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5일 월요일

방송이 만들어낸 고(故) 아레사 빈슨의 사인

제목 : 방송이 만들어낸 고(故) 아레사 빈슨의 사인

부제목 : 새로운‘눈초의 광우병 이야기’ (8)



‘PD수첩-광우병’편은 시종일관 고(故)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장면들로 구성되었다.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관한 자료는 모두 4개이다. 먼저 인간광우병의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아레사의 모친, 로빈 빈슨의 인터뷰다. 그리고 현지 방송인 WAVY-TV의 방송자료와 버지니아 보건당국의 관계자 인터뷰, 그리고 아레사의 주치의라고 하는 바롯의 인터뷰 등이다.

아레사 빈슨이 사용하던 방을 보여주는 화면에 이어 WAVY-TV 방송자료를 인용하면서, 여성앵커의 발언에“의사들에 따르면 아레사가 vCJD라고 하는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곱병에 걸렸다고 합니다”라는 번역자막을 내보냈다. 하지만 이 자막에 해당하는 여성앵커의 발언은“doctors suspect Aretha has variant Creutzfeldt-Jakob disease, or vCJD”로서 정확히는“의사들은 아레사가 vCJD에 걸렸다고 의심하고 있다”로 번역될 수 있다. 즉‘PD수첩’은‘vCJD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한 보도를‘vCJD에 걸렸다’고 단정적으로 번역하여 인용한 것이다.

이어서 “사실은 내 딸이 인간 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고, 너무 충격적이었어요”라는 로빈 빈슨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이 부분 역시“how my daughter could possibly have”라고 말한 것으로,“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가 있다는 것인지”라고 번역할 수 있지만, 실제의미는“걸렸을 리가 없다”에 가까운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번역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역시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이라는 인상을 시청자에게 남기려는 것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그리고 “상태는 하루하루 악화됐다. 아레사는 병원으로 옮겨져 정밀 검사를 받았고 가족들은 의사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는 내레이션에 이어“MRI 검사 결과 아레사가 vCJD(인간 광우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아레사를 위한)치료법이 없다는, 고칠 수 없다는 말을 듣는데 믿을 수가 없었어요”라는 로빈 빈슨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로빈 빈슨이 CJD라고 말한 것을 vCJD로 자막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역에 대한 논란이 일자 ‘PD수첩’측에서는 로빈 빈슨이 CJD와 vCJD를 혼동하고 있었다는 주장과 함께 CJD가 vCJD의 상위개념이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PD수첩’이 취재한 자료에는 로빈 빈슨이 CJD와 vCJD를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근거가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로빈 빈슨이 병원에서 아레사 빈슨이 CJD에 걸렸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며 이어서“we had to find out about CJD and about vCJD”라고 한 것.“우리는 CJD와 vCJD라는 병이 어떤 병인지 알아보려 했다”는 의미로 CJD와 vCJD를 구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발병 후 일주일 만에 아레사는 사망했다”라는 내레이션이 이어졌는데, 2009년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PD수첩’취재팀은 당시 의사가“앞으로 3개월 더 살 것 같다”고 말해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내레이션은 이어서“확실한 진단을 위해선 뇌 부검을 해야 했다. 가족들은 부검에 동의했다. 보건 당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레사가 인간광우병인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면서 보건당국의 보도자료를 소개했다. 보도자료의 화면에는“보건당국보도자료(버지니아보건당국 vCJD사망자조사)”라고 자막을 넣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아레사 빈슨이 vCJD로 사망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화면에 인용한 보도자료의 제목은“Virginia department of health investigates illness of Portsmouth woman(버지니아 보건당국 포츠머스 여성 질병에 관한 조사)”로 되어있고, 그 내용은 ① 버지니아 보건당국이 퇴행성 뇌질환으로 사망한 포츠머스 여성의 질병을 조사 중이다. 이 환자는 퇴행성 뇌질환을 앓았다. MRI가 질병관리센터(CDC)로 보내졌고, 버지니아 대학과 국립프리온질병연구센터에서 추가검사를 실시할 예정으로 최종결과가 나오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② 뉴스보도에서 이 여성의 질병이 vCJD일 수 있다고 하지만, 뇌질환은 다양한 원인으로 생길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한편 vCJD는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섭취와 관련이 있는 매우 드문 신경계 질환이지만 CJD는 쇠고기 섭취와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CJD와 vCJD는 전혀 다른 질환이다. 등으로 되어있었다. 헌데 화면에서는 vCJD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이라 할 ②에 해당하는 부분을 촬영하고 강조해 보여줬다.
내레이션: 확실한 진단을 위해선 뇌 부검을 해야 했다. 가족들은 부검에 동의했다. 보건 당국은 보도자료를 통해 아레사가 인간 광우병인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 보건당국: 지금 (인간광우병으로) 결론이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따로 계획은 없어요. 말씀드릴 게 없네요. 결론이 나와야 계획을 논할 수 있지 않겠어요.

