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광우병을 말한다. 광우병 최고전문가 3인의 대담. #2
부제목 : 국내 최고 광우병 전문가들인 정지민, 유수민, 양기화 박사 3인의 광우병 문제와 관련한 대담
- 황의원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 webmaster@i-sbm.org
- 등록 2015.05.04 18:27:25
※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 자료는 국내 최고의 광우병 전문가들인 ‘주 : 나는 사실을 존중한다’의 정지민 작가, ‘과학이 광우병을 말한다’의 유수민 씨, ‘눈초의 광우병 이야기’, 'PD수첩 광우병편 방송은 무죄다?'의 양기화 박사, 세분이 PD수첩 광우병 편을 둘러싼 논란을 대담 형식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정지민 작가가 편집한 것이며 ‘주 : 나는 사실을 존중한다’의 부록으로 실렸습니다. 본 내용은 1부에 이은 2부 내용입니다.
(1부 내용 : 광우병을 말한다. 광우병 최고전문가 3인의 대담. #1)
정지민 : 저는 오류라는 말도 과분하다고 봐요. 애당초 이론상으로도 성립되지 않는 내용을 그렇게 단순하게 표현해서 일상적으로 위협을 느끼게 했으니까요.
양기화 : 그리고 그런 주장에 반대되는 사실, 가령 김용선 교수가 논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광우병에 잘 걸리지 않는 유전자형은 백인에서는 볼 수 없는데 한국인과 일본인에서는 어느 정도 나타난다는 사실은 다루지 않았죠. 한국인이 광우병에 위험하다는 유전자형만 언급하고 유리하다는 유전자형은 슬쩍 넘어간 겁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인용하는 거죠.
정지민 : 예. PD수첩의 경우 유리한 것만, 그리고 그것조차도 그릇되게 설명했습니다. 애당초부터 MM형 유전자라는 한 가지 요소만 갖고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7월 15일에 한 해명방송에서조차,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었을 경우 발병률이 94%라고 했었죠. 마치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섭취, 그리고 MM형 유전자라는 두 조건만 충족되면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것 처럼요. 수많은 조건들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집중적으로 발생해야만 걸릴 수 있는 것인데… .
정지민 : 예. PD수첩의 경우 유리한 것만, 그리고 그것조차도 그릇되게 설명했습니다. 애당초부터 MM형 유전자라는 한 가지 요소만 갖고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7월 15일에 한 해명방송에서조차,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었을 경우 발병률이 94%라고 했었죠. 마치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섭취, 그리고 MM형 유전자라는 두 조건만 충족되면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것 처럼요. 수많은 조건들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집중적으로 발생해야만 걸릴 수 있는 것인데… .
양기화 : 그렇죠. 쉽게 말해서 차를 타고 가다 죽을 확률이 BSE에 걸려 죽을 확률보다 훨씬 높죠. 여기서 BSE에 걸릴 위험은 꼭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서 걸릴 확률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비상식적으로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 거죠. 작년에 국회청문회에서 모 의원께서 “식품은 민감하다. 식품에 의한 리스크는 제로베이스로 관리해야한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갑니다. 그러면서도 제로라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어요. 그러므로 허용 가능한 리스크의 수준을 정하게 되는 거죠.
유수민 : 광우병과 같은 해면상 뇌증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대규모 전염병이 아니라는 사실은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의 포레 족에게서 발병한 쿠루(Kuru)병을 통해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포레족 사람이 다른 부족과 결혼해서 그 부족과 같이 지냈어도 쿠루병은 발병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부족 사람이 들어와 살았어도 인육을 먹지 않았다면 쿠루병에 걸리지 않았죠.
정지민 : 아까도 말했지만 광우병이라는 병 자체가 일단 감염되면 치명적이라는 사실 말고, 특별히 미국산 쇠고기가 인간광우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근거는 다우너 영상과 아레사 빈슨처럼 빗나간 보도를 제외하면, 단지 미국에서 광우병 걸린 소가 발견된 적이 있었다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것도 많은 것도 아니고 이력 추적까지 잘 되어 있었고 비전형이었고… 하필 미국산 쇠고기에만 그렇게 한 것은 정치적인 의도로 밖에는 설명하기 힘든 것 같아요. 무슨 대대적인 인간광우병 발병을 주장했던 것 같아요.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불가능한 시나리오인데… 큰 전염병이다, 이런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PD수첩이 사실상 작년 7월 15일의 해명방송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는데요, 그 다음날 아침만 해도 PD수첩 팬카페에는 그때까지도 사태 파악을 못하고, 단 한 마리의 광우병 소가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단 한 마리만으로도 전염병이 된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올라왔죠. 전염병 이라는 용어 자체를 여러 개념으로 마구 혼동해서 쓰더라고요. 전염이 되는 병(infectious, contagious disease), 넓게 전염되는 유행병(epidemic), 전달이 되는 병(transmissible disease) 등 명확한 구분이 좀 필요하지 않습니까.
양기화 : 인류을 위기로 몰아넣은 대표적인 전염병은 1913년 스페인독감, 그리고 중세 때 페스트가 있죠. 전 지구를 위기로 몰아넣을 정도로 가공할 정도로 전파되어 많은 사람을 죽게 했죠. 이런 병을 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죠. 이제 대유행을 일으킨 지금의 신종플루도 이와 유사한 성격이에요. 그런데 BSE를 전달성 질환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통해서 받는 것이므로 transmissible이라고 하거든요. 이 용어를 전염성/전달성 무엇으로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옛날에는 TSE(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ies- 전달성 해면상뇌증)도 전염성으로 번역했던 적이 있었어요. 최근에는 전달성으로 이름을 다시 규정하는 경향이 있죠. 전염성에는 타겟이 정확히 지정되어 있지 않아요. 신종플루도 그렇죠. 전달성은 그야말로 1대 1로 전달된다는 개념이에요. BSE도 오염된 사료를 통해 전달이 되는 거고, iCJD도 오염된 물질을 통해 병이 전달되는 거죠. 그렇다면 프리온 질환을 전염성으로 규정해야하는지의 문제는 용어를 정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 어떤 고려를 해야 하느냐의 문제에요. 광우병 위험을 과장한 이들은 확대해석했죠. 물론 수혈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달된 사례가 있지만, 그것도 전염이 아니라 전달이죠. 전염병이라면 사람들은 흔히 감기나 콜레라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퍼질 수 있는, 그런 걸 생각하거든요.
유수민 : 인간광우병의 경우는 광우병 병원체에 오염된 쇠고기를 먹고 다른 조건들도 충족될 경우 다수 발병할 수 있는 집단 질환이라는 일정한 의미에서는 전염병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셨듯이 콜레라나 장티푸스처럼 오염된 식수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지거나 아폴로 눈병이나 유행성 독감처럼 급속하게 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원인에 의해 반복적이 아닌 일회적으로 반복한다는 점에서 식중독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지민 : 네, 일회적이고… 명확한 정의 없이 ‘전염병’이라고 하면 대대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막 퍼지는 그런 병으로 이해하는 게 일반적이죠. 실제로 작년에 인터넷 등에서 떠돌아다닌 내용들 그리고 일부 소위 전문가들이 주장한 내용들에 근거해서 펼칠 수 있었던 미래 시나리오도 거의 epidemic수준을 넘어 pandemic(전국적, 전 대륙적 유행병)의 그것이었고요. 그래서 공기 전염설 이런 것도 가능했던 것 같고요. 우희종 교수도 정부에서 “광우병은 전염되는 유행병 즉 대대적인 epidemic이 아니다”는 의미에서 “전염병이 아니다”라고 한 것에 대해, 비과학적이라면서 전염병이 맞다고 했죠. 이 모든 것이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본인도 정부에서 말하고자 한 전염병이 무슨 의미였는지 알지 않았을까요.
양기화 : 우희종 교수가 전염병, 그 말 갖고 정부를 비꼰 적이 있죠, 기억납니다. 아마 알면서도 그랬을 거예요. 박상표 씨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나오기 전에는 한우가 위험하다고 계속 얘기했어요. 광우병 검사해라… 그러다가 그걸 미국산 쇠고기에 적용한 거죠. 미국의 도축장 사정이 SRM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서도 미국산 도축장을 평가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SRM를 철저하게 제거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도축장 사정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지민 : SRM 제거시설이라는 게 한국에서는 생긴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내 세 번째 SRM 제거시설이 2007년 말에 완공되었다더라고요. 그러면서 미국산 소가 SRM 제거를 안 하한다고 공격하니까 이상한 거죠. 광우병 위험을 과장한 분들은 정말 철저한 예방론자, 제로베이스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미국산 쇠고기에 반대했다면, 다른 쇠고기에도 마찬가지로 했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OIE 폄하도 상당했죠. 특히 우희종 씨는 EU의 기준은 ‘누구나 지켜야 하는 과학적 기준’으로, OIE 기준은 권고사항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죠. 이건 논리적으로 말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이, EU 기준은 실제로 유럽에서 강제로 지키고 있는 법이니까 그거에 대해서 ‘누구나 지켜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주관인 것이잖아요? 반면 OIE 기준이 권고 사항이라는 것은 사실적시인 동시에 별 의미가 없는 사실 적시인 것이죠. 권고든 강제든 당사자들에게 맞는, 합리적인 기준이냐가 중요한 것이니까요. PD수첩에서도 똑같이 주장했고요.
