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5일 월요일

MBC ‘PD수첩’ 이 과장한 인간광우병 발병 가능성

제목 : MBC ‘PD수첩’ 이 과장한 인간광우병 발병 가능성

부제목 : 눈초의 ‘새로운 광우병 이야기’ (19)



‘PD수첩-광우병’편에서 손정은 아나운서는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몹시 취약하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발병한 인간광우병 환자 유전형은 모두 MM형인데 한국인의 94%가 MM형이기에 한국인이 영국인의 약 3배, 미국인의 약 2배 정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것이다. 유전적 표현형으로 질환의 발병 확률을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은 앞서 정리했다. 과학적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제작진 실수의 백미는“한국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알려진 전달성 프리온 질환은 중세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페스트나 20세기 초 최소 2000만 명에서 1억 명까지 사망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독감과는 다른 유행을 보였다. 특히 죽은 환자의 뇌를 포함한 사체를 먹는 습속이 있던 파푸아뉴기니의 하이랜드 지역에서 유행한 쿠루는 1957년부터 1961년까지 1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당시 쿠루위험지역에는 약 4만 명이 살고 있어 연간 전체주민의 0.5%가 쿠루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쿠루는 역학조사를 통해 식인 장례절차를 금지한 이후 빠르게 사라져갔다.

광우병 소에서 나온 물질을 섭취해 발병한 인간광우병(vCJD)은 환자의 신체 일부를 섭취해 발생한 쿠루와 유사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vCJD는 쿠루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환자발생 상황을 비교해보면, 2011년 11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222명이 확인됐는데 환자발생이 가장 많은 영국에서는 176명이 발생했다.[1] 과학계에서 논란이 됐던 종간의 장벽을 시사하는 점이다.

광우병의 확산으로 엄청난 숫자의 소가 쓰러진 영국을 비롯해 유럽을 중심으로 발병한 인간광우병 환자는 가장 많이 발생했던 2000년에 28명이 사망한 것을 정점으로 감소했다. 다만 영국에서의 진단 사례가 2007년과 2008년을 저점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점은 향후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영국 사례를 보더라도 환자가 처음 확인된 1994년 이래 176명이 확인된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영국 인구는 6200여만 명이다. 가장 많이 사망한 해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인구 200만 명에 1명꼴이 된다.‘PD수첩’제작진 주장대로라면 영국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36.8%가 됐어야 옳지 않은가? 그런데 광우병으로 사망한 확률이 200만분의 1, 즉 0.000005%였으니 어떻게 된 노릇인가?

‘PD수첩’이 이와 같은 주장을 하게 된 배경은 한림대학교 김용선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 내용을 확대해석한 때문으로 보인다. 김용선 교수는 2004년 가정의학회지에‘광우병과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은 그동안 김용선 교수 연구실에서 수행한 연구결과와 외국의 연구결과를 비교해 우리나라에서의 vCJD에 대한 전망을 담은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사람 대부분이 프리온단백 유전자 코돈129번에서 MM형으로 나타나고 있는 실험결과를 해석하면서“앞으로 국내에서 광우병이 발생된다면 변종CJD 환자의 발생 가능성이 세계에서 제일 높은 나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으로 볼 때, 오래 전부터 쇠고기뿐만 아니라 소의 내장, 골 및 소의 뼈까지도 식재료로 사용하는 민족이며, 또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섭취 시 변종 CJD에 걸릴 확률이 제일 높은 유전형질인 프리온 유전자 코돈129에 메티오닌/메티오닌 동형접합체를 정상인의 94.33%에서 갖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소개했다.[2]

