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5일 월요일

사이코패스, 그리고 스티브 잡스

제목 : 사이코패스, 그리고 스티브 잡스

부제목 : 사이코패스란 나르시스트적 성향의 인물, 어쩌면 스티브 잡스와 이명박 대통령도?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아이 스티브와 로버트 헤어의 진단명 : 사이코패스
▲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아이 스티브와 로버트 헤어의 진단명 : 사이코패스


얼마 전에 사망한 스티브 잡스에 대해선 비록 호평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일부에서는 ‘사이코패스’라며 악평이 나오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이 문제로 인터넷에서 다소간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사실 사이코패스를 단순히 광기 어린 살인자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스티브 잡스 정도를 두고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는 결코 없다. 하지만 광기 어린 살인자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티브 잡스를 사이코패스로 볼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가장 저명한 사이코패스 연구자로 알려진 로버트 헤어(Robert D. Hare)는 자신의 저서 ‘진단명 : 사이코패스(Without conscience the disturbing world of the psychopaths among us)’라는 책을 통해 사이코패스는 정신병이 아니라 일종의 나르시즘적인 성향이라고 한 바 있다. 사이코패스하면 바로 범죄자부터 떠올리는 우리의 편견은 수정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사이코패스가 단지 나르시즘적 성향의 인물에 불과하다고 해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나르시스트가 비록 범죄자나 정신병자는 아니더라도, 어쨌건 그들은 심각한 자기중심성 때문에 타인에 대한 감정이입이나 동정심 등이 상당히 결여되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사이코패스 또는 나르시스트가 현대 사회에 적응하는 능력이다. 마이클 맥코비(Michael Maccoby)는 그의 저서 ‘자아도취형 리더가 성공한다(The Productive Narcissist)’에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 뿐만 아니라 제너럴 일렉트로닉스의 잭 웰치, 인텔의 앤드류 그루브,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등 저명한 CEO 들이 모두 나르시스트라고 한 바 있다.

사실 우리가 흔히 TV에서 보는 사이코패스 살인자는 나르시스트를 넘어 사이코패스 중에서도 매우 극단적인 형태이다. 로버트 헤어가 주장하는 사이코패스와, TV에서 보는 정형화된 사이코패스는 엄격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로버트 헤어에 의하면 실제 그러한 살인자는 사이코패스 3만명 중에 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이코패스는 집안과 사회에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살아가고 있으며, 종종 아내 혹은 가족도 그의 사이코패스 성향을 모를 수도 있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는 사실 누가 봐도 미친 사람이 아니라, 엄연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들은 일반인들이 자주 빠지곤 하는 감정적 충동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한편으론 무척 이성적으로 보이는 사람이고, 그래서 정글로 묘사되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적응을 잘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특히 기업인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 사이코패스 혹은 나르시스트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로버트 헤어와 더불어 역시 저명한 사이코패스 연구자로 손꼽히는 폴 바비액(Paul Babiak)은 2010년에 ‘행동과학과 법(Behavioral Sciences & the Law)’이라는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미국의 기업가 25명중에 1명은 사이코패스라고까지 한 바 있다.

사실 이윤이라고 하는 아주 건조한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공간은, 사이코패스가 활동하면서 성과를 내기에 아주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사이코패스는 자신의 약점은 가리고, 강점은 과대포장해내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승진부터가 남들보다 훨씬 빠르다. 또한 그들은 엄청난 카리스마로써 남들보다 탁월한 비젼을 제시하며 독창적인 아젠다를 설정해서 남들이 못따라올 실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물론, 이런 사이코패스적 성향의 리더들은 지극히 자기 중심적이기에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이들은 자기 이외의 타인을 모두 상품 내지는 도구라 보기 때문에 회사같은 곳에서 자신의 절대적인 지위를 이용해서 왕처럼 대접받는 것을 당연시하고, 다른 사람들의 자존심은 전혀 고려치않으면서 버젓히 대놓고 하대, 해고를 일삼는다. 이는 정확히 우리가 열광했었던 스티브 잡스의 일면이다.

흔히 스티브 잡스를 나르시스트적인 성향의 리더의 대표로 꼽곤 하는데, 따지고 보면 우리의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그런 면모가 없다고 하긴 어렵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쏟아지는 비난들을 보자. 대개 기업가로서 크게 성공한 그의 성향에서 유래한 것이 많다. 특히 그가 주위의 고언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심이 부족하고, 멘토링에 매우 서툴다는 것 등이 번번히 지적되어왔다. 역시 스티브 잡스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스티브 잡스나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로 사이코패스인지 또는 나르시스트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건 비슷한 성향으로 여겨지는 스티브 잡스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우리 사회 청춘들의 얼핏 모순적으로 보이는 대우에는 기이한 느낌이 든다. 스티브 잡스와는 달리 기업인의 신화로서 남지 못한 우리 대통령의 비극이라면 비극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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