양기화 : 유럽은 여러 나라로 구성되지만 역내 통상에 있어 하나이기 때문에 단일기준이 필요합니다. 또한 유럽에서 벌어진 광우병사태의 상황과 리스크를 감안해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거죠. 그런데 요즈음 EU 국가 등에서도 프리온 질환 관련 연구보조비는 대폭 축소되고 있어요. 왜냐, 광우병이 통제단계에 들어서 있다고 보는 거죠. 그러니까 최신 연구자료에 근거해서 광우병 검사기준을 30개월에서 48개월로 올렸는데, 왜 유럽 기준을 노래 부르던 이들이 그건 언급도 하지 않느냐는 거죠. 그 사람들이 인용하는 데이터 자체도 문제일 때가 많았어요. 논문은 정말 선별해서 읽어야 해요. 그래서 어떤 팩트를 보려면 관련 논문을 갖다놓고 그룹별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비교해서 읽어야 해요. 그런데 검증 안 되고 영향력지수가 낮은 쪽의 것을 인용한다거나… .뭐 그런 일들이 많았죠. OIE(국제수역사무국)를 폄하한 이들의 이야기는 OIE 신뢰도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일 뿐입니다. 통상문제는 OIE 기준을 당사자들이 참조하는 거지 OIE 기준대로 통상기준을 삼는 건 아니고 그걸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죠. OIE 기준 자체가 통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것이니까요. 통상에서 문제가 있다는 송기호 변호사의 주장도 별로 타당하지 않은 것 같아요. 협상은 쌍방의 문제잖아요. 협상테이블에 무얼 올려놓느냐가 중요한 건데, 무슨 EU나 일본의 기준을 우리에게도 적용해라? 이건 그 사람이 과연 통상전문가인가 의심스러운 이야기죠. OIE는 동물의 위생이 사람의 위생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개념에서 시작된 거에요. 목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 질병을 관리할 필요가 있어서 만들어진 국제기구죠. OIE에서 BSE를 감시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그 나라에서 도축되고 있는 소 숫자를 맞추어서 감시해야할 대상 점수를 정했죠. 처음엔 3단계로 청정국, 위험국 이런 식으로요. 당시 기준은 다우너나 건강한 소나 1점이었는데 별로 합리적이지 않았어요. 다우너에서 BSE 확률이 정상소보다 높잖아요. 그래서 다우너를 검사하면 점수를 많이 주는 식으로 바뀌게 됐어요. 8만점인가 받아야 광우병 통제국이 됩니다. 그런데 그걸 미국이 주도한 것 이라고 주장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1부 내용 : 광우병을 말한다. 광우병 최고전문가 3인의 대담. #1)
정지민 : 저는 오류라는 말도 과분하다고 봐요. 애당초 이론상으로도 성립되지 않는 내용을 그렇게 단순하게 표현해서 일상적으로 위협을 느끼게 했으니까요.
양기화 : 그리고 그런 주장에 반대되는 사실, 가령 김용선 교수가 논문에서 지적하고 있는, 광우병에 잘 걸리지 않는 유전자형은 백인에서는 볼 수 없는데 한국인과 일본인에서는 어느 정도 나타난다는 사실은 다루지 않았죠. 한국인이 광우병에 위험하다는 유전자형만 언급하고 유리하다는 유전자형은 슬쩍 넘어간 겁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인용하는 거죠.
정지민 : 예. PD수첩의 경우 유리한 것만, 그리고 그것조차도 그릇되게 설명했습니다. 애당초부터 MM형 유전자라는 한 가지 요소만 갖고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7월 15일에 한 해명방송에서조차,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었을 경우 발병률이 94%라고 했었죠. 마치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섭취, 그리고 MM형 유전자라는 두 조건만 충족되면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것 처럼요. 수많은 조건들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집중적으로 발생해야만 걸릴 수 있는 것인데… .
정지민 : 예. PD수첩의 경우 유리한 것만, 그리고 그것조차도 그릇되게 설명했습니다. 애당초부터 MM형 유전자라는 한 가지 요소만 갖고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7월 15일에 한 해명방송에서조차,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를 먹었을 경우 발병률이 94%라고 했었죠. 마치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 섭취, 그리고 MM형 유전자라는 두 조건만 충족되면 인간광우병에 걸리는 것 처럼요. 수많은 조건들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집중적으로 발생해야만 걸릴 수 있는 것인데… .
양기화 : 그렇죠. 쉽게 말해서 차를 타고 가다 죽을 확률이 BSE에 걸려 죽을 확률보다 훨씬 높죠. 여기서 BSE에 걸릴 위험은 꼭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서 걸릴 확률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비상식적으로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한 거죠. 작년에 국회청문회에서 모 의원께서 “식품은 민감하다. 식품에 의한 리스크는 제로베이스로 관리해야한다”고 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갑니다. 그러면서도 제로라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어요. 그러므로 허용 가능한 리스크의 수준을 정하게 되는 거죠.
유수민 : 광우병과 같은 해면상 뇌증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대규모 전염병이 아니라는 사실은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의 포레 족에게서 발병한 쿠루(Kuru)병을 통해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포레족 사람이 다른 부족과 결혼해서 그 부족과 같이 지냈어도 쿠루병은 발병하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부족 사람이 들어와 살았어도 인육을 먹지 않았다면 쿠루병에 걸리지 않았죠.
정지민 : 아까도 말했지만 광우병이라는 병 자체가 일단 감염되면 치명적이라는 사실 말고, 특별히 미국산 쇠고기가 인간광우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근거는 다우너 영상과 아레사 빈슨처럼 빗나간 보도를 제외하면, 단지 미국에서 광우병 걸린 소가 발견된 적이 있었다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것도 많은 것도 아니고 이력 추적까지 잘 되어 있었고 비전형이었고… 하필 미국산 쇠고기에만 그렇게 한 것은 정치적인 의도로 밖에는 설명하기 힘든 것 같아요. 무슨 대대적인 인간광우병 발병을 주장했던 것 같아요.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불가능한 시나리오인데… 큰 전염병이다, 이런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PD수첩이 사실상 작년 7월 15일의 해명방송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는데요, 그 다음날 아침만 해도 PD수첩 팬카페에는 그때까지도 사태 파악을 못하고, 단 한 마리의 광우병 소가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단 한 마리만으로도 전염병이 된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올라왔죠. 전염병 이라는 용어 자체를 여러 개념으로 마구 혼동해서 쓰더라고요. 전염이 되는 병(infectious, contagious disease), 넓게 전염되는 유행병(epidemic), 전달이 되는 병(transmissible disease) 등 명확한 구분이 좀 필요하지 않습니까.
양기화 : 인류을 위기로 몰아넣은 대표적인 전염병은 1913년 스페인독감, 그리고 중세 때 페스트가 있죠. 전 지구를 위기로 몰아넣을 정도로 가공할 정도로 전파되어 많은 사람을 죽게 했죠. 이런 병을 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죠. 이제 대유행을 일으킨 지금의 신종플루도 이와 유사한 성격이에요. 그런데 BSE를 전달성 질환이라고 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통해서 받는 것이므로 transmissible이라고 하거든요. 이 용어를 전염성/전달성 무엇으로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옛날에는 TSE(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ies- 전달성 해면상뇌증)도 전염성으로 번역했던 적이 있었어요. 최근에는 전달성으로 이름을 다시 규정하는 경향이 있죠. 전염성에는 타겟이 정확히 지정되어 있지 않아요. 신종플루도 그렇죠. 전달성은 그야말로 1대 1로 전달된다는 개념이에요. BSE도 오염된 사료를 통해 전달이 되는 거고, iCJD도 오염된 물질을 통해 병이 전달되는 거죠. 그렇다면 프리온 질환을 전염성으로 규정해야하는지의 문제는 용어를 정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 어떤 고려를 해야 하느냐의 문제에요. 광우병 위험을 과장한 이들은 확대해석했죠. 물론 수혈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달된 사례가 있지만, 그것도 전염이 아니라 전달이죠. 전염병이라면 사람들은 흔히 감기나 콜레라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퍼질 수 있는, 그런 걸 생각하거든요.
유수민 : 인간광우병의 경우는 광우병 병원체에 오염된 쇠고기를 먹고 다른 조건들도 충족될 경우 다수 발병할 수 있는 집단 질환이라는 일정한 의미에서는 전염병입니다. 하지만 말씀하셨듯이 콜레라나 장티푸스처럼 오염된 식수를 통해 광범위하게 퍼지거나 아폴로 눈병이나 유행성 독감처럼 급속하게 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특정 지역에서 특정 원인에 의해 반복적이 아닌 일회적으로 반복한다는 점에서 식중독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지민 : 네, 일회적이고… 명확한 정의 없이 ‘전염병’이라고 하면 대대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막 퍼지는 그런 병으로 이해하는 게 일반적이죠. 실제로 작년에 인터넷 등에서 떠돌아다닌 내용들 그리고 일부 소위 전문가들이 주장한 내용들에 근거해서 펼칠 수 있었던 미래 시나리오도 거의 epidemic수준을 넘어 pandemic(전국적, 전 대륙적 유행병)의 그것이었고요. 그래서 공기 전염설 이런 것도 가능했던 것 같고요. 우희종 교수도 정부에서 “광우병은 전염되는 유행병 즉 대대적인 epidemic이 아니다”는 의미에서 “전염병이 아니다”라고 한 것에 대해, 비과학적이라면서 전염병이 맞다고 했죠. 이 모든 것이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 본인도 정부에서 말하고자 한 전염병이 무슨 의미였는지 알지 않았을까요.
양기화 : 우희종 교수가 전염병, 그 말 갖고 정부를 비꼰 적이 있죠, 기억납니다. 아마 알면서도 그랬을 거예요. 박상표 씨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나오기 전에는 한우가 위험하다고 계속 얘기했어요. 광우병 검사해라… 그러다가 그걸 미국산 쇠고기에 적용한 거죠. 미국의 도축장 사정이 SRM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서도 미국산 도축장을 평가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SRM를 철저하게 제거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도축장 사정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정지민 : SRM 제거시설이라는 게 한국에서는 생긴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국내 세 번째 SRM 제거시설이 2007년 말에 완공되었다더라고요. 그러면서 미국산 소가 SRM 제거를 안 하한다고 공격하니까 이상한 거죠. 광우병 위험을 과장한 분들은 정말 철저한 예방론자, 제로베이스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미국산 쇠고기에 반대했다면, 다른 쇠고기에도 마찬가지로 했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OIE 폄하도 상당했죠. 특히 우희종 씨는 EU의 기준은 ‘누구나 지켜야 하는 과학적 기준’으로, OIE 기준은 권고사항에 불과한 것이라고 했죠. 이건 논리적으로 말이 전혀 되지 않는 것이, EU 기준은 실제로 유럽에서 강제로 지키고 있는 법이니까 그거에 대해서 ‘누구나 지켜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주관인 것이잖아요? 반면 OIE 기준이 권고 사항이라는 것은 사실적시인 동시에 별 의미가 없는 사실 적시인 것이죠. 권고든 강제든 당사자들에게 맞는, 합리적인 기준이냐가 중요한 것이니까요. PD수첩에서도 똑같이 주장했고요.
