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완전번역판] 침술은 아무 소용이 없다
부제목 : "더 이상 이런 막장에 돈, 시간, 인내심 등 여하한 어떤 자원(資源)도 낭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서범석 문화비평가 ranger32@daum.net
- 등록 2014.03.19 14:38:43
※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번 글은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외과 전문의인 스티븐 노벨라(Steven Novella)의 글, 'Acupuncture Doesn’t Work'을 번역한 것입니다. 이 글 아래에는 의학 학술지 ‘어네스세시아앤어널게지아(Anesthesia & Analgesia)(무감각증&통각상실)’ 2013년 6월호에 실린 논문 'Acupuncture Is Theatrical Placebo'가 전문(全文) 번역되어 있습니다. 서범석 과학중심의학연구원 홍보특보가 번역하였으며, 황의원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이 편집하였습니다.
한 1년쯤 전에, 학술지인 ‘어네스세시아앤어널게지아(Anesthesia & Analgesia)(무감각증&통각상실)’誌 의 편집인들로부터 ‘침술’이 효과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정교한 플라시보에 그칠 뿐인 건지 서면으로 논쟁을 벌여달라는 청탁이 왔었다.
(번역자주 : ‘어네스세시아앤어널게지아’는 1922년에 창간된 무감각증, 통증 관리, 수술 전후 처치 약물 같은 주제에 관해 다루는 월간 의학 학술지다. 현재 스탠포드 대학의 ‘스티븐 샤퍼(Steven L. Shafer)’가 편집장으로 있다.)
일단 네 명의 숙련된 침술 연구자들 – 왕(Wang), 해리스(Harris), 린(Lin), 간(Gan) - 이 침술 효과를 긍정하는 쪽과 관계된 논문을 쓰기로 합의를 봤다.(Acupuncture in 21st Century Anesthesia: Is There a Needle in the Haystack?) 이후에 편집인들은 ‘데이비드 코훈(David Colquhoun)’에게 침술 효과를 부정하는 쪽과 관계된 논문을 써달라고 요청했는데, ‘데이비드 코훈’은 이걸 함께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필자(스티븐 노벨라)의 의견을 구했다. 물론, 앞뒤 잴 것도 없이 필자의 대답은 ‘그렇게 합시다’였다.(Acupuncture Is Theatrical Placebo)
다행히 그 침술과 관련된 논문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조건으로 출판되었기에, 이를 그대로 인용하여 이 글의 아래에 전문(全文)을 공개토록 하겠다. 해당 논문에서 데이비드와 필자가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자 했던 바는, 통상적 의학 기준으로 봤을 때 침술은 그 어떤 질환에도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설명토록 하겠다. 어떤 의료적 처치가 질환에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임상시험으로 100% 완벽하게는 수학적 수준으로 증명을 할 도리는 없다. 그보다, 임상시험에서는 어떤 의료적 처치가 효과 없을 것이라는 ‘귀무가설(null hypothesis, 歸無假說)’을 상정한 후에, 이를 적절한 근거에 기반하여 뒤집는 입증 책임을 지는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임상시험 연구자들은 어떤 치료법이 효과가 없다는 결과의 연구를 ‘귀무가설을 뒤집는 데 실패했다’고 규정하게 된다. 테크니컬하게 말이다.
(번역자주 : 귀무가설은 설정한 가설이 진실할 확률이 극히 적어 처음부터 버릴 것이 예상되는 가설이다. ‘귀무가정(歸無假定)’, ‘영가설(零假說)’이라고도 한다. 통계적 가설검정에서 쓰는 수리통계학 용어로, ‘로널드 피셔(Ronald A. Fisher)’가 명명하였다. 어떤 의료적 처치가 효과 없을 것이라는 ‘귀무가설(null hypothesis, 歸無假說)’을 상정한 후, 임상시험을 통해 이를 뒤집었다면 애초 상정한 ‘귀무가설’은 부정된다. 즉, 해당 의료적 처치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 된다.)
이러한 ‘효과가 없다는 결과의 연구들’은, 효과의 크기가 ‘0’이라는 것을 곧바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신에 그 어떤 유효 효과도 현재 사용된 연구방법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는 것은 입증해준다. 이런 연구들의 수가 차차 많아지고 세가 커질수록 ‘존재할지도 모를 유효 효과(remaining possible effect)’가 결국 제로에 가까워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존재할지도 모를 유효 효과’마저 임상적으로 더이상 중요치 않게 되어버린다.
다시 말하자면, 임상 연구에서는 ‘효과가 하나도 없는 것(zero effect)’과, ‘효과가 살짝은 있는 것(tiny effect)’의 차이를 감지할 수도 없을뿐더러, 어느 순간 이 차이점이 아무 관련도 없는 것처럼 된다는 것이다.
한 1년쯤 전에, 학술지인 ‘어네스세시아앤어널게지아(Anesthesia & Analgesia)(무감각증&통각상실)’誌 의 편집인들로부터 ‘침술’이 효과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저 정교한 플라시보에 그칠 뿐인 건지 서면으로 논쟁을 벌여달라는 청탁이 왔었다.
(번역자주 : ‘어네스세시아앤어널게지아’는 1922년에 창간된 무감각증, 통증 관리, 수술 전후 처치 약물 같은 주제에 관해 다루는 월간 의학 학술지다. 현재 스탠포드 대학의 ‘스티븐 샤퍼(Steven L. Shafer)’가 편집장으로 있다.)
일단 네 명의 숙련된 침술 연구자들 – 왕(Wang), 해리스(Harris), 린(Lin), 간(Gan) - 이 침술 효과를 긍정하는 쪽과 관계된 논문을 쓰기로 합의를 봤다.(Acupuncture in 21st Century Anesthesia: Is There a Needle in the Haystack?) 이후에 편집인들은 ‘데이비드 코훈(David Colquhoun)’에게 침술 효과를 부정하는 쪽과 관계된 논문을 써달라고 요청했는데, ‘데이비드 코훈’은 이걸 함께 써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필자(스티븐 노벨라)의 의견을 구했다. 물론, 앞뒤 잴 것도 없이 필자의 대답은 ‘그렇게 합시다’였다.(Acupuncture Is Theatrical Placebo)
다행히 그 침술과 관련된 논문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조건으로 출판되었기에, 이를 그대로 인용하여 이 글의 아래에 전문(全文)을 공개토록 하겠다. 해당 논문에서 데이비드와 필자가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자 했던 바는, 통상적 의학 기준으로 봤을 때 침술은 그 어떤 질환에도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설명토록 하겠다. 어떤 의료적 처치가 질환에 효과가 없다는 것을 임상시험으로 100% 완벽하게는 수학적 수준으로 증명을 할 도리는 없다. 그보다, 임상시험에서는 어떤 의료적 처치가 효과 없을 것이라는 ‘귀무가설(null hypothesis, 歸無假說)’을 상정한 후에, 이를 적절한 근거에 기반하여 뒤집는 입증 책임을 지는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임상시험 연구자들은 어떤 치료법이 효과가 없다는 결과의 연구를 ‘귀무가설을 뒤집는 데 실패했다’고 규정하게 된다. 테크니컬하게 말이다.
