요구한다(A Call for More Oversight)’라는 섹션에서 “미국식약처(FDA)의 관리에도 불구하고 약물들로 인한 부작용 사례들이 천연 건강기능식품들의 부작용 사례들보다 심각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헌데 필자의 견해로는 이는 우리같은 일반인들도 대부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을 섭취하는 것이 “천연”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것에 비해 위험하다. 심지어 불순물이 섞인 건강기능식품보다도 말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서의 핵심은 건강기능식품류의 ‘사기’ 문제이고, 그 사기행위가 우리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다.(1. 암 치료에 효과적인 열 가지 베스트 건강기능식품이 있다고?, 2. 심장질환이나 암을 예방해주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사실 뉴욕에서의 검찰 조사는 식물성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있었던 여러 논란 중 하나일 뿐이다. 다음은 최근 몇 년간 필자의 웹사이트에서 스크랩해둔 건강기능식품 관련 기사들이다.
- 추잡한 건강기능식품들 – 소비자 연맹(Biggest medical product recall in Australian history)
- 약초 치료제들은 심장질환을 야기시킬 수 있다 Herbal Remedies Can Cause Cardiac Problems) – 세인트존스워트(St. John's wort)나 은행나무(ginkgo biloba)는 현대의약품과 함께 복용할 경우 약효를 감소시키거나 과도하게 촉진시킬 수 있다. 자몽주스 역시 마찬가지다.
- 약초 치료제들에서 독성 중금속 검출되다(Herbal Remedies Found to Contain Toxic Heavy Metals)
- 아유르베다 약초들에서 중금속 발견되다(Heavy metals in Ayurvedic herbs)
- 수술 전에 약초를 섭취하면 위험하다(Dangers of taking herbs before surgery)
- 약초 치료제들(Herbal remedies)
- 새로운 EU 법안이 발효되면서 약초 치료제들의 판매가 금지되다(Herbal remedies banned as new EU rules take effect)
- 약초들과 전립선암(Herbs and prostate cancer )
- 약초, 행운 및 임신(Herbs, luck, and pregnancy)
- 약초들과 당신의 약국(Herbs and your pharmacy )
- 브리티쉬 컬럼비아와 한의학(British Columbia and Traditional Chinese Medicine)
- 마취학, 약초제품 및 수술중 급성 출혈. 수술중 혈액응고의 어려움(Anesthesiology, herbal products, and unexpected bleeding and difficulty in blood clotting during surgery)
- 약초와 호지킨병(Herbs and Hodgkin's disease)
- 아이스크림 및 기타 기능식품들에 섞인 약초성분(Herbs in ice cream and other neutraceuticals)
- ‘허벌사이언스인터내셔널’에서 20가지 식이요법 건강기능식품을 리콜하다(Herbal Science International, Inc. Recalls Twelve Dietary Herbal Supplements Nationwide ) - 마황(Ephedra)-아리스톨로크산(Aristolochic Acid) 및 자하거(Human Placenta) 성분과 관련된 보건상 위험 때문.
- ‘허벌사이언스인터내셔널’에서 20가지 식이요법 건강기능식품을 리콜하다(Herbal Science International, Inc. Recalls Twelve Dietary Herbal Supplements Nationwide ) - 마황(Ephedra)-아리스톨로크산(Aristolochic Acid) 및 자하거(Human Placenta) 성분과 관련된 보건상 위험 때문.
- 더 이상의 약초 회사 인가는 안된다(Stopper put on more herbal companies ) - 커스티 니담(Kirsty Needham)과 제니 포르테(Jeni Porte)의 글
결론적으로, 필자는 약초 관련 건강기능식품들의 안전성과 효과에 관해서 통합암학회가 감시인(watchdog)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믿기가 어렵다. 그런 제품들이 암치료에 있어서 의미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말이다.
양쪽 세계의 최고만을 취했다고? best of both worlds?유방암 전문의이자 통합암치료을 오랫동안 비판해 온 데이비드 고스키(David Gorski)는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에 ‘통합암치료 : 정말로 양쪽 세계의 최고만을 취한 것인가?(Integrative oncology: really the best of both worlds?)’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다음은 그의 논문 내용 중 일부다(
Integrative oncology: really the best of both worlds?) :
통합암치료가 과연 가치가 있는가? 물론 거기에는 현대의학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비약품적(non-pharmaceutical) 건강 증진 활동도 있다. 영양적 균형유지 및 생활습관 중재-개입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이런 차원에서 균형잡힌 식단, 운동 등을 결합시킨 통합암치료가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비록 암환자들의 생존률을 높이지는 못하더라도, 삶의 질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무료 서비스가 아니다. 통합암치료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같은 서비스가 과연 가격 대비 효과가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문제는 통합암치료가 비과학적 시술들을 과학중심의학에 통합시키려고 한다는데 있다. 정말 심각히 우려되는 점은, 이것이 오늘날 잘 정립된 생명과학의 개념들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보완대체의학의 여러 파생적 개념들을 의료계에 대거 스며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암치료는 주류 의학계가 엉터리 의료에 대해서도 질적으로 떨어지는 임상시험들을 진행하도록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이런 일들은 결국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필자 역시 이같은 데이비드 고스키의 의견에 동의한다. 가정의학전문의이자 과학적 회의주의자인 해리엇 홀(Harriet Hall)이, 자연요법의 문제점을 다루며 언급했었던 다음 문장을 인용하며 마치겠다 :
“통합암치료에서 더 낫다고 하는 것들은 (현대의학보다) 특별하지 않다. 그리고 통합암치료에서 특별하다고 하는 것들은 (사람들을) 낫게 해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