양기화 : 유럽은 여러 나라로 구성되지만 역내 통상에 있어 하나이기 때문에 단일기준이 필요합니다. 또한 유럽에서 벌어진 광우병사태의 상황과 리스크를 감안해서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거죠. 그런데 요즈음 EU 국가 등에서도 프리온 질환 관련 연구보조비는 대폭 축소되고 있어요. 왜냐, 광우병이 통제단계에 들어서 있다고 보는 거죠. 그러니까 최신 연구자료에 근거해서 광우병 검사기준을 30개월에서 48개월로 올렸는데, 왜 유럽 기준을 노래 부르던 이들이 그건 언급도 하지 않느냐는 거죠. 그 사람들이 인용하는 데이터 자체도 문제일 때가 많았어요. 논문은 정말 선별해서 읽어야 해요. 그래서 어떤 팩트를 보려면 관련 논문을 갖다놓고 그룹별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비교해서 읽어야 해요. 그런데 검증 안 되고 영향력지수가 낮은 쪽의 것을 인용한다거나… .뭐 그런 일들이 많았죠. OIE(국제수역사무국)를 폄하한 이들의 이야기는 OIE 신뢰도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일 뿐입니다. 통상문제는 OIE 기준을 당사자들이 참조하는 거지 OIE 기준대로 통상기준을 삼는 건 아니고 그걸로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죠. OIE 기준 자체가 통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것이니까요. 통상에서 문제가 있다는 송기호 변호사의 주장도 별로 타당하지 않은 것 같아요. 협상은 쌍방의 문제잖아요. 협상테이블에 무얼 올려놓느냐가 중요한 건데, 무슨 EU나 일본의 기준을 우리에게도 적용해라? 이건 그 사람이 과연 통상전문가인가 의심스러운 이야기죠. OIE는 동물의 위생이 사람의 위생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개념에서 시작된 거에요. 목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동물 질병을 관리할 필요가 있어서 만들어진 국제기구죠. OIE에서 BSE를 감시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그 나라에서 도축되고 있는 소 숫자를 맞추어서 감시해야할 대상 점수를 정했죠. 처음엔 3단계로 청정국, 위험국 이런 식으로요. 당시 기준은 다우너나 건강한 소나 1점이었는데 별로 합리적이지 않았어요. 다우너에서 BSE 확률이 정상소보다 높잖아요. 그래서 다우너를 검사하면 점수를 많이 주는 식으로 바뀌게 됐어요. 8만점인가 받아야 광우병 통제국이 됩니다. 그런데 그걸 미국이 주도한 것 이라고 주장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정지민 : PD수첩에서 인용한 마이클 핸슨은 정확히 어떤 OIE의 규정을 미국에서 주장 또는 주도했는지 말도 못하더군요. 그런데 들어보니 더 합리적인 기준으로 바뀐 거네요.
양기화 : 그렇죠. 새로 바뀐 OIE 기준은 과학적인 것이에요. 그리고 이 기준은 회원국에서 충분히 검토되어 승인된 거죠. 2000년대 초 우리나라는 OIE 기준보다 몇 배 이상 감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 정상소가 주로 검사대상이어서 별 의미가 없어요. OIE는 국제기구예요. 미국의 영향을 받는다? 타당하지 않아요. OIE 과학기준은 그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에서 논의하고 그 자료를 각국에 뿌려서 의견을 통합정리해서 총회로 가는 시스템이에요. 미국이 좌지우지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헛소리이죠. 그 엄격한 유럽에서 괜히 48개월로 상향조정했겠어요. 왜 OIE가 유럽보다 한 단계 낮아 보이는 기준을 정하냐하면, 유럽은 이미 BSE로 오염이 되어서 난리가 난 동네고 OIE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요.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호주나 남미에 유럽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불합리하죠. 미국도 마찬가지에요. OIE 기준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미국의 BSE 감시체계가 중간에 한 번 바뀌는데, 표준 샘플링을 해서 OIE 기준대로 소위 다우너 소에 대해 중점적으로 광우병 검사를 했어요. 거기서 두 마리 발견된 거예요.
정지민 : 제가 처음에 PD수첩의 영어부분 감수단계에서, 그리고 추후에 PD수첩 사태를 알고 문제제기한 부분이… .이론적으로는 다우너가 광우병 확률이 정상 소보다는 높으나 PD수첩이 자료로 쓴 다우너 영상에서는 그런 소 중 못 일으키는 것들이 폐기되었다는 것, 일으킨 소들은 긴 통로를 걸어 들어가야 했고 어차피 1차 검사 받은 소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영국과는 아예 맥락과 환경이 다르다는 점이 있는데, 광우병 우려 소가 도축되어서 식품 체인으로 들어갔다고 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이었거든요.
양기화 : 그렇죠. 도축된 소들은 통로를 걸어서 킬 박스(kill box) 안으로 들어갔는데 설령 광우병 소였다 하더라도 사람이 그 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제로에 가깝죠. 시각적인 효과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 것이에요. 또 다우너의 원인이 엄청 많고, 우리나라도 다우너 소가 물론 있고 도축 많이 합니다.
정지민 : 그러게 말입니다. 다우너 자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광우병 우려 소,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불러가면서 보여줬으니… 그것도 심한 소들은 아예 도축되지도 않았고… 멜라민 파동처럼 실제로 제품에서 위험물질이 검출된 경우도 아니고 도축 전 과정에서 있었던 일, 즉 엄청 미미한 개연성을 갖고 그렇게 한 거죠.
양기화 : 그렇죠. 우리나라가 수입한 중국산 분유제품이 많거든요. 정말 아이의 건강이 걱정되어 살벌한 시위현장에 까지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나온 것이었다면, 유모차 끌고나왔던 엄마들은 멜라민 파동 때는 중국대사관에 가서 뒤집었어야죠.
정지민 : 젖소의 경우 광우병에 특히 더 노출되어 있나요? PD수첩에서는 젖소를 그 의미로 사용하지 않은 그레거의 말을 인용해서 “이런 소”라고 지칭했죠. 광우병 우려 소라는 뉘앙스로.
양기화 : 젖소는 일생동안 젖을 내잖아요. 젖을 내려면 뼈 속의 칼슘을 이용해서 그게 빠져나가니까 칼슘부족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다우너 중에는 젖소가 많아요. 그런데 영국에서 왜 젖소 광우병이 많았냐 하면, 2차 대전 끝나고 육골분을 젖소한테 먼저 주었어요. 단백질을 공급받아야 우유를 많이 만드니까요. 그래서 육골분을 시럽에 섞어서 먹였대요. 그래서 초창기에 젖소에서 광우병이 많이 나온 거죠. 즉 다우너가 잘 되는 젖소가, 리스크가 있는 육골분을 많이 먹은 건데… 그래서 영국 내 육골분 제조 사이클에서 위험한 구조가 형성된 거죠. 그리고 영국은 대형 육골분제조업체가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스코틀랜드에서는 광우병이 없었어요. 육골분을 전통적인 방법을 써서 제조했다고 해요.
정지민 : 결국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마이클 그레거가 PD수첩의 7월 해명방송에서, 젖소가 광우병 위험이 크다는 얘길 한 건 엄밀히 말하면 영국의 육골분 문제였군요. 젖소가 단지 오래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육골분 문제니까… 스코틀랜드에서조차 육골분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로 광우병이 없었는데… 역시 영국과 미국의 다우너를 같은 것으로 보기엔 큰 무리가 있는 거네요.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미국의 광우병 검사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죠. 충분히 조사하지 않는다면서… PD수첩에서는 1차 검사를 육안으로 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게 광우병 검사라는 허위사실을 보도하기도 했고요.
양기화 : 현재 살아있는 상태에서 광우병을 확진할 수는 없어요. 도축된 소여야 광우병을 검사할 수 있는데 머리 부검을 하죠. 광우병 검사… 물론 미국에서 0.01% 가량만 조사하죠. 그런데 그 0.01%는… 심한 다우너를 비롯해서 고위험군의 소들을 대상으로 하죠. 그래서 광우병 통제국 지위를 얻을 수 있었어요. 점수를 잘 받으니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정상소 위주로 검사했죠. 미국은 정상소를 조사해보니 광우병 소가 안 나오더라… 그러니까 그 많은 소들을 다 조사 안 하는 거죠. 미국은 문제그룹을 선택, 집중한 겁니다.
정지민 : 미국의 SRM 기준도 유럽의 SRM 기준과 확실히 다른데, 환경간의 차이는 전혀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더 엄격한 유럽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도 했었죠. PD수첩에서도 유럽 기준인지 뭔지 말하지도 않고 SRM이 총 7가지라고도 했었고요. 그런데 미국에서 SRM 부위를 적게 설정한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까?
유수민 : 어떤 부위를 SRM으로 하느냐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도 한데요. 왜냐하면 자꾸 실험을 거치다보면 새로운 부분이 위험부위가 되기도 하고 어떤 부위는 종류에 따라 위험부위가 아니게도 됩니다. SRM은 향후에도 통일된 기준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비전형 광우병의 일부는 임파조직 친화성이 없어 회장과 편도에서 변형프리온이 검출되지 않은 예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회장과 편도가 SRM에서 빠지게 되는 거죠.
양기화 : 그렇죠. 일반적인 기준을 보면, 유럽은 소장 전체를 SRM으로 규정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건 유럽전체가 BSE가 만연해있기 때문에 그런 사회인식 때문에 그런 거죠.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정하고 있는 SRM에 해당하는 창자부위는 소장이 대장으로 넘어가는 부위가 되는 회장 끝부분 2m인데, 이 곳에는 임파조직이 풍부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장의 다른 부분이나 대장에서도 임프조직을 볼 수 있죠. 우 교수는 회장 말단 말고도 임파절이 공장이나 십이지장 이런데서 보일 수 있다고 설명을 했는데, 소장 이외에 나오는 임파절이 광우병에 리스크가 있느냐가 문제죠. 우 교수는 단순히 회장 말단에 나오는 임파절이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곤장이나 십이지장에 나오는 임파절도 위험하다고 하는 거죠. 거기에 임프절이 있지만, 변형 프리온에 대한 면역염색을 해보면 어디를 통해 들어오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일단은 회장 말단을 통해서만 들어오더라는 거죠. 그래서 그 부위를 SRM으로 지정한 거죠. 콜로라도 대학에서 미국도축장을 조사했는데 도축장에서 회장 말단 2m를 제대로 잘라내더라는 거죠. 그래서 미국도축장의 SRM관리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요. 독일에서는 이분 도체한 다음 물로 쏴서 척수조직을 세척한 후 근육에 변형 프리온이 검출되는지 확인해봤는데 안 나왔다는 거죠. 유럽에서도 그런데 미국에서 굳이 SRM을 유럽처럼 지정할 필요가 없죠.