(번역자주 : 귀무가설은 설정한 가설이 진실할 확률이 극히 적어 처음부터 버릴 것이 예상되는 가설이다. ‘귀무가정(歸無假定)’, ‘영가설(零假說)’이라고도 한다. 통계적 가설검정에서 쓰는 수리통계학 용어로, ‘로널드 피셔(Ronald A. Fisher)’가 명명하였다. 어떤 의료적 처치가 효과 없을 것이라는 ‘귀무가설(null hypothesis, 歸無假說)’을 상정한 후, 임상시험을 통해 이를 뒤집었다면 애초 상정한 ‘귀무가설’은 부정된다. 즉, 해당 의료적 처치에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 된다.)
이러한 ‘효과가 없다는 결과의 연구들’은, 효과의 크기가 ‘0’이라는 것을 곧바로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신에 그 어떤 유효 효과도 현재 사용된 연구방법으로는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는 것은 입증해준다. 이런 연구들의 수가 차차 많아지고 세가 커질수록 ‘존재할지도 모를 유효 효과(remaining possible effect)’가 결국 제로에 가까워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존재할지도 모를 유효 효과’마저 임상적으로 더이상 중요치 않게 되어버린다.
다시 말하자면, 임상 연구에서는 ‘효과가 하나도 없는 것(zero effect)’과, ‘효과가 살짝은 있는 것(tiny effect)’의 차이를 감지할 수도 없을뿐더러, 어느 순간 이 차이점이 아무 관련도 없는 것처럼 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코훈와 필자가 논증을 통해 독자들을 납득시키려 한 것은 결국 이런 것이다. 수십 년간의 연구와 3,000여개가 넘는 실험을 통해서조차 침술 연구자들은 ‘귀무가설(null hypothesis)’을 뒤집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또한 침술에서 얻을 수 있는 그 어떤 ‘존재할 지도 모를 유효 효과’도 너무나 미미한지라 임상적으로 하등의 중요성을 띠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 단순하게 말해서, 침술은 그 어떤 질환의 치료에도 아무 짝에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에는 심오한 임상적, 윤리적, 과학적, 실용적 의미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사람들은 더 이상 이런 막장에 돈, 시간, 인내심 등 여하한 어떤 자원(資源)도 낭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얻은 교훈이 있다면, 더 이상 손해를 보기 전에 손을 떼고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 판단하건데, 그런 일이 조만간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아래는 ‘어네스세시아앤어널게지아(Anesthesia & Analgesia)(무감각증&통각상실)’誌 에 발표된 논문을 그대로 게재하는 것이다.
더 단순하게 말해서, 침술은 그 어떤 질환의 치료에도 아무 짝에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에는 심오한 임상적, 윤리적, 과학적, 실용적 의미가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사람들은 더 이상 이런 막장에 돈, 시간, 인내심 등 여하한 어떤 자원(資源)도 낭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얻은 교훈이 있다면, 더 이상 손해를 보기 전에 손을 떼고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 판단하건데, 그런 일이 조만간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아래는 ‘어네스세시아앤어널게지아(Anesthesia & Analgesia)(무감각증&통각상실)’誌 에 발표된 논문을 그대로 게재하는 것이다.
‘침술’은 과장된 플라시보일 뿐이다(Acupuncture Is Theatrical Placebo)
필자 :
데이비드 코훈(David Colquhoun, PhD, 영국 런던대학교, 생리학과 약학, 신경과학과 소속),
스티븐 노벨라(Steven P. Novella, MD, 미국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신경학과 소속)
통증은 큰 문제꺼리다. 당신이 ‘통증관리센터’라는 말을 들을 경우, 마치 통증 문제 따위는 이미 관리되고 있는 이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이렇게 어떤 의학적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일단 취하고 보려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것처럼 말이다. 헌데 그 동안의 연구는 침술이 이런 하찮은 지푸라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흔히 침술이 수천 년 동안 행해져 내려온 것이라고 말들을 하는데, 사실은 중국 내에서조차 이것이 항상 성행했던 것만은 아니다. 근 1,000여년 동안 침술은 하향세에 있었고, 1882년에 청나라 ‘도광제(道光帝)’는 한술 더 떠 황실 직속 ‘태의원(太醫院, Imperial Medical Academy)’에서 침술과 뜸질을 영원히 금지시킨다는 칙령을 선포한 적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1]
(번역자주 : 도광제는 중국 청나라의 제8대 황제(1782~1850)다. 묘호는 선종(宣宗). 긴축 정책을 시행하고 적극적으로 국부(國富)의 향상을 꾀하였으나, 아편 전쟁에 패하여 서양 여러 나라에 개국(開國)하게 되었다. 재위 기간은 1820~1850년이다.)
1950년대에 침술은 신통찮은 대접을 받았다. 국공내전(國共內戰)이 끝나고 나서 중국 공산당은 침술 등을 일개 미신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하지만, 1966년에 시작된 중국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당시, 공산당 주석이었던 ‘마오쩌둥’이 ‘고대중국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 = 漢醫學 = 韓醫學)’을 부활시켰다.[2] ‘한의학’을 부흥시키는 것이야말로, 전후(戰後) 중국에서 씨가 말랐던 의학적 훈련을 받은 사람들을 손쉽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것은 자국 내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는 데도 물론 유용한 방법이었다. 허나 정작 ‘마오쩌둥’ 자신은 현대의학을 선호하였다고 전해진다. 마오쩌둥의 주치의는 그의 말을 이렇게 인용한 바 있다. “비록 ‘한의학’을 되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이걸 신봉하고 있지 않아요. 한약은 안 먹을 겁니다.”[3]
이러한 정치적, 또는 어쩌면 상업적일지도 모를 편향성은 오늘날에도 존재하고 있다. ‘중국, 일본, 홍콩, 대만’에서 행해진 모든 침술 실험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었다고 (대체의학에 동조하는 저자들이) 논문을 써대고 있으니까 말이다.[4]
1972년에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서방에서 침술의 존재감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서방세계에서 침술이 부흥하게 된 데는 ‘제임스 레스턴(James Reston)’이라는 기자가 수술후통증(手術後疼痛) 치료차 자신이 1974년 베이징에서 침을 맞은 적이 있다는 사실을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지에 기고하면서 비롯된 바가 크다.[5] 레스턴은 정치부 기자로서야 그 명성이 자자했지만, 과학적 지식이 전혀 없었을 뿐더러, ‘post hoc ergo propter hoc’이라든가 ‘regression to the mean’ 같은 개념을 똑바로 모르는 위인이었던 것이 분명하다.