한편 이 논문에는“또한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섭취 시 변종 CJD에 걸릴 확률이 제일 높은 (한국사람)”이라는 표현도 있다. 사실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쇠고기 형태로 섭취하는 근육에는 광우병 원인체가 되는 변형프리온이 검출한계 미만으로 존재하고 있다. 조직감염성의 범주 수준 IV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쇠고기를 먹어 광우병이 인간에 전달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3] 즉 광우병에 걸린 소에서 얻은 쇠고기라고 할지라도 도축과정에서 뇌 조직으로 오염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광우병에 걸릴 위험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뇌와 척수가 들어있는 부위를 절단해 신경조직이 다른 부위에 튀었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세척으로 제거될 수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한국인이 광우병에 잘 걸리는 체질이라는 방송내용은 당시 인터넷을 떠도는 광우병-후추씨 괴담과 어우러져 대중적 공포분위기 조성에 한몫 했을 수 있다. 광우병-후추씨 괴담의 실체를 뒤쫓아보자.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의 우희종 교수는 영국의 웰스 박사 논문[4]을 인용해 “광우병 소의 0.001g의 위험물질(뇌조직등)로도 소에게 발병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위키디피아 자료). 웰스 박사는 광우병 원인체의 감염력을 확인하기 위해 ID50(절반의 감염용량)을 구하는 실험을 했다. 즉 실험대상 동물의 절반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 농도를 측정한 것이다. 웰스 박사는 실험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의 뇌에서 추출한 시료를 3x100g, 100g, 10g, 1g, 100mg, 10mg, 1mg으로 계단 희석해 정상 소에 먹였고 실험결과 ID50이 0.11~0.2g라고 계산해냈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 10mg과 1mg을 각각 접종받은 소 15마리 가운데 한 마리씩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것을 두고, 웰스 박사가 논문 말미에“광우병 소의 뇌 1mg을 건강한 소에게 먹이면 광우병에 걸릴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을 우희종 교수는 광우병을 일으키는 최소감염단위란 개념으로 확대 적용한 것이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2007년 9월호 신동아에 기고한 글‘인간광우병, 국산 쇠고기도 안전지대 아니다!’에서“변형프리온이라는 괴물은 0.001g만으로도 인간광우병을 옮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5] 또한 경향신문에선“광우병을 전염시키는 변형프리온 단백질은 이들 괴물들을 다 모아 놓은 것 보다 더 끔찍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600도의 높은 열을 가하거나 시체를 담그는 포르말린에 넣어도 죽지 않으며, 방사선이나 자외선에도 끄떡없다. 더군다나 후추 한 알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0.001g이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은 작은 양으로도 광우병을 옮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프리온은 단백질이다. 생명을 가진 존재가 아니므로‘괴물’이나‘죽지 않는다’는 등으로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필자가 조사해 본 바로 광우병과 후추씨를 연관한 글은 박상표 국장의 후추씨론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광우병-후추씨론이 인터넷에서 어떤 괴담으로 진화됐는지 확인해보시라. 2008년 5월 7일 인터넷에서 검색된 글을 그대로 옮긴다.
“후추로 간이 된 통닭(광우병) 심각해요 ㅠㅠ 도와주세여 안녕하세요 ㅠㅠ 14살 학생입니다. ㅠㅠ 제가방금 후추로 간을 한 치킨을 먹엇는데요 저희가족 다 먹엇구요 ㅠㅠ 저희가족이제 광우병 걸릴꺼ㅏ요 ㅠㅠ? 후추 한 알갱이라도 먹으면 걸린다는대ㅔ 후추 엄청 있었슴.... 그리구 ㅠㅠ 5 / 3일날 소도 수입햇고 ㅠㅠ 저 이제 죽는건가요 아 죽기 싫어요ㅠㅠ 아 글구 어제 엄마가 회사사람들이랑 먹다 남은 걸 가져온 건데 ㅠㅠ 시킨 건 맞을걸요 ㅠㅠ 아 도와주세여 ㅠㅠ”
정리를 해보면, 대다수 한국인이 vCJD에 감염됐을 때 조기에 증상이 나타나는 형질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프리온 질환에 저항하는 형질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프리온 질환의 발현에는 유전요인과 환경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프리온 질환을 일으키는 변형프리온은 근육엔 검출한계 미만으로 극히 적은 양만 존재하기 때문에 쇠고기를 먹어서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극히 낮다.

한국인 대부분에서 프리온단백질 유전자 코돈129번이 MM형으로 구성돼있다고 해서 한국인이 광우병에 잘 걸리는 체질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광우병이 폭발적으로 유행한 영국에 거주한 한국인 가운데 vCJD에 걸린 사례는 아직 없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 :

[1] The National CJD Research and Surveillance Unit 자료. Figures for the number of vCJD cases worldwide. (http://www.cjd.ed.ac.uk/)

[2] 김용선. 광우병과 변종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가정의학회지 제25권 509-518, 2004

[3] 식품의약품안전청. 광우병백서, 125쪽 표 3.2, 2001

[4] Wells GAS et al.(2007)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the effect of oral exposure dose on attack rate and incubation period in cattle. J General Virol 88:1363-1373

[5] 박상표. 인간광우병, 국산 쇠고기도 안전지대 아니다! 신동아 2007년 9월호(통권 576호), 230~245쪽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