정지민 : 또 외국 서적도 광우병 파동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리처드 로즈가 쓴 죽음의 향연인가? 하는 책의 경우 본인이 이미 입장을 철회했고… 아까 언급이 된 콤 켈러허의 책도 있었죠. 전 보진 않았지만 인간광우병 환자가 미국 내에서 CJD 환자로 은폐되고 있다는, 선정적이고 음모론적인 소설 같더라고요. 학위를 받았어도 판타지에 가까운 것에 기초해서 허위주장을 펴는 사람은 어느 분야에나 많으니까요.
양기화 : 콤 켈러허가 쓴 책은 완전히 소설입니다.
유수민 : 제 생각에는 네티즌뿐들 아니라 일부 전문가 그룹이라는 사람들이 이 두 권의 책의 영향을 일정 부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저도 그 책들을 읽어봤지만 인정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의구심이 든 것은 그 책들 내용대로라면 지금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이 만연해 있어야 할 텐데 통계 자료들을 찾아보니 전 세계적으로 광우병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보고된 국가별 광우병 발생 건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2008년도 마찬가지로 전 해보다 더 줄은 상태입니다. 일단 영국과 아일랜드의 경우 각각 25건과 22건으로 불과 5년 전만해도 1000건에 육박하던 것이(최고 절정기인 1992년에는 3만 7천건) 이제는 채 50건이 되질 않습니다. 나머지 나라에서 발견된 것이 모두 합쳐서 26건인데 그 중 포르투갈이 12건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나라들은 모두 한자리 수 발병을 보이고 있거나 발병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기화 : 켈러허의 가설은… 미국 내의 프리온 관련 질환들 모든 것을 가쥬섹에게 씌우고 잇죠. 가쥬섹이 파푸아뉴기니에서 환자를 조사하면서 사망한 자에 대해 부검을 해요. 뇌를 꺼내서 워싱턴에 있는 실험실로 보내고, 거기서 원숭이하고 쥐와 같은 실험동물에게 쿠루환자의 뇌 조직을 이식하는 실험을 했어요. 켈러허의 가설은 그 연구소에서 탈출한 실험동물이 미국대륙을 가로질러서 로키산맥까지 가서 CWD를 발생시켰고… 그게 또 BSE로, vCJD로… 황당한 소설이죠. X파일 같은 내용이에요. 미국 내 CJD환자가 사실 광우병인데 은폐된 것이다, 뭐 이런 내용이죠.
유수민 : 저 같은 경우는 간접적인 자료가 아니라 직접적인 자료를 찾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켈러허 같은 이들의 견해가 문제점이 많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각종 통계 자료와 광우병 연구자들이 직접, 되도록 최근에 쓴 연구논문, 리뷰논문, 그리고 최대 피해국인 영국 정부에서 발간한 ‘광우병 백서’ 등이 있죠. 결국 이 자료들을 종합하지 않고 지엽적인 부분들만 봤을 때 그리고 그런 부분만 인위적으로 선택해서 가공했을 때 꽤 괜찮은 공포소설 하나 쓸 수 있겠더군요. 하지만 그 흐름과 추세는 속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정지민 : 치매 환자도 무슨 은폐된 인간광우병 환자라는 괴담도 있었는데 양기화 박사님은 치매 전문가로서 황당하셨겠어요.
양기화 : 제가 미국에 공부하러 간 것이 1991년이었는데 그 때 치매가 사회적 이슈였어요. 미국정부 발표 데이터에서 미국 치매환자 400만 명이라고 했지요. 요즘은 500만 명이래요. 미국민의 인구동태변화를 반영한 정도죠. 80년대에서 90년대 가면서 미국에서 치매환자에 대한 부검률이 급증했는데, 치매를 사망 전 확진하는 방법이 없었고, 뇌를 꺼내야 정확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죠. 지금은 과거와 달리 피 검사, MRI등 진단기술이 발전하다보니 미국의 부검률이 낮아지게 되었어요. 켈러허가 인용한 데이터는 부검률과 관련된 거예요.
유수민 : 저도 제일 황당하게 느낀 주장 중에 하나가 바로 치매의 상당수가 광우병 걸린 소고기를 먹어서 생겼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연도별 광우병 발병 통계 그래프와 치매 환자 연도별 증가율 그래프를 그럴 듯하게 엮어 놓고 광우병과 치매가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죠.
정지민 : 즉 데이터가 많아지니까 치매환자 자체가 아니라 치매환자로 알려진 사람이 급증한 건 당연한데… 그 중 일부가 사실은 인간광우병이다, 뭐 이런 괴담이 나온 거군요.
양기화 : 발견된 인간광우병 환자가 전 세계로 213명인가? 미국에는 보고된 사람들은 영국이나 사우디에서 온 사람들이죠. vCJD는 작년에는 발생이 없고 올해도 없고..그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vCJD는 통제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유수민 : 실제 최근 몇 년이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이해의 변곡점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즉 짙은 안개 속에서 빠져 나와 뭔가 좀 윤곽이 드러나는 시기였다는 거죠. 그 변곡점의 방향은 다행스럽게도 안전성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이 변화의 방향을 알아보지 못하고 과거의 견해와 과거의 지식만을 근거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들여다봤다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문제에 대처하는 사회 각계의 반응이 성숙하지 못하고 이념 대립보다 더 심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 시켜 사태가 확대된 것이 불행이었습니다.
양기화 : 한 가지 해결해야하는 문제는… VV형과 MV 형이 과거에 감염되었던 인간광우병이 서브클리니칼(subclinical)로 나타나는 부분 그리고 혈액을 통해 전달될 가능성의 문제가 숙제로 남아있지만, 전체적으로 통제된다고 보고, 그리고 BSE 자체가 영국에서 통제가 되고 있고요 SRM 제거해서 푸드체인에서 분리 폐기하는 것이죠. 예전 영국 내에서 1년에 3만 마리씩 BSE가 발생해서 폐기할 때 소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정상소로 감지되어서 도축되고, 그렇게 푸드체인에 들어온 소 양이 적지 않았어요. 수십만 톤이었대요. 그래서 영국에서 발생한 인간광우병 환자가 200명이었던 것이죠. 지금은 기본적으로 BSE가 통제되고 SRM은 푸드체인에 못 들어오고 있죠. 그럼 새로 감염되어서 발생할 vCJD는 없다는 거죠. 잠복기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요. 쿠루의 경우도 파푸아뉴기니에서 이미 MM타입은 제로라고 되어있어요. 그 정도로 통제가 되어있고요. 다만 VV타입이 잠복기가 기니까 예전에 감염된 사람이 앞으로 발병할 수는 있죠. 프리온질환에 대한 우희종교수의 논리대로 하면 포레족은 전멸했어야 해요. 사람 뇌를 꺼내서 먹었는데요. 그런데 쿠루가 한참 유행할 때도 발병율이 2% 미만이었다는 거예요.
유수민 : 나중에 좀 더 자세한 연구 결과들을 가지고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번 광우병 사태에 대한 과학계의 방황은 솔직히 좀 독특한 경우이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습니다. 즉, 평소 학계나 연구자들이 관심 갖고 있지 않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사건인데다 인간광우병이라는 것 자체가 의학, 수의학, 단백질학, 유전학, 분자생물학, 역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이해가 필요한 질병이라서 더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향후 5년 이내에 어떤 식으로든 더 분명한 방향이 주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영장류에 대한 실험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이 실험들에서 비전형 광우병들이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지어진다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입니다. 어차피 전형적인 광우병은 육골분 사료 금지로 통제가 가능하니까요.
정지민 : PD수첩에서 보도한 아레사 빈슨의 케이스에 대해 아실 텐데요. 이 사람들이 MRI 결과를 vCJD로 바꿀 근거가 없다는 게 드러나니까, CJD라는 용어를 빈슨의 모친이 통합개념으로 썼다는 것이었거든요.
양기화 : CJD랑 vCJD는 혼용하면 안 되는 개념입니다. sCJD는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아요. fCJD는 원인이 알려져 있죠. 유전적으로 원인이 되어있죠. 쿠루도 변형 프리온을 먹어서 발병해요. vCJD 는 BSE로부터 오는 거에요. 그러니까 원래 변형이고 뭐고 CJD라는 명칭을 붙였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어요. 이름을 달리해야할 필요가 있어요. 질환 명칭을 정할 때는 원인, 발병경로, 증상을 보고 하죠. 그런데 vCJD는 sCJD와 증상도 차이가 있는 다른 질환이죠. 근데 최초에 주 병리소견이 sCJD와 흡사하다고 여겼고… 그때는 역학을 규명하지 못했거든요. 프리온 질환이라는게 공통점이지만 분류표로는 잘못되어 있는 거죠. 현미경으로 보니 눈에 딱 들어오는 게 CJD 비슷해보여서 그렇게 한 거죠. 명칭을 BSE와 관련된 프리온 질환 이렇게 해서 CJD랑 혼동되지 않게끔 해야죠. TSE는 큰 카테고리이고 그 안에 다 들어가는 겁니다. 그런데 우희종 교수는 혼동해서 이야기합니다. CJD는 통합개념이 아님에도 우 교수가 통합개념이라고 하는 것은 수의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사람의 질환에 대한 개념이 정리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네요.