아레사 빈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이 실시될 예정이라는 내레이션에 이어 버지니아 보건당국 관계자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관계자의 인터뷰는“지금 (인간광우병으로) 결론이 나온 게 아니기 때문에 따로 계획은 없어요”라고 자막으로 처리되었다. 당시 김보슬PD가 만난 버지니아 보건당국의 관계자는 김보슬PD의 취재요구를 거부하였지만 취재진이 이 과정을 촬영하여 방송에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관계자는 아레사 빈슨의 사인과 관련하여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미 보도자료를 통하여 당국의 공식입장이 발표된 상황이고 추가로 밝힐 내용이 없다는 의미의 답변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인터뷰 내용에‘인간광우병’의 가능성을 괄호처리해서 추가한 것은 지나친 친절이라고 할 것이다.

내레이션: 아레사에게 인간 광우병 의심 진단을 내렸던 의사를 만나봤다. 그는 조사 중인 사안이라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는 다른 식으로 질문을 던져봤다.

김보슬: MRI 결과를 통해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인간광우병)인지 다른 종류인지 알 수 있나요?

바롯, 고(故)아레사 주치의: 그렇습니다. 대개 차이를 보입니다. 일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CJD)은 MRI를 찍으면 뇌의 가운데에 있는 시상이 정상적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vCJD(인간광우병)면 뇌의 양쪽 시상베개(pulvina)가 상처를 입고 변형됩니다. 임상사진을 통해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김보슬: MRI 결과가 틀릴 수도 있을까요?

바롯, 고(故)아레사 주치의: 아직까지 그런 적은 없습니다. 그런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레사 빈슨의 주치의 바롯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내레이션은 바롯이 아레사 빈슨에게 인간광우병 의심진단을 내렸던 의사라고 소개하였다.‘바롯이 아레사와 관련된 사항은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언급을 할 수 없다고 했음’을 밝히고 있어 바롯은 인터뷰를 통하여 CJD와 vCJD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을 설명하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PD수첩’은 그 가운데 MRI검사를 통하여 vCJD의 진단을 확정지을 수 있는 지만을 인용했다. 이는 MRI소견으로 vCJD가 확진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WAVY 앵커가“만일 아레사가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이 맞다면 그 원인은 10년, 혹은 그 보다 더 오래 전에 먹은 음식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라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로빈 빈슨이 “아레사가 어떻게 인간광우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어요. 아레사는 버지니아에서만 살았고 외국에 나간 적도 없거든요. 심지어 소를 많이 기르는 미국의 중서부지방을 여행한 적도 없어요. 간적이 없다고요”라고 발언한 내용이 잘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PD수첩-광우병편은 로빈 빈슨의 문제제기에 주치의, 보건당국 관계자 그리고 방송자료 등을 통하여 아레사 빈슨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몰아갔다고 볼 여지가 크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