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0일 목요일

한약이 현대의약보다 안전할까?

제목 : 한약이 현대의약보다 안전할까?

부제목 : 부작용 조사 없는 한약이 더 위험


한약재들
▲ 한약재들


모든 약은 독이라는 말이 있다. 약이 아닌 물이나 소금만 하더라도 양과 농도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약'이 독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신체에서 일어나는 조절 작용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예외도 있어서 항생제는 세균에만 작용해 세균을 물리치고, 항진균제는 진균에 작용한다. 나머지 대부분의 약들은 통증을 억제시키거나 염증을 가라앉히는 등 신체의 생리작용을 차단하거나 증강시키기 때문에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거나 효과가 지나쳐 해를 끼칠 수 있다.

오이나 계란, 복숭아 같은 식품에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특정 약물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있다.

부작용이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약물의 타겟이 우리가 원하는 부위가 아닌 다른 데에도 있는 경우다. 뇌에서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는 작용을 하는 항우울제는 세로토닌이 활용되는 소화기관에도 영향을 주어 구역질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부작용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비아그라는 원래 고혈압과 협심증에 쓰려고 개발했으나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협심증에는 효과가 신통치 않고 발기를 일으키는 부작용을 발견해 발기부전 치료제로 용도를 바꾸어 테스트 한 뒤 의약품으로 허가를 얻었다. 마이녹실 등의 탈모 치료제는 원래 전립선에 사용하던 약이다.

몸 속에 들어온 약물은 최종적으로 간에서 분해되거나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어떤 약들은 간이나 신장에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런 약들은 설명서에 보면 간이나 신장에 장애가 있는 환자들은 사용을 피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예를 들어 알레르기성 비염에 사용하는 '아바미스 나잘스프레이'의 설명서에는 간부전 환자에는 주의해서 투여해야 한다고 적혀 있고, 신부전 환자에게 투여할 때는 용량 조절이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의약품들은 여러가지 부작용과 독성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의약품들은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여러가지 테스트를 거쳐 적절한 용량과 투여방법이 확인된 뒤 판매가 허가되며 그 뒤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지난 2월 미국 식약청은 고지혈증 치료에 쓰이는 스타틴에 대해 새로 보고된 부작용들을 발표했다.

보건당국과 제약회사들은 사용되는 의약품에 대해 지속적으로 효과를 검증하고, 부작용을 감시하면서 설명서는 꾸준히 업데이트 된다. 우리가 약을 사면 들어있는 설명서는 깨알보다 작은 글씨가 가득 적힌 작은 종이쪽지에 불과해 보이지만 거기에는 엄청난 비용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해당 약물에 대한 역사가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제약회사들은 약물의 부작용을 감추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약회사도 약물의 부작용에 관심이 많다. 앞서 예를 들었던 것처럼 부작용이 또 다른 긍정적인 효능으로 활용될 수도 있고, 기존의 의약품과 같은 용도로 쓰이는 신약을 개발했을 때에는 경쟁 약물을 허가된 최대한의 양을 사용한 실험과 대조시켜 신약이 부작용이 적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한다. 어떤 부작용이 있을 때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다른 약품과의 조합을 찾아서 부작용 때문에 약이 쓰이지 못하는 상황을 극복할 수도 있다.

약 마다 줄줄이 달려있는 부작용 목록은 그 약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약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들에 대한 목록을 꼼꼼히 정리해 둔 것이다. 때문에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어떤 약이 원인인지 찾을 수 있고, 의사는 그에 맞추어 환자에게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약은 어떨까?

한의학에서 말하는 중국 전통의학적인 설명은 과학계에서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 '기'가 어떻고 '혈'이 어떻고 하는 말들은 모두 실체가 없는 그럴듯한 말에 불과하다.

한의사들도 요즘에는 이런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한의사의 인터뷰에서도 한의학적 설명 보다는 과학적인 설명을 빌려다 활용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가끔 '폐가 습하고, 간이 덥고' 따위의 말을 하는 한의사들도 비판이 들어오면 한방에서 말하는 '간'이나 '폐'는 실제 장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비유적인 표현이라며 발뺌한다. 그러면 그것이 무엇을 비유하는 지는 그들도 모르는 듯 하다.

과학적으로 효과를 검증받지 않은 한약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한약이 효과가 있으려면 현대의약과 마찬가지로 신체의 조절작용에 관여해야만 하고, 그렇다면 앞서 설명한 이유로 한약 또한 부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의사들은 한약 때문에 간이나 신장이 손상된 환자를 자주 접한다고 한다. 최근 모 대학병원 내과 전공의에게 들은 에피소드 중 하나는 젊은 여성이 다이어트 한약을 먹고 간염이 생겨 입원치료를 받고 돌아갔는데 얼마뒤 한약을 또 복용하고 같은 증상으로 다시 입원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심지어 2009년에는 한의원에서 지어준 한약을 먹은 19세 여성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대만에는 약초 부작용으로 인해 흔치 않은 암인 요로상피암암 환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한약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더라도 우리나라에는 한약의 부작용을 관리하는 시스템도 없으며, 환자 또한 자신이 어떤 원료의 한약을 먹었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의사도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 각각의 한약재가 어떤 부작용을 얼마나 일으키는지에 대한 감시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서양에 대체의학이 유행하면서 약초의 부작용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외국의 연구결과를 근거로 식약청이 몇몇 한약재 사용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서양에서 유행하는 약초들과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약초 중에는 겹치지 않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한약재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와 감시가 시급하다. 최소한 환자가 자신이 먹는 한약에 어떤 원료가 들어있는지라도 알 수 있게 약재 목록 표기를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

한약이 부작용이 없어 보이는 이유는 단지 부작용에 대한 조사가 없었기 때문이지 100% 안전해서가 아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한약의 부작용으로부터 환자들을 지켜주는 것은 한의학이 아니라 과학과 정통의학이다.

과학자들은 사용한지 수십 년이 지난 약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부작용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한약의 역사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인류가 섭취해 온 쇠고기 같은 적색육 섭취가 사망위험을 높힌다는 사실을 밝혀낼 정도로 꼼꼼하다.

자, 당신은 '자연'과 '역사'를 강조하는 한약을 선택하겠는가, 아니면 부작용 목록이 깨알같이 적힌 현대의약을 선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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