정지민 : 결국 처음 발견될 때,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름부터 붙여서 vCJD가 된 것이네요
양기화 : 그렇죠. sCJD는 일단 기본적인 병리검사에서 신경세포가 없어져야하고, 뇌에 구멍이 나야하고, 별세포가 늘어나야 하는 3가지 진단기준을 충족해야 해요. 그런데 갑자기 10대 CJD 환자가 생겨서 죽었는데 부검해보니 이 3가지를 충족해요. 근데 여기는 꽃무늬 플라크가 나타난 거예요. 근데 이게 쿠루병에는 나타나지만 sCJD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아요. 그 이후 발생한 사례들이 계속 꽃무늬 플라크가 나오더라는 거죠. 이것만 빼놓으면 CJD 같다는 생각에 새로운 변종 CJD, 그러니까 vCJD가 된 거죠. 나중에 꽃무니 플라크가 vCJD의 진단 기준이 되죠. 원인이 BSE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경위는… 나중에 접종실험을 해보니 그 패턴이 BSE와 vCJD 가 일치하더라는 거죠. CJD와 vCJD 두 질환은 임상 양상도 좀 차이가 있어요. vCJD는 정신과적인 문제가 먼저 나타나고 뒤에 치매나 증상이 따라오는데… 전체적인 질병경과는 vCJD가 길어요. 3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도 있어요. sCJD는 1년 안에 90%가 죽고 2년 안에 다 죽어요.
양기화 : 그렇죠. 새로 바뀐 OIE 기준은 과학적인 것이에요. 그리고 이 기준은 회원국에서 충분히 검토되어 승인된 거죠. 2000년대 초 우리나라는 OIE 기준보다 몇 배 이상 감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 정상소가 주로 검사대상이어서 별 의미가 없어요. OIE는 국제기구예요. 미국의 영향을 받는다? 타당하지 않아요. OIE 과학기준은 그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회의에서 논의하고 그 자료를 각국에 뿌려서 의견을 통합정리해서 총회로 가는 시스템이에요. 미국이 좌지우지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헛소리이죠. 그 엄격한 유럽에서 괜히 48개월로 상향조정했겠어요. 왜 OIE가 유럽보다 한 단계 낮아 보이는 기준을 정하냐하면, 유럽은 이미 BSE로 오염이 되어서 난리가 난 동네고 OIE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해요.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호주나 남미에 유럽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은 불합리하죠. 미국도 마찬가지에요. OIE 기준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미국의 BSE 감시체계가 중간에 한 번 바뀌는데, 표준 샘플링을 해서 OIE 기준대로 소위 다우너 소에 대해 중점적으로 광우병 검사를 했어요. 거기서 두 마리 발견된 거예요.
정지민 : 제가 처음에 PD수첩의 영어부분 감수단계에서, 그리고 추후에 PD수첩 사태를 알고 문제제기한 부분이… .이론적으로는 다우너가 광우병 확률이 정상 소보다는 높으나 PD수첩이 자료로 쓴 다우너 영상에서는 그런 소 중 못 일으키는 것들이 폐기되었다는 것, 일으킨 소들은 긴 통로를 걸어 들어가야 했고 어차피 1차 검사 받은 소들이었다는 것, 그리고 영국과는 아예 맥락과 환경이 다르다는 점이 있는데, 광우병 우려 소가 도축되어서 식품 체인으로 들어갔다고 하는 것이 무리라는 것이었거든요.
양기화 : 그렇죠. 도축된 소들은 통로를 걸어서 킬 박스(kill box) 안으로 들어갔는데 설령 광우병 소였다 하더라도 사람이 그 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제로에 가깝죠. 시각적인 효과가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 것이에요. 또 다우너의 원인이 엄청 많고, 우리나라도 다우너 소가 물론 있고 도축 많이 합니다.
정지민 : 그러게 말입니다. 다우너 자체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광우병 우려 소,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불러가면서 보여줬으니… 그것도 심한 소들은 아예 도축되지도 않았고… 멜라민 파동처럼 실제로 제품에서 위험물질이 검출된 경우도 아니고 도축 전 과정에서 있었던 일, 즉 엄청 미미한 개연성을 갖고 그렇게 한 거죠.
양기화 : 그렇죠. 우리나라가 수입한 중국산 분유제품이 많거든요. 정말 아이의 건강이 걱정되어 살벌한 시위현장에 까지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나온 것이었다면, 유모차 끌고나왔던 엄마들은 멜라민 파동 때는 중국대사관에 가서 뒤집었어야죠.
정지민 : 젖소의 경우 광우병에 특히 더 노출되어 있나요? PD수첩에서는 젖소를 그 의미로 사용하지 않은 그레거의 말을 인용해서 “이런 소”라고 지칭했죠. 광우병 우려 소라는 뉘앙스로.
양기화 : 젖소는 일생동안 젖을 내잖아요. 젖을 내려면 뼈 속의 칼슘을 이용해서 그게 빠져나가니까 칼슘부족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서 다우너 중에는 젖소가 많아요. 그런데 영국에서 왜 젖소 광우병이 많았냐 하면, 2차 대전 끝나고 육골분을 젖소한테 먼저 주었어요. 단백질을 공급받아야 우유를 많이 만드니까요. 그래서 육골분을 시럽에 섞어서 먹였대요. 그래서 초창기에 젖소에서 광우병이 많이 나온 거죠. 즉 다우너가 잘 되는 젖소가, 리스크가 있는 육골분을 많이 먹은 건데… 그래서 영국 내 육골분 제조 사이클에서 위험한 구조가 형성된 거죠. 그리고 영국은 대형 육골분제조업체가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스코틀랜드에서는 광우병이 없었어요. 육골분을 전통적인 방법을 써서 제조했다고 해요.
정지민 : 결국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마이클 그레거가 PD수첩의 7월 해명방송에서, 젖소가 광우병 위험이 크다는 얘길 한 건 엄밀히 말하면 영국의 육골분 문제였군요. 젖소가 단지 오래 살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육골분 문제니까… 스코틀랜드에서조차 육골분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로 광우병이 없었는데… 역시 영국과 미국의 다우너를 같은 것으로 보기엔 큰 무리가 있는 거네요.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미국의 광우병 검사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죠. 충분히 조사하지 않는다면서… PD수첩에서는 1차 검사를 육안으로 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게 광우병 검사라는 허위사실을 보도하기도 했고요.
양기화 : 현재 살아있는 상태에서 광우병을 확진할 수는 없어요. 도축된 소여야 광우병을 검사할 수 있는데 머리 부검을 하죠. 광우병 검사… 물론 미국에서 0.01% 가량만 조사하죠. 그런데 그 0.01%는… 심한 다우너를 비롯해서 고위험군의 소들을 대상으로 하죠. 그래서 광우병 통제국 지위를 얻을 수 있었어요. 점수를 잘 받으니까요. 우리나라의 경우 정상소 위주로 검사했죠. 미국은 정상소를 조사해보니 광우병 소가 안 나오더라… 그러니까 그 많은 소들을 다 조사 안 하는 거죠. 미국은 문제그룹을 선택, 집중한 겁니다.
정지민 : 미국의 SRM 기준도 유럽의 SRM 기준과 확실히 다른데, 환경간의 차이는 전혀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더 엄격한 유럽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도 했었죠. PD수첩에서도 유럽 기준인지 뭔지 말하지도 않고 SRM이 총 7가지라고도 했었고요. 그런데 미국에서 SRM 부위를 적게 설정한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까?
유수민 : 어떤 부위를 SRM으로 하느냐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도 한데요. 왜냐하면 자꾸 실험을 거치다보면 새로운 부분이 위험부위가 되기도 하고 어떤 부위는 종류에 따라 위험부위가 아니게도 됩니다. SRM은 향후에도 통일된 기준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비전형 광우병의 일부는 임파조직 친화성이 없어 회장과 편도에서 변형프리온이 검출되지 않은 예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회장과 편도가 SRM에서 빠지게 되는 거죠.
양기화 : 그렇죠. 일반적인 기준을 보면, 유럽은 소장 전체를 SRM으로 규정하고 있기는 합니다. 그건 유럽전체가 BSE가 만연해있기 때문에 그런 사회인식 때문에 그런 거죠.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정하고 있는 SRM에 해당하는 창자부위는 소장이 대장으로 넘어가는 부위가 되는 회장 끝부분 2m인데, 이 곳에는 임파조직이 풍부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장의 다른 부분이나 대장에서도 임프조직을 볼 수 있죠. 우 교수는 회장 말단 말고도 임파절이 공장이나 십이지장 이런데서 보일 수 있다고 설명을 했는데, 소장 이외에 나오는 임파절이 광우병에 리스크가 있느냐가 문제죠. 우 교수는 단순히 회장 말단에 나오는 임파절이 위험하다는 이유만으로 곤장이나 십이지장에 나오는 임파절도 위험하다고 하는 거죠. 거기에 임프절이 있지만, 변형 프리온에 대한 면역염색을 해보면 어디를 통해 들어오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일단은 회장 말단을 통해서만 들어오더라는 거죠. 그래서 그 부위를 SRM으로 지정한 거죠. 콜로라도 대학에서 미국도축장을 조사했는데 도축장에서 회장 말단 2m를 제대로 잘라내더라는 거죠. 그래서 미국도축장의 SRM관리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요. 독일에서는 이분 도체한 다음 물로 쏴서 척수조직을 세척한 후 근육에 변형 프리온이 검출되는지 확인해봤는데 안 나왔다는 거죠. 유럽에서도 그런데 미국에서 굳이 SRM을 유럽처럼 지정할 필요가 없죠.
정지민 : 또 외국 서적도 광우병 파동에 한 몫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리처드 로즈가 쓴 죽음의 향연인가? 하는 책의 경우 본인이 이미 입장을 철회했고… 아까 언급이 된 콤 켈러허의 책도 있었죠. 전 보진 않았지만 인간광우병 환자가 미국 내에서 CJD 환자로 은폐되고 있다는, 선정적이고 음모론적인 소설 같더라고요. 학위를 받았어도 판타지에 가까운 것에 기초해서 허위주장을 펴는 사람은 어느 분야에나 많으니까요.
양기화 : 콤 켈러허가 쓴 책은 완전히 소설입니다.
유수민 : 제 생각에는 네티즌뿐들 아니라 일부 전문가 그룹이라는 사람들이 이 두 권의 책의 영향을 일정 부분 받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저도 그 책들을 읽어봤지만 인정할 수 없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의구심이 든 것은 그 책들 내용대로라면 지금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이 만연해 있어야 할 텐데 통계 자료들을 찾아보니 전 세계적으로 광우병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 보고된 국가별 광우병 발생 건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2008년도 마찬가지로 전 해보다 더 줄은 상태입니다. 일단 영국과 아일랜드의 경우 각각 25건과 22건으로 불과 5년 전만해도 1000건에 육박하던 것이(최고 절정기인 1992년에는 3만 7천건) 이제는 채 50건이 되질 않습니다. 나머지 나라에서 발견된 것이 모두 합쳐서 26건인데 그 중 포르투갈이 12건으로 가장 많고 나머지 나라들은 모두 한자리 수 발병을 보이고 있거나 발병하지 않고 있습니다.