(번역자주 : ‘post hoc ergo propter hoc’은 ‘시간의 전후 관계를 인과 관계와 혼동한 허위 논법’을 가리킨다. ‘뒤에(post hoc), 따라서 이 때문에(ergo propter hoc)’. ‘어떤 현상(A)’이 시간적으로 먼저 발생하고 ‘다른 현상(B)’이 뒤이어 발생했을 때, 둘 사이에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현상(A)’이 ‘다른 현상(B)’의 원인이라고 착각하는 오류다. 예컨대, 눈을 깜빡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번개가 쳤을 경우, 눈 깜빡임이 번개의 원인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본문에서는 레스턴이 ‘침을 맞은 후(A)’ ‘수술후통증에 차도(B)’를 보자 둘 사이에 별 인과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침 시술로 인한 것으로 오인했다는 의미로 쓰였다. ‘regression to the mean’ 은 ‘평균으로의 회귀’라는 뜻이다. 많은 자료를 토대로 결과를 예측할 때 그 결과값이 평균값에 가까워지려는 경향성이다. 이것은 상관관계가 불완전한 어떠한 관계에서도 볼 수 있는 특성이다. 본문에서는 레스턴이 겪었던 수술후통증은 얼마든지 자연적으로 좋아질 수 있는 현상인데 이를 침 시술로 인한 것으로 오인했다는 의미로 쓰였다.)
레스턴의 기사가 나간 후, 서방에서 침술은 급속히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중국의 심장병 환자들은 (마취제 대신) 오직 침만 맞고도 심장절개수술을 받는다는 풍문들이 떠돌아다녔다.[6] 1972년, 영국 국립의학연구소에서 이런 미심쩍은 주장들을 캐보기 위해 조사단 - 앨런 호킨(Alan Hodgkin)이 포함된 - 을 중국에 파견한 적도 있을 정도이다. 침술마취 운운하는 주장들은 2006년 영국 BBC 방송의 TV프로그램에서도 되풀이 된 바 있는데, ‘사이먼 싱(Simon Singh,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Fermat’s Last Theorem)’ 저자)’은 수술 받은 환자가 사실은 매우 강력한 진정제를 세 종류 - 미다졸람, 드로페리돌, 펜타닐 - 나 복용했고 막대한 양의 국부마취제 역시 흉부에 주입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마취용으로) 침을 놓았다는 것은 허울 좋은 구실이었을 뿐이다.
흥미롭게도, 침술 원리라는 게 따지고 보면 과학적 치료법 이전에 발생한 다른 치료 체계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헛소리이지만 대체의학계의 다른 치료법들보다는 이쪽이 살짝 그럴 듯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 덕분에 침술에 대한 연구가 여타 비주류 치료술에 대한 연구보다는 많이 이루어졌다.
이런 연구 결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침술로 인한 이득은 존재하지 않으며, 기껏 있다고 해봤자 너무나 사소한 이득이라 임상적 중요성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침술은 과장된 플라시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이 왜 나왔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리의 논쟁과 아무 상관도 없는 세 가지 사실들
THREE THINGS THAT ARE NOT RELEVANT TO THE ARGUMENT
침 시술 후 환자들 상태가 확실히 나아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가 행하지 않은, 침술과 관련 ‘기능성 자기공명촬영법(fMRI)’으로 얻은 이미지에 대한 연구라든가 침을 맞으면 엔돌핀이 분비된다는 식의 남이 한 실험 결과 따위에는 아무 흥미도 없다. 현재로선 상태가 확실히 나아진 환자가, 없다.
침술에 대한 ‘개별 연구’들 역시 거론치 않을 작정이다. 침술 실험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지는 특징은 개별 연구들의 실험 결과 간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 이렇게 일관성이 없을 경우, ‘메타 분석(meta analysis)’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하도 제각각이라) 결과가 나온 실험이라면 아무거나 그냥 골라서 보면 될 정도. 그래도 어쨌거나, 우리는 (개별 연구보다는) 메타 분석된 결과들만을 고려할 작정이다.
(번역자주 : 메타 분석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연구 주제로 실시된 많은 통계적 연구를 다시 통계적으로 통합하고 종합하는 문헌 연구의 한 방법이다. 기존의 연구 방법이 갖는 제한적인 여러 가지 한계를 넘어서 개별적 연구나 결과들을 통계적 기법을 사용하여 포괄적이고 거시적이며 객관성을 지닌 결론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메타 분석은 선행 결과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각 연구의 원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요약된 통계치를 효과의 크기라는 단일의 수치로 환산하여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메타 분석은 무엇보다 서로 다른 특징과 조건들을 가진 개별 연구들을 종합하여 보다 타당하고 일반화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
침술 치료가 어찌됐든 현대의학보다는 인체를 더 전체적으로 본다거나 아니면 더 환자 중심적이라는 식의 주장은 우리가 논할 주제와는 동떨어져 있다. 좋은 의사라면 누구나 다 환자와 공감하며 그들을 배려한다. 환자와 더 공감하는 게 비과학적인 의술을 펴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된다는 생각은, 일반 의사들을 깔보거나 그도 아니면 대체의학에서 제공하는 게 사실은 (환자에 대한) 공감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설령 침술로 얻는 이득이 있다손 치더라도, ‘통각상실증(痛覺喪失症)’ 환자가 침을 맞을 경우 그 효과가 너무나 미미하여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제 의심의 여지없이 밝혀진 사실이다.
