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17일 목요일

한국언론이 떠받드는 외신(外神), 누가 썼을까...외신(外信)의 민낯

제목 : 한국언론이 떠받드는 외신(外神), 누가 썼을까...외신(外信)의 민낯

부제목 : 우리말 못하는 프리랜서가 무급인턴 고용해 생산...국내언론 ‘외신’으로 역수입


시시각각 외신보도를 관찰하고 인용하는 국내언론의 외신(外信) 관음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특히 갈등이 첨예한 사안일수록 관련 외신보도를 인용하며 과도한 권위를 부여하는 외신 사대주의는 고질적인 병폐로 거론된다.

알고보면 우리가 그토록 신뢰하는 외신의 경우도 로컬 취재 시스템은 생각보다 무척 엉성하다주한 외신기자증 갱신은 인터넷 사이트 회원가입보다 간편하다본사가 파견한 주한 특파원과 영어학원 원어민강사 프리랜서 기고자도 한국에선 모두 외신기자한국어를 모르는 상당수 프리랜서 외신기자는 인턴을 착취해 뉴스를 생산해낸다본사 데스크는 로컬 언어로 작성된 기사의 사실관계를 파악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물론, 정부가 발급한 외신기자증을 보유한 제도권 프리랜서와 아마추어 프리랜서를 동일시 할 수는 없다. 비난받아야 마땅한 것은 어떤 기자가 어느 매체에 썼는지와 상관없이 '외신'으로 권위를 입히는 국내언론의 행태다. 전체 외신의 생산 시스템을 알고 '비판적 외신 읽기'를 실천하는 것은 결국 독자의 몫이다. 미디어워치가 국내 이슈에 관한 외신기사의 생산구조를 짚어봤다.
올해 10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직인이 찍힌 ‘외신기자증’을 소유한 주한 외신기자는 24개국 121개 매체 277명이다. 외신기자들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외신지원센터에서 취재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다.
▲ 올해 10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직인이 찍힌 ‘외신기자증’을 소유한 주한 외신기자는 24개국 121개 매체 277명이다. 외신기자들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위치한 외신지원센터에서 취재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다.

주한 외신기자 277...절반 이상 한국인

외신기자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취재를 위해 한국을 일시 방문하는 '방한 외신기자'와 한국에 머무르며 취재하는 '상주 외신기자'다방한 외신기자는 취재 목적이 뚜렷하고 본사 기자나 팀이 직접 취재를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우리가 흔히 외신기자라고 칭하는 집단은 상주 외신기자로 주한 외신기자라고도 불린다.

올해 10월 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직인이 찍힌 외신기자증을 소유한 주한 외신기자는 24개국 121개 매체 277명이다외신기자 등록과 관리는 문체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 외신지원센터가 담당한다해외문화홍보원은 그러나 주한 외신기자의 구체적인 현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현황은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2015한국언론연감에서 확인할 수 있다다만언론연감 수록 자료는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회원사 자료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해외문화홍보원 수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언론연감 기준 2015년 주한 외신기자는 17개 국가 91개 매체 261명이다국적별로는 일본이 101명으로 가장 많고미국이 64명으로 뒤를 이었다그밖에 중국 30영국 27프랑스 9대만·싱가포르·카타르·홍콩 각 4독일·러시아 각 3, EU·베트남 각 2스페인·이란·터키·호주 각 1명 씩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언론연감 기준으로 주한 외신기자 중에서 한국인이 168명에 달한다는 점이다전체의 64.4%가 한국인이다. 외신 중에서도 중국과 일본 매체의 경우는 매체 당 1명 이상 본국 출신 기자가 상주하는 점이 눈에 띈다반면에 미국와 영국 등 구미권 국가는 주한 외신기자로 한국인만을 두는 경우가 더 흔하다.특히 AP통신과 블룸버그뉴스로이터와 같은 통신사는 한국인 외신기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구미권 언론과 통신사에 한국인이 많은 것은 직접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 이외에도 번역과 취재지원을 담당하는 스트링어(stringer)’에 대한 수요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시절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계정 유투브 캡처.
▲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시절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계정 유투브 캡처.

결과적으로 국내 문제에 관한 서구 외신보도는 파란눈의 외국인이 독자적인 취재를 통해 객관적 시각으로 보도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환상에 불과한 셈이다뉴욕타임스나 BBC뉴스 등 권위있는 서구 언론의 한국 관련 기사도 대부분 한국인에 의해 작성된다한국인이 취재해 보도한 기사라고 한다면외신보도라는 이유만으로 국내 언론보도에 비해 더 객관적이고 공정할 것이라고 기대할 이유는 없다.