양기화 : 켈러허의 가설은… 미국 내의 프리온 관련 질환들 모든 것을 가쥬섹에게 씌우고 잇죠. 가쥬섹이 파푸아뉴기니에서 환자를 조사하면서 사망한 자에 대해 부검을 해요. 뇌를 꺼내서 워싱턴에 있는 실험실로 보내고, 거기서 원숭이하고 쥐와 같은 실험동물에게 쿠루환자의 뇌 조직을 이식하는 실험을 했어요. 켈러허의 가설은 그 연구소에서 탈출한 실험동물이 미국대륙을 가로질러서 로키산맥까지 가서 CWD를 발생시켰고… 그게 또 BSE로, vCJD로… 황당한 소설이죠. X파일 같은 내용이에요. 미국 내 CJD환자가 사실 광우병인데 은폐된 것이다, 뭐 이런 내용이죠.
유수민 : 저 같은 경우는 간접적인 자료가 아니라 직접적인 자료를 찾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켈러허 같은 이들의 견해가 문제점이 많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각종 통계 자료와 광우병 연구자들이 직접, 되도록 최근에 쓴 연구논문, 리뷰논문, 그리고 최대 피해국인 영국 정부에서 발간한 ‘광우병 백서’ 등이 있죠. 결국 이 자료들을 종합하지 않고 지엽적인 부분들만 봤을 때 그리고 그런 부분만 인위적으로 선택해서 가공했을 때 꽤 괜찮은 공포소설 하나 쓸 수 있겠더군요. 하지만 그 흐름과 추세는 속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정지민 : 치매 환자도 무슨 은폐된 인간광우병 환자라는 괴담도 있었는데 양기화 박사님은 치매 전문가로서 황당하셨겠어요.
양기화 : 제가 미국에 공부하러 간 것이 1991년이었는데 그 때 치매가 사회적 이슈였어요. 미국정부 발표 데이터에서 미국 치매환자 400만 명이라고 했지요. 요즘은 500만 명이래요. 미국민의 인구동태변화를 반영한 정도죠. 80년대에서 90년대 가면서 미국에서 치매환자에 대한 부검률이 급증했는데, 치매를 사망 전 확진하는 방법이 없었고, 뇌를 꺼내야 정확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죠. 지금은 과거와 달리 피 검사, MRI등 진단기술이 발전하다보니 미국의 부검률이 낮아지게 되었어요. 켈러허가 인용한 데이터는 부검률과 관련된 거예요.
유수민 : 저도 제일 황당하게 느낀 주장 중에 하나가 바로 치매의 상당수가 광우병 걸린 소고기를 먹어서 생겼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연도별 광우병 발병 통계 그래프와 치매 환자 연도별 증가율 그래프를 그럴 듯하게 엮어 놓고 광우병과 치매가 마치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죠.
정지민 : 즉 데이터가 많아지니까 치매환자 자체가 아니라 치매환자로 알려진 사람이 급증한 건 당연한데… 그 중 일부가 사실은 인간광우병이다, 뭐 이런 괴담이 나온 거군요.
양기화 : 발견된 인간광우병 환자가 전 세계로 213명인가? 미국에는 보고된 사람들은 영국이나 사우디에서 온 사람들이죠. vCJD는 작년에는 발생이 없고 올해도 없고..그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vCJD는 통제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유수민 : 실제 최근 몇 년이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 이해의 변곡점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즉 짙은 안개 속에서 빠져 나와 뭔가 좀 윤곽이 드러나는 시기였다는 거죠. 그 변곡점의 방향은 다행스럽게도 안전성을 향해 가고 있었습니다. 이 변화의 방향을 알아보지 못하고 과거의 견해와 과거의 지식만을 근거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들여다봤다는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문제에 대처하는 사회 각계의 반응이 성숙하지 못하고 이념 대립보다 더 심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 시켜 사태가 확대된 것이 불행이었습니다.
양기화 : 한 가지 해결해야하는 문제는… VV형과 MV 형이 과거에 감염되었던 인간광우병이 서브클리니칼(subclinical)로 나타나는 부분 그리고 혈액을 통해 전달될 가능성의 문제가 숙제로 남아있지만, 전체적으로 통제된다고 보고, 그리고 BSE 자체가 영국에서 통제가 되고 있고요 SRM 제거해서 푸드체인에서 분리 폐기하는 것이죠. 예전 영국 내에서 1년에 3만 마리씩 BSE가 발생해서 폐기할 때 소가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정상소로 감지되어서 도축되고, 그렇게 푸드체인에 들어온 소 양이 적지 않았어요. 수십만 톤이었대요. 그래서 영국에서 발생한 인간광우병 환자가 200명이었던 것이죠. 지금은 기본적으로 BSE가 통제되고 SRM은 푸드체인에 못 들어오고 있죠. 그럼 새로 감염되어서 발생할 vCJD는 없다는 거죠. 잠복기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요. 쿠루의 경우도 파푸아뉴기니에서 이미 MM타입은 제로라고 되어있어요. 그 정도로 통제가 되어있고요. 다만 VV타입이 잠복기가 기니까 예전에 감염된 사람이 앞으로 발병할 수는 있죠. 프리온질환에 대한 우희종교수의 논리대로 하면 포레족은 전멸했어야 해요. 사람 뇌를 꺼내서 먹었는데요. 그런데 쿠루가 한참 유행할 때도 발병율이 2% 미만이었다는 거예요.
유수민 : 나중에 좀 더 자세한 연구 결과들을 가지고 언급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번 광우병 사태에 대한 과학계의 방황은 솔직히 좀 독특한 경우이기 때문에 그런 면도 있습니다. 즉, 평소 학계나 연구자들이 관심 갖고 있지 않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사건인데다 인간광우병이라는 것 자체가 의학, 수의학, 단백질학, 유전학, 분자생물학, 역학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이해가 필요한 질병이라서 더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향후 5년 이내에 어떤 식으로든 더 분명한 방향이 주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영장류에 대한 실험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이 실험들에서 비전형 광우병들이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고 결론지어진다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입니다. 어차피 전형적인 광우병은 육골분 사료 금지로 통제가 가능하니까요.
정지민 : PD수첩에서 보도한 아레사 빈슨의 케이스에 대해 아실 텐데요. 이 사람들이 MRI 결과를 vCJD로 바꿀 근거가 없다는 게 드러나니까, CJD라는 용어를 빈슨의 모친이 통합개념으로 썼다는 것이었거든요.
양기화 : CJD랑 vCJD는 혼용하면 안 되는 개념입니다. sCJD는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않아요. fCJD는 원인이 알려져 있죠. 유전적으로 원인이 되어있죠. 쿠루도 변형 프리온을 먹어서 발병해요. vCJD 는 BSE로부터 오는 거에요. 그러니까 원래 변형이고 뭐고 CJD라는 명칭을 붙였다는 것 자체가 무리가 있어요. 이름을 달리해야할 필요가 있어요. 질환 명칭을 정할 때는 원인, 발병경로, 증상을 보고 하죠. 그런데 vCJD는 sCJD와 증상도 차이가 있는 다른 질환이죠. 근데 최초에 주 병리소견이 sCJD와 흡사하다고 여겼고… 그때는 역학을 규명하지 못했거든요. 프리온 질환이라는게 공통점이지만 분류표로는 잘못되어 있는 거죠. 현미경으로 보니 눈에 딱 들어오는 게 CJD 비슷해보여서 그렇게 한 거죠. 명칭을 BSE와 관련된 프리온 질환 이렇게 해서 CJD랑 혼동되지 않게끔 해야죠. TSE는 큰 카테고리이고 그 안에 다 들어가는 겁니다. 그런데 우희종 교수는 혼동해서 이야기합니다. CJD는 통합개념이 아님에도 우 교수가 통합개념이라고 하는 것은 수의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사람의 질환에 대한 개념이 정리되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네요.
정지민 : 결국 처음 발견될 때,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이름부터 붙여서 vCJD가 된 것이네요
양기화 : 그렇죠. sCJD는 일단 기본적인 병리검사에서 신경세포가 없어져야하고, 뇌에 구멍이 나야하고, 별세포가 늘어나야 하는 3가지 진단기준을 충족해야 해요. 그런데 갑자기 10대 CJD 환자가 생겨서 죽었는데 부검해보니 이 3가지를 충족해요. 근데 여기는 꽃무늬 플라크가 나타난 거예요. 근데 이게 쿠루병에는 나타나지만 sCJD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아요. 그 이후 발생한 사례들이 계속 꽃무늬 플라크가 나오더라는 거죠. 이것만 빼놓으면 CJD 같다는 생각에 새로운 변종 CJD, 그러니까 vCJD가 된 거죠. 나중에 꽃무니 플라크가 vCJD의 진단 기준이 되죠. 원인이 BSE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경위는… 나중에 접종실험을 해보니 그 패턴이 BSE와 vCJD 가 일치하더라는 거죠. CJD와 vCJD 두 질환은 임상 양상도 좀 차이가 있어요. vCJD는 정신과적인 문제가 먼저 나타나고 뒤에 치매나 증상이 따라오는데… 전체적인 질병경과는 vCJD가 길어요. 3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도 있어요. sCJD는 1년 안에 90%가 죽고 2년 안에 다 죽어요.
정지민 : 네, 그 정도는 PD수첩도 알았을 텐데, 빈슨 모친의 인터뷰에서, 의사가 앞으로 딸이 한 3개월 살 것이라고 들었다고 했거든요. MRI 결과를 vCJD로 통보받은 것으로 PD수첩은 자막내용을 왜곡했는데, MRI상 vCJD가 특이점이 있다고 들었거든요. 현재 실제 사인이 베르니케 뇌병증으로 드러난 이상, MRI를 찍고 나서 vCJD를 병원에서 의심했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있을까요?