(번역자주 : 침을 맞을 때 느껴지는 미세 통증이 환자에게 영향을 끼치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통각상실증 환자에게는 이조차도 영향이 없다는 의미. 즉, 경락이나 경혈의 정확한 위치에 침을 꽂아서 어떤 결과가 유도되는 것이 아니고 – ‘한의학’계가 주장하는 바대로라면 통각상실증 환자라도 경락, 경혈은 있어야 할 터이니 – 사실은 피부나 신경에서 느끼는 침의 통증이 환자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
독일과 미국에서 행해진 대규모 연합 임상시험들에서는 편두통, 긴장성 두통, 요통, 무릎 관절염 같은 복합적 만성 통증들을 진짜 침 치료법으로 치료하나 플라시보(가짜) 침 치료법으로 치료하나 통증 정도를 줄이는 데 있어 아무 차이도 없다는 것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7] [8] [9] [10] [11]
흥미롭게도, 침술 원리라는 게 따지고 보면 과학적 치료법 이전에 발생한 다른 치료 체계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은 수준의 헛소리이지만 대체의학계의 다른 치료법들보다는 이쪽이 살짝 그럴 듯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 덕분에 침술에 대한 연구가 여타 비주류 치료술에 대한 연구보다는 많이 이루어졌다.
이런 연구 결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침술로 인한 이득은 존재하지 않으며, 기껏 있다고 해봤자 너무나 사소한 이득이라 임상적 중요성을 획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침술은 과장된 플라시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론이 왜 나왔는지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리의 논쟁과 아무 상관도 없는 세 가지 사실들
THREE THINGS THAT ARE NOT RELEVANT TO THE ARGUMENT
침 시술 후 환자들 상태가 확실히 나아졌다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 우리는 우리가 행하지 않은, 침술과 관련 ‘기능성 자기공명촬영법(fMRI)’으로 얻은 이미지에 대한 연구라든가 침을 맞으면 엔돌핀이 분비된다는 식의 남이 한 실험 결과 따위에는 아무 흥미도 없다. 현재로선 상태가 확실히 나아진 환자가, 없다.
침술에 대한 ‘개별 연구’들 역시 거론치 않을 작정이다. 침술 실험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지는 특징은 개별 연구들의 실험 결과 간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 이렇게 일관성이 없을 경우, ‘메타 분석(meta analysis)’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하도 제각각이라) 결과가 나온 실험이라면 아무거나 그냥 골라서 보면 될 정도. 그래도 어쨌거나, 우리는 (개별 연구보다는) 메타 분석된 결과들만을 고려할 작정이다.
(번역자주 : 메타 분석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연구 주제로 실시된 많은 통계적 연구를 다시 통계적으로 통합하고 종합하는 문헌 연구의 한 방법이다. 기존의 연구 방법이 갖는 제한적인 여러 가지 한계를 넘어서 개별적 연구나 결과들을 통계적 기법을 사용하여 포괄적이고 거시적이며 객관성을 지닌 결론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메타 분석은 선행 결과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각 연구의 원자료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요약된 통계치를 효과의 크기라는 단일의 수치로 환산하여 사용하게 된다. 그래서 메타 분석은 무엇보다 서로 다른 특징과 조건들을 가진 개별 연구들을 종합하여 보다 타당하고 일반화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
침술 치료가 어찌됐든 현대의학보다는 인체를 더 전체적으로 본다거나 아니면 더 환자 중심적이라는 식의 주장은 우리가 논할 주제와는 동떨어져 있다. 좋은 의사라면 누구나 다 환자와 공감하며 그들을 배려한다. 환자와 더 공감하는 게 비과학적인 의술을 펴는 사람들에게만 국한된다는 생각은, 일반 의사들을 깔보거나 그도 아니면 대체의학에서 제공하는 게 사실은 (환자에 대한) 공감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설령 침술로 얻는 이득이 있다손 치더라도, ‘통각상실증(痛覺喪失症)’ 환자가 침을 맞을 경우 그 효과가 너무나 미미하여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제 의심의 여지없이 밝혀진 사실이다.
(번역자주 : 침을 맞을 때 느껴지는 미세 통증이 환자에게 영향을 끼치나,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통각상실증 환자에게는 이조차도 영향이 없다는 의미. 즉, 경락이나 경혈의 정확한 위치에 침을 꽂아서 어떤 결과가 유도되는 것이 아니고 – ‘한의학’계가 주장하는 바대로라면 통각상실증 환자라도 경락, 경혈은 있어야 할 터이니 – 사실은 피부나 신경에서 느끼는 침의 통증이 환자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
독일과 미국에서 행해진 대규모 연합 임상시험들에서는 편두통, 긴장성 두통, 요통, 무릎 관절염 같은 복합적 만성 통증들을 진짜 침 치료법으로 치료하나 플라시보(가짜) 침 치료법으로 치료하나 통증 정도를 줄이는 데 있어 아무 차이도 없다는 것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7] [8] [9] [10] [11]
플라시보(가짜) 침 치료법으로 치료하나 진짜 침 치료법으로 치료하나 아무 차이가 없다면, 침을 맞은 후 눈에 띌 정도로 나타나는 호전 현상은 단순히 플라시보 효과일 뿐일 것이다. 더 나아가, ‘경락(經絡)’이라는 것 역시 상상의 소산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것은 침으로 얻는 플라시보 효과가 환자에게 도움이 될 정도로 충분히 유용한가 아니면 환자에게 이런 플라시보 효과를 처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은가 그 정도일 뿐이다.