언론인과 거리 먼 프리랜서 외신기자 활개

주한 외신기자에는 엄밀히 말해 기자가 아닌 집단이 다수 포함된다프리랜서와 통신원스트링어가 그들이다호칭은 다양하지만 크게 특정 매체와 계약을 맺고 한국 관련 소식을 기고하는 프리랜서 외신기자와 한국 특파원이 고용한 비상근 통신원으로 구분된다.

프리랜서들은 보통 다수의 언론과 계약을 맺고 뉴스를 공급한다해외홍보문화원 관계자는 외신기자증을 발급할 때다수의 매체에 기고하는 프리랜서 기자의 경우 주로 많이 기고하는 매체 기자로 분류해 등록한다고 밝혔다최근에는 중소 언론사는 물론 대형 언론사와 통신사도 프리랜서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언론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풀타임 스태프를 특파원으로 파견하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프리랜서들이 언론인으로서 소양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과거 다수의 프리랜서들과 일한 경험이 있는 A씨는 프리랜서들은 대다수가 기자로서의 자격 미달인 사람들이 많다며 한국에 영어를 가르치러 들어와 개인적 관심으로 해외 매체에 글을 기고하게 된 경우가 대다수였다고 전했다그는 저널리즘 기본교육을 받았거나 언론사 뉴스룸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프리랜서들은 종종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이념 편향적인 기사를 송고해 문제가 되곤 한다권위있는 유력 매체라 하더라도 프리랜서들이 기자 교육을 이수했는지와 같은 자격은 문제 삼지 않는다자격보다는 기사 아이디어에 무게를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A씨는 프리랜서들은 해당 매체의 에디터에게 기사 아이디어를 보내는데에디터는 그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 경우 프리랜서들에게 글을 쓸 것을 주문한다며 이후 글을 보내오면 정산이 이루어지는 형태로프리랜서 자체의 자격에 대해서 시비하는 경우는 없다고 귀띔했다.

해외문화홍보원은 이에 대해 주한 외신기자로 등록된’ 프리랜서 기자와 비등록’ 프리랜서 기자를 동일시해선 안된다며 등록된 프리랜서 기자에 한해선 외국어강사 등 부실한 경력의 프리랜서 기자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링어(stringer)도 주한 외신기자의 범주에 포함된다스트링어는 통역과 취재지원을 위해 특파원에 고용된 비상근 통신원을 뜻한다따라서 엄밀히 말해 기자가 아니지만우리나라에선 모두 기자’ 명함을 들고 다닌다한국인 외신기자 상당수는 이 집단에 포함될 것으로 추정된다주한 외신기자로 등록돼 있고 각종 자료 분석과 취재를 수행하지만 그들 이름으로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벙어리’ 외신기자들 한국인 인턴에 의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외신기자 상당수가 한국어를 못한다는 사실이다한국어 소통이 어려운 기자는 독립적인 취재가 불가능하다. 한국인들 사이에서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정 교과서사드 배치,백남기 씨 사망사건 문제 등에 관해 한국어를 못하는 외신기자가 국내기자보다 잘 취재하기를 바라기는 힘들다한 정부관계자는 외신기자가 한국어를 못하면 뭔가 취재에 도움을 주고 얘기를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가 없다며 필요한 자료나 주고 받는 사무적인 소통에 그친다고 말했다.

한국말 벙어리 외신기자들이 크게 의지하는 것은 통역과 뉴스 스크랩자료조사 등을 대신해 주는 한국인 인턴이다인턴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한계가 있다인턴의 능력에 따라 뉴스의 질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그나마 능력있는 인턴을 뽑아도 오래 함께 일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 외신 인턴은 언론 지망생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열정페이’ 인턴으로 악명이 높다한 외신 인턴 경력자는 이들은 'Editorial Assistant'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영어와 한국어가 가능한 대학생들을 값싸게 이용한다며 내 경우엔 오후 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5일을 일하고 한 달에 20만 원을 받았다고 밝혔다최근엔 미국 유명 언론사 서울지국도 무급인턴을 모집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본사 에디터의 팩트체크는 작동 불가

어시스턴트에 의존하는 프리랜서들의 외신기사는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편향적인 시각인 경우가 많다기자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어시스턴트들은 기사 주제 선정과 취재 전반에 걸쳐 주로 인터넷을 이용한다. 이 경우대립하는 어떤 사안이 있을 때인터넷 공간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는 목소리로 편향이 된 정보가 외신에 제공될 확률이 높다어시스턴트들이 이렇게 조사/번역해 자료를 넘기면한국어가 불가능한 기자들은 주어진 정보가 편향되었는지 아닌지를 구분해 내지 못한 채 기사 작성 전반에 이용하게 된다.