양기화 : 원래 프리온 질환은 사망하기 이전에 확진이란 건 없지만, vCJD는 사망하기 이전에 MRI를 찍어보면 시상이라는 부분이 두드러져 보이는 견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게 되어있어요. 사망 전에 아주 강한 임상진단을 붙일 수 있어요.
정지민 : 실제 사인이 드러난 마당에, 당시 빈슨의 상태가 그런 특징적인 소견들이 있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겠군요.
양기화 : 시상베개 사인이 거의 대부분 환자에서 나와요. vCJD 환자말이죠. 따라서 임상적으로 치매증상 등이 나타나는데 시상베개 사인이 나타나면 vCJD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거죠. MRI로 베르니케를 말할 수는 없고요.
정지민 : 그럼 뭔가 설명이 더 되네요. 병원에서도 MRI 찍고 베르니케를 거론하지 않은 게 그래서겠죠. 다만 위장우회시술을 받았던 환자고 3개월 만에 사망했으니 정황적으로 눈치는 챘겠지만요. 현재 의료사고로 유족이 소송 중이라고 알고 있어요.
양기화 : 의료사고로 간다면 반드시 부검을 했을 텐데요. 부검을 하지 않으면 병원에서 자신이 과실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기 어려워요. 과거에는 피해자가 입증해야했는데 최근은 의료진이 입증을 해야 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주에서 개입해서 부검으로 몰고 갔을 가능성도 있어요. 부검을 해서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서둘렀을 수 있어요.
정지민 : 맞습니다. 주 보건당국에서 일찍이 나섰거든요. 주치의의 한 마디 때문에 인간광우병, 또는 인간광우병 같은 병이라는 말이 와전되어서 오보도 있고 했지만, 부검 자체는 의료사고를 염두에 둬서 빨리 진행한 것 같아요. PD수첩에서는 공문 내용을 보고도, 부검 자체가 인간광우병 가능성 때문에 한 것이라고 우겼었죠. 근데 병원에서 왜 MRI 찍고 나서 CJD를 거론했을까요?
양기화 : CJD 경우 환자의 진단을 붙이는 두 가지 임상적인 진단기준이 있는데, 뇌파를 찍어보면 주기적으로 튀는 파형이 나타나거든요. 그러면 sCJD를 의심을 하죠. 그게 아마 57%정도 될 거에요. 그런 소견하고, 뇌척수액 검사 가지고 1-4-3 단백이 나오면… 물론 그것도 다른 컨디션에서도 나올 수 있어요. 아레사 빈슨은 CJD라는 임상진단자체도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닐 수 있겠네요. 빈슨이 23살인가 그랬죠? CJD 최초 사례가 그 나이였죠. 그런데 평균이 57세인가 그래요. 아마 그래서 가능성이 적다고 할 수는 있겠죠. 물론 vCJD는 더더욱… MRI상으로 vCJD는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알았을 거예요. 반면 CJD는 뇌파를 찍어서 뇌파에서 특별한 소견이 있어서 의심했을 가능성은 있어요. 뇌사에 빠지면 숨 쉬고 심장 뛰게 하는 뇌 줄기는 살아있지만 대뇌피질 기능이 중단하는 거니까 뇌파자체가 미약하고 그런 가능성 그래서 뇌파소견에 근거해서 CJD, 즉 sCJD의 가능성을 언급할 수는 있겠죠.
정지민 : 뇌 척수액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황급히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게 한 것 보 면, 병원에서 말은 CJD라 했지만 이미 실제 사인을 눈치 챘었지 싶어요.
양기화 : 아,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 왜 CJD 가능성을 언급했는지는 미스테리에요… MRI로 강하게 의심할 수 있다고 하는 게 맞을 거예요. 알 수 있다고 하면 안 되고요. 원래 CJD라는 진단이 잘 설명이 되지 않는 뇌병증이에요. 제가 전공이 신경병리학인데 미네소타 대에 있었는데, CJD가 가끔 와요. 2년 동안 3건 정도 부검해 봤는데 진짜 CJD는 못 봤어요. 1921년에 처음 보고됐지만 그 이후에도 진단기준이 확립되지 않았어요. 50여 개나 진단이 난립했었고, 최근에야 부검을 통해 변형 프리온이 입증이 되면 확진하죠.
정지민 : 음 그렇다면 CJD로 의심진단을 내릴 근거는 없지 않았네요. 반면 vCJD는 특징적인 소견이 있다고 하시니 배제하기 쉬웠을 것이고. 결국 CJD 설명하면서 사족처럼 붙인 한 마디, 만일 vCJD라면 엄청나게 희귀한 경우이다, 이 말 한 것이 PD수첩에 의해 악용이 되었네요. 빈슨 측에서도 위장우회시술 받은 후 적절한 조치를 받지 않고 증상들을 계속 방치한터라… 의료소송 가능성을 생각하고 부검을 일치감치 했겠지요.
양기화 : 부검은 vCJD 든 sCJD 든 뇌를 검사하는데, 병변이 안 나타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변형 프리온이 모여서 뇌에 구멍이 리거나 해야 하는데 정상적인 형태를 보이면 그런 조직에서 변형 프리온 발견확률이 떨어지죠. 그래서 빗장부위를 검사 하는 거에요. 미주신경을 통해서 프리온이 뇌에 처음 들어오는 관문이에요. 그건 부교감신경이고 교감신경은 척수를 통해서 들어와요. 이 두 경로를 통해 뇌로 들어오죠. 통상적으로는 미주신경으로 올라오는 것이 단거리이기 때문에 빗장을 잘라서 거기를 제일 먼저 보죠.
정지민 : 네, 빈슨의 부검에서도 그 부분을 봤던 것 같아요. 감베티 박사가 인터뷰에서 인간광우병이 아니라고 금방 알 수 있었다고 했으니까요. 작년 7월만 해도, 전규찬 씨였던가? 부검 결과를 그냥 믿어야 하느냐, 감베티는 미국의 무슨 기관의 장일뿐이다, 이런 글을 프레시안인가에 기고하기도 했죠.
양기화 : 그 기관은 미국의 프리온질환 병리센터에서 미국정부가 전미 신경병리학회의 협력을 받아 만들었어요. 저도 정회원인데 뇌를 연구하는 사람이 모여있죠. 그런데 감베티는 그 학회 정회원일 뿐 아니라 FFI(치명성가족성불면증)를 최초로 기술한 병리의사에요. 프리온질환의 대단한 권위자고 그러니까 센터장이죠. 아마 학회동향을 잘 몰라서 그런 얘기 했을 거예요.
정지민 :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겠죠. 빈슨이 인간광우병이 아니라는 사실에 아쉬워서 그런 것이라… 마지막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실질적 위험성에 대해- 물론 제로에 가깝다고 하셨는데- 일상에 적합한 방식으로 이야기해주세요.
유수민 : 물론 어떤 과학적 사실이 있을 때 반대 의견이 존재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서만 있다는 ‘선풍기 사망사고’ 같은 것입니다. 선풍기를 켜 놓고 자는 것이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타이머를 맞춘다든가 방문을 열어놓는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위험에 대한 노출을 감소시키려 합니다. 이 때 만약 기획보도로 선풍기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가 나간다면 선풍기가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소수 전문가 그룹의 주장을 내보내면서 반대로 그 이상의 비중으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소개가 되어야 균형이 맞춰져 시청자들이 나름대로 ‘아, 이건 위험하겠다’, ‘안 하겠다’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과학적 사실들 중에 상당수는 확률적인 판단을 요합니다. 100%가 별로 없다는 거죠. 그럴 확률이 적다 혹은 극히 희박하다 이 정도가 최선의 결론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일부 그룹이 나름대로 근거를 만들어와 주장한다면 그것 역시 그럴듯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양기화 : 미국은 2003년 광우병이 발생한 다음에 처음 유해성 평가를 했어요. 하버드대에서 했죠. 미국 내 여러 가지 요인 과거부터 육골분 사육, 소 사육 현황 등 2003년 미국에서 소와 관련된 모든 인자를 넣어서 유해성평가모델을 만들었고 그 모델에서 미국인 한 사람당 리스크를 계산했는데, 문제없는 걸로 나왔죠. 그런데 그 하버드 논문을 반박하는 논문이 있다고 하면서 하버드 유해성평가가 잘못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비판하는 논문은 항상 있는 거거든요. 그게 있다는 것만을 가지고 그 유해성평가모델이 완벽하지 않을 거 라는 건데… 그건 아니죠. 99.9라는 걸 이야기하면 0.01의 위험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과학기술한림원 토론에서 미국산 쇠고기 위험할 수 있다는 가정은 인정하겠다. 하지만 얼마나 위험한지는 단정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겠고, 다만 영국 내에서 BSE 발생추이나 거기서 vCJD로 가는 발병률 등 전체적인 요인들을 고려했을 때 미국산쇠고기의 위험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무시할 수 있다고 말했죠. 그런데 이 사람들 방식대로 하면… .그 어떤 공포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더 무섭다는 거예요. 그거를 이 사람들이 나서서 국민들에게 믿으라고 강요한 거예요.
정지민 : 원래 위험의 근거가 없으면 그걸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근거는 모르지만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걱정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컵이 반 찼다는 사람과 반 비었다는 사람, 침대 밑에 귀신 있을까봐 무서워하는 아이랑 안 보고도 없다 믿고 자는 아이의 차이처럼… 지금 돌아보면, 저야 늦게 알았지만, 광우병 파동이 그렇게까지 확산된 것에 대해 참 황당하실 것 같네요.
양기화 : 애당초 대통령이 사과할 일이 아니라 정면 돌파를 했었어야 해요. 전문가들 동원해서 광우병의 위험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했어요. 초기에 과학기술한림원 토론회에서도 광우병의 위험이 과장되었다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다음 날 기사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조선이나 동아도 애매하게 기사를 썼어요. 전 그게 이해가 안 돼요. 협상도 이미 그 전부터 양해가 다 되어 있던 내용이었는데, 협상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 미처 몰랐던 거죠.