몇몇 메타 분석에서는 플라시보 침술 치료법과 진짜 침술 치료법 사이에 작은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매드슨(Madsen) 외 공동 연구자들’은 다양한 통증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침술을 활용한 13개의 실험들 – 참여한 환자 수는 도합 3025명 - 을 검토했다.[12] 진짜 침 치료법으로 치료한 그룹과 플라시보 침 치료법으로 치료한 그룹 - 어떤 종류의 플라시보 침 치료법을 구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 간에는 작은 차이가, 침을 활용하여 치료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에는 다소 큰 차이가 발생했다. 이 연구의 핵심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심지어 다소 큰 차이가 발생했다는 그룹에서조차 100점 기준의 통증 척도에서 고작 10점 정도의 통증 완화 효과를 보였을 뿐이라는 것. 이러한 종류의 변화는 ‘최소한의 차도’ 그것도 아니면 ‘하찮은 차도’ 정도로 묘사되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들의 합의였다.[13] 환자가 큰 효과를 볼 정도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물론, 침으로 치료한 그룹과 침으로 치료하지 않은 그룹 모두, 환자나 시술자나 전혀 맹검(盲檢, blind) 처리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관찰된 차이점이 실제로 환자들의 생리적 반응이 나타난 결과인지 아니면 상당히 ‘극적인 개입(dramatic intervention, 침술 치료를 가리킴)’에 의한 플라시보 효과인지를 논하기는 불가능하다. 어느 쪽이 사실일까 아는 것이 구미가 당기는 일일지는 몰라도, 사실 이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침술 치료 효과가 구체적인 이득을 줄 정도로 크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현대의학보다는 대체의학 쪽에서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방금 언급한 연구 결과가 침술에 종사하거나 침술 치료에 동조하는 저자들이 내린 결론이라는 점은 특히 흥미롭다 할 것이다. ‘비커스(Vickers)외 공동 연구자들’은 17,922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29건의 ‘무작위배정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를 메타 분석한 적이 있다.[14] 해당 연구의 환자들 모두 다양한 만성 통증에 관한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분석 결과는 앞서 언급한 바 있는 ‘매드슨(Madsen) 외 공동 연구자들’이 행한 검토와 판박이라 할 정도로 흡사하였다. 진짜 침술 치료가 가짜 침술 치료보다 낫긴 나았지만 아주 조금 나았기 때문에, 임상적 중요성을 획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맹검(盲檢, blind)’ 처리되지 않은, 침술로 치료한 그룹과 침술로 치료하지 않은 그룹 사이 간에 역시 조금 더 큰 차이가 발생하긴 했지만 그 차이라는 것이 역시 너무나 사소하여 환자들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이 두 건의 메타 분석들을 비교하면 ‘초록(抄錄, abstract)’말고 실험 내용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두 실험 다 유사한 결론에 도달했지만, 초록 상에 기재된 결론의 초점은 - 당연하게도 미디어 보도의 톤 역시 - 매우 상이했던 것이다.
‘의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증상(MUPS, Medically Unexplained Symptoms)’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CACTUS 침술 실험에서는 더 극단적인 사례가 나타난 적이 있다.[15] 해당 실험은 ‘맹검(盲檢, blind)’ 처리라든가 적합한 대조군 설정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침술 치료를 받은 그룹과 침술 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 간에 거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들은 ‘다중비교(multiple comparison)’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묵살하면서, 규모면에서는 사소하지만 통계적으로는 중요한 몇 개의 결과만을 골라낼 수 있었다. 이렇게나 비관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침술은 효과가 있노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되었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저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몸담고 있는 대학의 홍보부, 심지어 해당 연구 결과를 게재한 의학저널의 편집자까지도 상당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성명들을 발표하였다. 덕분에 해당 저널인 ‘BJGP(British Journal of General Practice)’에는 이에 항의하는 편지들이 쇄도하였고 인터넷 상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들끓었다. [16] [17]
최근의 몇몇 연구에서 볼 수 있는, 진짜 침술 치료와 가짜 침술 치료 간의 미세한 차이가 침술이 진짜 효과가 있어서인지 ‘맹검(盲檢, blind)’ 처리되지 않은 시술자나 그도 아니면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에 관해서 지적 호기심이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그런 것은 별 관심도 없는 일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치료를 받고) 병세에 차도를 보았느냐 그렇지 못했느냐 뿐이다. 환자들은 차도를 보지 못했던 듯하다.
침 시술시 발생할지도 모를 이득이 환자들에게 유효하기에는 턱없이 작다는 것은 이제 한방사와 비한방사 모두 만장일치로 동의하고 있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왜 침술이 여전히 활용되고 있는지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렇게 효과가 없다는 결과의 연구들이 축적되면 그 어떤 전통적 치료법도 확실히 중단되곤 했었으니까.
특정 질환들
SPECIFIC CONDITIONS
이상적으로야, 침술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개별 질환 - 많은 다른 대체의학들과 마찬가지로 그 가짓수는 엄청나다 - 별로 따로따로 검증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체의학 전부에 양질의 실험들이 행해진 것은 아니나, 결과들을 보면 침술이 류마티스성 관절염, 금연, 과민성 대장 증후군, 체중 감량에 효과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시사해주고 있다. 또한 침술이 중독, 천식, 만성 통증, 우울증, 불면증, 경부통(頸部痛), 견관절 통증, 오십견(五十肩), 슬관절염, 좌골신경통, 중풍(中風), 이명(耳鳴), 기타 등등 다수의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도 역시 없다. [18]
2009년도에, 영국 ‘NICE(National Institute for Clinical Excellence)’는 요통(腰痛) 환자들에게 침 시술을 받을 것을 권장한 바 있다.[19] 이런 ‘지푸라기라도 잡고 보라’는 식의 조언은 모종의 격분을 불러일으켰다. [20] ‘NICE(National Institute for Clinical Excellence)’의 판단을 감안하여, ‘옥스퍼드 근거중심의학 센터(Oxford Centre for Evidence-Based Medicine)’에서는 요통 치료 침술에 대한 분석 결과를 다음과 같이 업데이트하였다. 그들의 의견이 어떤 것이었는가 하면, [21]
몇몇 메타 분석에서는 플라시보 침술 치료법과 진짜 침술 치료법 사이에 작은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매드슨(Madsen) 외 공동 연구자들’은 다양한 통증 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침술을 활용한 13개의 실험들 – 참여한 환자 수는 도합 3025명 - 을 검토했다.[12] 진짜 침 치료법으로 치료한 그룹과 플라시보 침 치료법으로 치료한 그룹 - 어떤 종류의 플라시보 침 치료법을 구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 간에는 작은 차이가, 침을 활용하여 치료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간에는 다소 큰 차이가 발생했다. 이 연구의 핵심적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심지어 다소 큰 차이가 발생했다는 그룹에서조차 100점 기준의 통증 척도에서 고작 10점 정도의 통증 완화 효과를 보였을 뿐이라는 것. 이러한 종류의 변화는 ‘최소한의 차도’ 그것도 아니면 ‘하찮은 차도’ 정도로 묘사되어야 한다는 것이 연구진들의 합의였다.[13] 환자가 큰 효과를 볼 정도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물론, 침으로 치료한 그룹과 침으로 치료하지 않은 그룹 모두, 환자나 시술자나 전혀 맹검(盲檢, blind) 처리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관찰된 차이점이 실제로 환자들의 생리적 반응이 나타난 결과인지 아니면 상당히 ‘극적인 개입(dramatic intervention, 침술 치료를 가리킴)’에 의한 플라시보 효과인지를 논하기는 불가능하다. 어느 쪽이 사실일까 아는 것이 구미가 당기는 일일지는 몰라도, 사실 이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침술 치료 효과가 구체적인 이득을 줄 정도로 크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현대의학보다는 대체의학 쪽에서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방금 언급한 연구 결과가 침술에 종사하거나 침술 치료에 동조하는 저자들이 내린 결론이라는 점은 특히 흥미롭다 할 것이다. ‘비커스(Vickers)외 공동 연구자들’은 17,922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29건의 ‘무작위배정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를 메타 분석한 적이 있다.[14] 해당 연구의 환자들 모두 다양한 만성 통증에 관한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분석 결과는 앞서 언급한 바 있는 ‘매드슨(Madsen) 외 공동 연구자들’이 행한 검토와 판박이라 할 정도로 흡사하였다. 진짜 침술 치료가 가짜 침술 치료보다 낫긴 나았지만 아주 조금 나았기 때문에, 임상적 중요성을 획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맹검(盲檢, blind)’ 처리되지 않은, 침술로 치료한 그룹과 침술로 치료하지 않은 그룹 사이 간에 역시 조금 더 큰 차이가 발생하긴 했지만 그 차이라는 것이 역시 너무나 사소하여 환자들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이 두 건의 메타 분석들을 비교하면 ‘초록(抄錄, abstract)’말고 실험 내용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두 실험 다 유사한 결론에 도달했지만, 초록 상에 기재된 결론의 초점은 - 당연하게도 미디어 보도의 톤 역시 - 매우 상이했던 것이다.