본사의 데스크도 작동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사실관계가 잘못되거나 편향된 시각의 기사 내용을 눈치채거나 알아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로컬 언어(한국어)를 토대로 작성된 기사의 문제점을 본사에서 일일이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란 대단히 힘들다세계적인 유력 언론사라도 본사에 별도로 한국인을 고용해 기사의 백그라운드 체크를 할 여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어쩔수 없이 기사 송고자를 믿고 내보낼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외신기자들은 출입처도 따로 없다때문에 이태원을 근거지로 어울리는 그들만의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프리랜서 외신기자 커뮤니티의 주를 이루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최소 5년 이상은 거주했지만 한국어도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자연스레 생각하는 것이 비슷해지고 서로서로를 비호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서로 돌아가며 한정된 어시스턴트사진기자와 일하는 현상도 나타난다한국에 새로 발령받은 외신기자나 글쓰기에 관심 많은 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커뮤니티에 동화된다.

선진국 비해 허술한 외신기자 신원인증 절차

우리나라 외신기자증 발급 절차는 해외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간소하다는 지적도 있다주한 외신기자증을 발급받으려면 이메일을 통해 사진과 신청서재직증명서만 제출하면 된다학력과 기명기사경력 기술은 선택사항이다가끔 최종 학력만 한 줄 써내는 사람도 있지만 거의 문제되지 않는다외국인은 신청서에 여권번호를 적지만내국인의 경우 주민등록번호도 적지 않는다갱신은 더 쉽다이름과 매체명만 이메일로 받는 약식으로 진행한다때문에 약식 갱신을 수 차례 진행한 경우에는 해당 기자가 국내에 있는지 없는지 조차 파악이 불가능해진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모습. 사진은 청와대TV 캡쳐
▲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모습. 사진은 청와대TV 캡쳐



선진국들은 기자 개인에 대한 신원인증에 철저하다갱신 절차도 신규발급 절차에 준한다미국은 기본서류인 외신기자증 신청서와 사진재직증명서 이외에도 자국대사관 공보과의 매체확인 레터를 요구한다여권과 언론인 비자 복사본해당 언론사에서 작성한 기사나 방송자료 제출도 필수 사항이다구비서류는 우편과 방문접수만 받는다이미 발급받은 기자증을 갱신할때도 위 서류를 모두 갖춰 제출해야 한다.

프랑스는 외교부 담당자와 사전에 전화로 미팅 약속을 잡고 직접 방문해 구비서류를 제출해야한다기본서류 이외에도 최근 3개월 이내의 급여명세서와 은행계좌 정보가 필수제출 사항이다기본서류에 포함되는 재직증명서는 프랑스 외교부를 수신으로 하고 언론인의 직위와 급여가 명시된 공신서한만 인정한다.

이웃 일본도 기본서류 이외에 해당 언론사에서 작성한 기사와 사진방송자료 제출이 필수사항이다매체 정보와 외국인 등록증 사본여권 사본도 내야 한다갱신 시에도 모든 서류를 갖춰야 한다.

선진국에 비해 외신기자 등록과 관리가 허술한 배경에는 컨트롤타워의 소속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선진국 대부분은 해외문화홍보원(외신지원센터)이 외교부에 소속돼 있다문화체육관광부에 소속된 경우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문체부는 현재 세종시에 내려가 있지만해외문화홍보원만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 기거하고 있다주로 각 부처 대변인실을 상대해야하는 업무 특성에도 한 부처의 산하기관이라 업무조율과 협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주한 외신기자증 발급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기존의 외신기자 관리 방식으로는 자칫 사이비 주한 외신기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실제로 최근에는 언론사가 직접 파견하는 특파원이 줄고 프리랜서와 통신원 등이 늘어나는 게 세계적인 추세매체 이름보다는 기자 개인에 대한 검증이 중요해진 것이다.

해외문화홍보원 관계자는 최근 외신기자 현황파악을 위해 2014년 6월 이전 등록한 외신기자들에 한해 신규 기자증 발급을 위한 기본서류 제출을 요구했다가 큰 반발을 샀다며 사찰을 하려는 것이냐고 따지는 기자들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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