‘의학적으로 설명 불가능한 증상(MUPS, Medically Unexplained Symptoms)’이 빈번하게 나타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행해진 CACTUS 침술 실험에서는 더 극단적인 사례가 나타난 적이 있다.[15] 해당 실험은 ‘맹검(盲檢, blind)’ 처리라든가 적합한 대조군 설정이 부족했음에도 불구하고, 침술 치료를 받은 그룹과 침술 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 간에 거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들은 ‘다중비교(multiple comparison)’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묵살하면서, 규모면에서는 사소하지만 통계적으로는 중요한 몇 개의 결과만을 골라낼 수 있었다. 이렇게나 비관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침술은 효과가 있노라고 대대적으로 홍보되었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저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몸담고 있는 대학의 홍보부, 심지어 해당 연구 결과를 게재한 의학저널의 편집자까지도 상당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성명들을 발표하였다. 덕분에 해당 저널인 ‘BJGP(British Journal of General Practice)’에는 이에 항의하는 편지들이 쇄도하였고 인터넷 상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들끓었다. [16] [17]
최근의 몇몇 연구에서 볼 수 있는, 진짜 침술 치료와 가짜 침술 치료 간의 미세한 차이가 침술이 진짜 효과가 있어서인지 ‘맹검(盲檢, blind)’ 처리되지 않은 시술자나 그도 아니면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에 관해서 지적 호기심이 생길 수는 있다. 하지만 환자들에게 그런 것은 별 관심도 없는 일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어떤 치료를 받고) 병세에 차도를 보았느냐 그렇지 못했느냐 뿐이다. 환자들은 차도를 보지 못했던 듯하다.
침 시술시 발생할지도 모를 이득이 환자들에게 유효하기에는 턱없이 작다는 것은 이제 한방사와 비한방사 모두 만장일치로 동의하고 있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왜 침술이 여전히 활용되고 있는지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렇게 효과가 없다는 결과의 연구들이 축적되면 그 어떤 전통적 치료법도 확실히 중단되곤 했었으니까.
특정 질환들
SPECIFIC CONDITIONS
이상적으로야, 침술이 효과를 발휘한다는 개별 질환 - 많은 다른 대체의학들과 마찬가지로 그 가짓수는 엄청나다 - 별로 따로따로 검증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체의학 전부에 양질의 실험들이 행해진 것은 아니나, 결과들을 보면 침술이 류마티스성 관절염, 금연, 과민성 대장 증후군, 체중 감량에 효과가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시사해주고 있다. 또한 침술이 중독, 천식, 만성 통증, 우울증, 불면증, 경부통(頸部痛), 견관절 통증, 오십견(五十肩), 슬관절염, 좌골신경통, 중풍(中風), 이명(耳鳴), 기타 등등 다수의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도 역시 없다. [18]
2009년도에, 영국 ‘NICE(National Institute for Clinical Excellence)’는 요통(腰痛) 환자들에게 침 시술을 받을 것을 권장한 바 있다.[19] 이런 ‘지푸라기라도 잡고 보라’는 식의 조언은 모종의 격분을 불러일으켰다. [20] ‘NICE(National Institute for Clinical Excellence)’의 판단을 감안하여, ‘옥스퍼드 근거중심의학 센터(Oxford Centre for Evidence-Based Medicine)’에서는 요통 치료 침술에 대한 분석 결과를 다음과 같이 업데이트하였다. 그들의 의견이 어떤 것이었는가 하면, [21]
“임상적 결론(Clinical bottom line). 침술은 요통을 치료하는 데 이쑤시개보다도 나을 게 없다.”‘아터스(Artus) 외 공동 연구자들’이 요통 문제에 관해 쓴 논문은 특히 흥미롭다.[22] 이 논문에 등장하는 ‘표 2’는 환자들이 요통 치료를 받은 후 ‘통증 점수(pain score)’가 약간이나마 호전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어떤 치료법으로 치료하든 - 심지어 아무 치료를 받지 않았어도 - 이와 유사한 호전 효과가 동일한 시간 경로를 따라 발생한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말했다.
“호전 반응의 크기가 상당히 다양하긴 하지만, 우리는 요통 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반응이 초기에는 급격한 차도를 보인 후 차츰 완화되다가 치료 시작 6개월 후에는 정체기에 다다르는 공통된 경향을 따르는 것 같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어떤 치료를 하든 – 통증 지수를 활용한 치료법, 고성능 비교기(active comparator)를 활용한 치료법, 통상 치료법, 그것도 아니면 플라시보 치료든 간에 - 그 후 발생하는 증상 호전 반응에 유사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 중 대다수가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 the mean, 심한 증상이 발현된 이후 차츰 개선되는 것을 가리킴)’일 뿐이며, 바로 이 점이야말로 침술이 효과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된 이유일 것이다.
‘왕(Wang) 외 공동 연구자들’은 침술이 계속 활용되고 있는 것을 옹호하고자 논문을 쓴 바 있으나,[23] 해당 논문에서 (침술이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는) 꽤 강력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한 질환은 ‘수술 후 메스꺼움과 구토증(postoperative nausea and vomiting, PONV)’ 이거 하나 밖에 없다. 그렇게나 다양한 질환들에 효험이 있다는 침술이 고작해야 ‘수술 후 메스꺼움과 구토증(PONV)’ 하나에만 효과를 발휘했다면 이것은 정말 괴이쩍기 짝이 없는 일일 것이다. 괴이쩍긴 해도 그 근거라는 것을 조금 더 살펴보자.
‘수술 후 메스꺼움 구토증(PONV)’을 경감시키는데 침술이 효과가 있다고 주장할 때 인용되는 주요 논문들은 모두 동일한 저자들이 쓴 것이다 : ‘리(Lee)와 돈(Done)이 쓴 논문(1999년)’[24], ‘2개의 코크란 리뷰’, ‘리(Lee)와 돈(Done)이 쓴 논문(2004년)’[25], ‘리(Lee)와 팡(Fan)이 업데이트한 논문(2009)’[26]. 우리는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메타 분석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저자들은 “P6 지점의 경혈을 자극하자 ‘수술 후 메스꺼움과 구토증(PONV)’이 예방되었다”고 결론지었지만, 조금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그런 결론이 사실이기에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상대적 위험도(relative risk, 相對的危險度)’ 0.7이라는 수치를 “예방”이라고 불러주기는 곤란한 것이다. 해당 논문에 인용된 실험들이 전부 침술만을 테스트했던 것도 아니며 다소 수상쩍은 치료법들 - 침술, 전기 침술, 경피신경 전기자극술, 레이저 자극술, 고추 붕대, 경혈 자극기, 지압 - 역시 포함되어 있다.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된 치료법의 가짓수는 34개 - 이정도면 재앙 수준이다. - 에서 5개까지로 다양하였는데, ‘수술 후 메스꺼움과 구토증(PONV)’ 억제율은 각각 10%, 70%였다.
이 ‘메타 분석’에서는 ‘침술 치료’나 ‘구토억제제(제토제, 制吐劑)’나 둘 다 대체로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고 하였다. 문제는, 일본의 마취전문의(痲醉專門醫) ‘요시타카 후지이(Yoshitaka Fujii)’가 중대 사기를 쳤다는 것이 발각된 이후[28], ‘코크란(Cochrane)’ 리뷰의 업데이트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27], 이 ‘구토억제제’의 효과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데 있다. ‘메토클로프라미드(metoclopramide, 구토억제제의 일종)’의 효과가 거의 전무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29] [30]
‘리(Lee)와 팡(Fan)’의 논문에 포함된 40개의 실험 – 4858명의 환자 – 중, 고작 4개의 실험만이 적절하게 ‘할당 은닉(allocation concealment)’되었을 뿐이다.[26] 이렇게 보면, 90%에 달하는 실험들은 편향되었을 여지가 있다. 12개의 실험들은 전체 결과를 보고하고 있지도 않다. 실험 결과가 편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논문 저자들은 모든 추정치가 “적당한 질”을 갖추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적당한 질”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이 규정되었다 ; “추가적인 연구가 침술 효과의 추정에 관한 우리의 확신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그 추정치를 바꿀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냥 그 결론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썼어야 하지 않았을까. ‘리(Lee)와 팡(Fan)’이 내린 결론은 손톱만큼도, 초록(抄錄)에서 암시한 것만큼은 확신에 차있지 않다.[26] 사실상, 대체의학에서 행해지는 거의 모든 실험들은 결국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끝을 맺는 것 같다. 3000번 이상이나 실험을 했어도, 여전히 확실한 결론이 없는 것이다.
맺는 말
CONCLUSIONS
침술 실험 결과들이 심지어 단일한 질환들에마저 가변적이며 모순된다는 것은 메타 분석들만 보아도 명확하다. 수천 개의 침술 실험과 수백 개의 체계적 문헌고찰 이후에도,[18] (침술에 관한) 논의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2011년, 통증 관련 의학 학술지인 ‘페인(Pain) 紙’에서는 현 상황을 잘 요약해서 보여주는 사설을 하나 실었다.
여기서 저자들은 “P6 지점의 경혈을 자극하자 ‘수술 후 메스꺼움과 구토증(PONV)’이 예방되었다”고 결론지었지만, 조금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그런 결론이 사실이기에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상대적 위험도(relative risk, 相對的危險度)’ 0.7이라는 수치를 “예방”이라고 불러주기는 곤란한 것이다. 해당 논문에 인용된 실험들이 전부 침술만을 테스트했던 것도 아니며 다소 수상쩍은 치료법들 - 침술, 전기 침술, 경피신경 전기자극술, 레이저 자극술, 고추 붕대, 경혈 자극기, 지압 - 역시 포함되어 있다.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된 치료법의 가짓수는 34개 - 이정도면 재앙 수준이다. - 에서 5개까지로 다양하였는데, ‘수술 후 메스꺼움과 구토증(PONV)’ 억제율은 각각 10%, 70%였다.
이 ‘메타 분석’에서는 ‘침술 치료’나 ‘구토억제제(제토제, 制吐劑)’나 둘 다 대체로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고 하였다. 문제는, 일본의 마취전문의(痲醉專門醫) ‘요시타카 후지이(Yoshitaka Fujii)’가 중대 사기를 쳤다는 것이 발각된 이후[28], ‘코크란(Cochrane)’ 리뷰의 업데이트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에[27], 이 ‘구토억제제’의 효과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데 있다. ‘메토클로프라미드(metoclopramide, 구토억제제의 일종)’의 효과가 거의 전무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29] [30]
‘리(Lee)와 팡(Fan)’의 논문에 포함된 40개의 실험 – 4858명의 환자 – 중, 고작 4개의 실험만이 적절하게 ‘할당 은닉(allocation concealment)’되었을 뿐이다.[26] 이렇게 보면, 90%에 달하는 실험들은 편향되었을 여지가 있다. 12개의 실험들은 전체 결과를 보고하고 있지도 않다. 실험 결과가 편향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논문 저자들은 모든 추정치가 “적당한 질”을 갖추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 “적당한 질”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이 규정되었다 ; “추가적인 연구가 침술 효과의 추정에 관한 우리의 확신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그 추정치를 바꿀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냥 그 결론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썼어야 하지 않았을까. ‘리(Lee)와 팡(Fan)’이 내린 결론은 손톱만큼도, 초록(抄錄)에서 암시한 것만큼은 확신에 차있지 않다.[26] 사실상, 대체의학에서 행해지는 거의 모든 실험들은 결국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끝을 맺는 것 같다. 3000번 이상이나 실험을 했어도, 여전히 확실한 결론이 없는 것이다.
맺는 말
CONCLUSIONS
침술 실험 결과들이 심지어 단일한 질환들에마저 가변적이며 모순된다는 것은 메타 분석들만 보아도 명확하다. 수천 개의 침술 실험과 수백 개의 체계적 문헌고찰 이후에도,[18] (침술에 관한) 논의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2011년, 통증 관련 의학 학술지인 ‘페인(Pain) 紙’에서는 현 상황을 잘 요약해서 보여주는 사설을 하나 실었다.
“더 연구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정말로 있기나 할까? ‘에른스트(Ernst) 외 공동 연구자들’은 ‘침술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에서, 침을 맞은 후 어떤 질환의 통증이 줄어들긴 했지만 유사한 다른 질환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새로 나온 진통제가 팔뚝의 근골격계 통증에는 듣지만, 다리의 근골격계 통증에는 듣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무리 잘 봐준다 해도, 효과가 있다는 결과의 연구들은 결국 ‘거짓양성(false positives)’일 뿐이라는 것이다. 왜 대부분의 출판된 연구 결과들에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는지 논한 영향력 있는 논문에서, ‘이오아니디스(Ioannidis)’는 인기 있지만 효과는 없는 치료법을 연구할 때, ‘출판 편향’이라든가 낮은 ‘사전 확률(事前確率, prior probability)’ 등의 몇 가지 이유로 이와 같은 ‘거짓양성(false positives)’이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3000번이 넘게 실험을 했어도 (침술이 효과가 있다는) 일관성 있는 근거를 찾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 드러났으므로, 이제 이런 것을 그만 둘 때도 됐다. 다시 3000번의 실험을 더 한들, 그때 소모될 비용이 잘 쓴 것이라고 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말이다.
(번역자주 : 거짓양성은 어떤 환자가 실제로는 병이 없는데 검사 결과에는 병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거나 어떤 의료적 치료법이 실제로는 효과가 없는데 실험에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오는 것이다.)
수천 번의 실험 이후에 보이는, (침술은) 효과가 있다는 식의 몇몇 결과들은 ‘소극적 개입(inactive intervention)’으로 인한 것이라는 설명과 가장 잘 맞아 떨어진다. 그런 실험 결과는 연구 설계의 질이 떨어지거나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시몬스(Simmons) 외 공동 연구자’들은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할 때 은밀한 융통성”을 발휘하면 효과가 전혀 없을 때조차 통계적으로 볼 때는 효과가 있다는 식의 결과들을 가공해 낼 수도 있다는 것을 실증해 보였다.[33]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진해서 속이려 한다기보다는 애매한 결과를 자기들 잇속 위주로 해석해 버리는 것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우리는 가장 출판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판단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그들에게는) 가장 적절해보이기까지 했던 게 틀림없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침술과 관련해서는 특히, 그 지지자들 중에 극심한 편향이 존재한다는 방증이 있다.[4] 현재 행해지는 연구들은 침술 외에 ‘전기침(electroacupuncture)’ - 마치 침술인 냥 행세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전기적 경피신경자극술’에 불과 - 같은 다른 변수들로 오염되어 있기도 하다.
최적으로 통제된 실험들은 침술의 효과가 침을 꽂는 위치라든가 심지어는 침의 삽입 여부와도 별 상관이 없다는 명백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변수들이 침술을 규정짓고 있는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합당한 결론은 오직 ‘침은 맞아봐야 질환 치료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 하나 밖에 없다. 모두가 임상시험에서 예상되는 ‘실험노이즈’ - 정보 전달을 방해하는 - 인데, 이 ‘실험노이즈’가 특히 침술 연구에서는 크게 나는 것 같다. 아무리 잘 봐줘도, 침술 연구들에 제대로 된 신호는 없고 실험노이즈만 있을 뿐이라는 결론이다.
만약 청나라 ‘도광제(道光帝)를 본떠 침술과 뜸술을 임상에서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칙령을 선포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의료적 이익은 최대로 구현될 것이다.
정당화될 수 없는 주장을 해대지 않는 한, 남에게 속기 쉬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돈으로 ‘침술 번화가’에서는 침술이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고지사항들
DISCLOSURES
이름(Name) : 데이비드 코훈(David Colquhoun, PhD)
기여(Contribution) : 데이비드 코훈 교수는 이 원고를 공동 집필하였다.
선서(Attestation) : 데이비드 코훈 교수는 최종 원고에 동의하였다.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 : 데이비드 코훈 교수는 재정적으로 ‘이해관계 충돌(특정 집단으로부터 돈을 받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라는 의미임)’ 상황에 있지 않다. 데이비드 코훈 교수는 과학적 사기극, 의학적 돌팔이 수법, 교육 정책에 관한 “DC’s Improbable Science(http://dcscience.net/)”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블로그에 오른 많은 포스팅들이 대체의학에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다루고 있다.
이름(Name) : 스티븐 노벨라(Steven P. Novella, MD)
기여(Contribution) : 노벨라 교수는 이 원고를 공동 집필하였다.
선서(Attestation) : 노벨라 교수는 최종 원고에 동의하였다.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 : 노벨라 교수는 재정적으로 ‘이해관계 충돌(특정 집단으로부터 돈을 받고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라는 의미임)’ 상황에 있지 않다. 노벨라 교수는 ‘신경과학(neuroscience), 회의주의(skepticism),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에 관한 일상적 이해’라는 타이틀의 “Neurologica”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블로그는 대체 의학에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점을 종종 다루고 있다.
이 논문은 ‘스티븐 샤퍼(Steven L. Shafer, MD)’가 담당하였다.
참고문헌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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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프로필 :
퇴몽사(退蒙士) 서범석
현재 모 고등학교에서 입학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회기여활동으로서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의 ‘홍보특별보좌관’도 겸임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으며, 성균관-조지타운 대학교 TESOL 과정을 수료하였다. 20년 넘게 중증 아토피로 고생하며 여러 대체 의학을 접했지만, 그 허상에 눈을 뜬 후 사이비 의‧과학 속에 자리잡고 있는 ‘몽매주의’를 퇴치하는 번역 및 집필 작업에 뛰어들었다.
저서: Q&A TOEIC Voca, 외국어영역 CSI(기본), 외국어영역 CSI(유형), 외국어영역 CSI(장문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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