유수민 : 이런 입장에서 한번 바라봤으면 합니다. 광우병 사태 이전이나 이후나 언론이 광우병에 대해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은 어차피 정해져 있습니다. 즉, 그 이외의 그룹들은 광우병 자체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떤 성향을 가진 언론사든 광우병에 대한 전문적인 기사를 쓰려면 한림대 김용선 교수팀이나 서울대 우희종 교수팀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거죠. 결과는 ‘신중론’이었을 것입니다. ‘위험하니 조심해야 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결론 이외의 것을 말하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제가 자료를 통해 확인한 바도 역시 광우병이란 매우 위험하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질병인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현재 적절히 통제되고 있으먀 불안에 떨어야 할 만큼 현실상의 위협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간과한 채 위험성만 강조하는 주장들에 대해 적절한 반론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죠.
정지민 : 또 PD수첩을 위해서… 사실 FTA를 위해 쇠고기 협상을 전격 타결했지만, 미국이 실제로는 FTA 비준에 있어 쇠고기 협상 중시 안 한다… 뭐 이런 주장도 했었죠. 김보슬 PD가 의원 두 명 붙잡고 물어봤다면서… 사실 누가 그 상황에서 쇠고기 협상 안하면 FTA 비준 힘들다고 얘기하겠어요.
양기화 : 원래 프리온 질환은 사망하기 이전에 확진이란 건 없지만, vCJD는 사망하기 이전에 MRI를 찍어보면 시상이라는 부분이 두드러져 보이는 견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게 되어있어요. 사망 전에 아주 강한 임상진단을 붙일 수 있어요.
정지민 : 실제 사인이 드러난 마당에, 당시 빈슨의 상태가 그런 특징적인 소견들이 있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겠군요.
양기화 : 시상베개 사인이 거의 대부분 환자에서 나와요. vCJD 환자말이죠. 따라서 임상적으로 치매증상 등이 나타나는데 시상베개 사인이 나타나면 vCJD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거죠. MRI로 베르니케를 말할 수는 없고요.
정지민 : 그럼 뭔가 설명이 더 되네요. 병원에서도 MRI 찍고 베르니케를 거론하지 않은 게 그래서겠죠. 다만 위장우회시술을 받았던 환자고 3개월 만에 사망했으니 정황적으로 눈치는 챘겠지만요. 현재 의료사고로 유족이 소송 중이라고 알고 있어요.
양기화 : 의료사고로 간다면 반드시 부검을 했을 텐데요. 부검을 하지 않으면 병원에서 자신이 과실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기 어려워요. 과거에는 피해자가 입증해야했는데 최근은 의료진이 입증을 해야 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요. 주에서 개입해서 부검으로 몰고 갔을 가능성도 있어요. 부검을 해서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서둘렀을 수 있어요.
정지민 : 맞습니다. 주 보건당국에서 일찍이 나섰거든요. 주치의의 한 마디 때문에 인간광우병, 또는 인간광우병 같은 병이라는 말이 와전되어서 오보도 있고 했지만, 부검 자체는 의료사고를 염두에 둬서 빨리 진행한 것 같아요. PD수첩에서는 공문 내용을 보고도, 부검 자체가 인간광우병 가능성 때문에 한 것이라고 우겼었죠. 근데 병원에서 왜 MRI 찍고 나서 CJD를 거론했을까요?
양기화 : CJD 경우 환자의 진단을 붙이는 두 가지 임상적인 진단기준이 있는데, 뇌파를 찍어보면 주기적으로 튀는 파형이 나타나거든요. 그러면 sCJD를 의심을 하죠. 그게 아마 57%정도 될 거에요. 그런 소견하고, 뇌척수액 검사 가지고 1-4-3 단백이 나오면… 물론 그것도 다른 컨디션에서도 나올 수 있어요. 아레사 빈슨은 CJD라는 임상진단자체도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닐 수 있겠네요. 빈슨이 23살인가 그랬죠? CJD 최초 사례가 그 나이였죠. 그런데 평균이 57세인가 그래요. 아마 그래서 가능성이 적다고 할 수는 있겠죠. 물론 vCJD는 더더욱… MRI상으로 vCJD는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알았을 거예요. 반면 CJD는 뇌파를 찍어서 뇌파에서 특별한 소견이 있어서 의심했을 가능성은 있어요. 뇌사에 빠지면 숨 쉬고 심장 뛰게 하는 뇌 줄기는 살아있지만 대뇌피질 기능이 중단하는 거니까 뇌파자체가 미약하고 그런 가능성 그래서 뇌파소견에 근거해서 CJD, 즉 sCJD의 가능성을 언급할 수는 있겠죠.
정지민 : 뇌 척수액 검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황급히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게 한 것 보 면, 병원에서 말은 CJD라 했지만 이미 실제 사인을 눈치 챘었지 싶어요.
양기화 : 아,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 왜 CJD 가능성을 언급했는지는 미스테리에요… MRI로 강하게 의심할 수 있다고 하는 게 맞을 거예요. 알 수 있다고 하면 안 되고요. 원래 CJD라는 진단이 잘 설명이 되지 않는 뇌병증이에요. 제가 전공이 신경병리학인데 미네소타 대에 있었는데, CJD가 가끔 와요. 2년 동안 3건 정도 부검해 봤는데 진짜 CJD는 못 봤어요. 1921년에 처음 보고됐지만 그 이후에도 진단기준이 확립되지 않았어요. 50여 개나 진단이 난립했었고, 최근에야 부검을 통해 변형 프리온이 입증이 되면 확진하죠.
정지민 : 음 그렇다면 CJD로 의심진단을 내릴 근거는 없지 않았네요. 반면 vCJD는 특징적인 소견이 있다고 하시니 배제하기 쉬웠을 것이고. 결국 CJD 설명하면서 사족처럼 붙인 한 마디, 만일 vCJD라면 엄청나게 희귀한 경우이다, 이 말 한 것이 PD수첩에 의해 악용이 되었네요. 빈슨 측에서도 위장우회시술 받은 후 적절한 조치를 받지 않고 증상들을 계속 방치한터라… 의료소송 가능성을 생각하고 부검을 일치감치 했겠지요.
양기화 : 부검은 vCJD 든 sCJD 든 뇌를 검사하는데, 병변이 안 나타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변형 프리온이 모여서 뇌에 구멍이 리거나 해야 하는데 정상적인 형태를 보이면 그런 조직에서 변형 프리온 발견확률이 떨어지죠. 그래서 빗장부위를 검사 하는 거에요. 미주신경을 통해서 프리온이 뇌에 처음 들어오는 관문이에요. 그건 부교감신경이고 교감신경은 척수를 통해서 들어와요. 이 두 경로를 통해 뇌로 들어오죠. 통상적으로는 미주신경으로 올라오는 것이 단거리이기 때문에 빗장을 잘라서 거기를 제일 먼저 보죠.
정지민 : 네, 빈슨의 부검에서도 그 부분을 봤던 것 같아요. 감베티 박사가 인터뷰에서 인간광우병이 아니라고 금방 알 수 있었다고 했으니까요. 작년 7월만 해도, 전규찬 씨였던가? 부검 결과를 그냥 믿어야 하느냐, 감베티는 미국의 무슨 기관의 장일뿐이다, 이런 글을 프레시안인가에 기고하기도 했죠.
양기화 : 그 기관은 미국의 프리온질환 병리센터에서 미국정부가 전미 신경병리학회의 협력을 받아 만들었어요. 저도 정회원인데 뇌를 연구하는 사람이 모여있죠. 그런데 감베티는 그 학회 정회원일 뿐 아니라 FFI(치명성가족성불면증)를 최초로 기술한 병리의사에요. 프리온질환의 대단한 권위자고 그러니까 센터장이죠. 아마 학회동향을 잘 몰라서 그런 얘기 했을 거예요.
정지민 : 사실 알고 싶지도 않았겠죠. 빈슨이 인간광우병이 아니라는 사실에 아쉬워서 그런 것이라… 마지막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실질적 위험성에 대해- 물론 제로에 가깝다고 하셨는데- 일상에 적합한 방식으로 이야기해주세요.
유수민 : 물론 어떤 과학적 사실이 있을 때 반대 의견이 존재하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서만 있다는 ‘선풍기 사망사고’ 같은 것입니다. 선풍기를 켜 놓고 자는 것이 죽음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가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타이머를 맞춘다든가 방문을 열어놓는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위험에 대한 노출을 감소시키려 합니다. 이 때 만약 기획보도로 선풍기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가 나간다면 선풍기가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소수 전문가 그룹의 주장을 내보내면서 반대로 그 이상의 비중으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소개가 되어야 균형이 맞춰져 시청자들이 나름대로 ‘아, 이건 위험하겠다’, ‘안 하겠다’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됩니다. 과학적 사실들 중에 상당수는 확률적인 판단을 요합니다. 100%가 별로 없다는 거죠. 그럴 확률이 적다 혹은 극히 희박하다 이 정도가 최선의 결론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일부 그룹이 나름대로 근거를 만들어와 주장한다면 그것 역시 그럴듯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양기화 : 미국은 2003년 광우병이 발생한 다음에 처음 유해성 평가를 했어요. 하버드대에서 했죠. 미국 내 여러 가지 요인 과거부터 육골분 사육, 소 사육 현황 등 2003년 미국에서 소와 관련된 모든 인자를 넣어서 유해성평가모델을 만들었고 그 모델에서 미국인 한 사람당 리스크를 계산했는데, 문제없는 걸로 나왔죠. 그런데 그 하버드 논문을 반박하는 논문이 있다고 하면서 하버드 유해성평가가 잘못된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비판하는 논문은 항상 있는 거거든요. 그게 있다는 것만을 가지고 그 유해성평가모델이 완벽하지 않을 거 라는 건데… 그건 아니죠. 99.9라는 걸 이야기하면 0.01의 위험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과학기술한림원 토론에서 미국산 쇠고기 위험할 수 있다는 가정은 인정하겠다. 하지만 얼마나 위험한지는 단정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하겠고, 다만 영국 내에서 BSE 발생추이나 거기서 vCJD로 가는 발병률 등 전체적인 요인들을 고려했을 때 미국산쇠고기의 위험은 거의 제로에 가까워 무시할 수 있다고 말했죠. 그런데 이 사람들 방식대로 하면… .그 어떤 공포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게 더 무섭다는 거예요. 그거를 이 사람들이 나서서 국민들에게 믿으라고 강요한 거예요.
정지민 : 원래 위험의 근거가 없으면 그걸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근거는 모르지만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걱정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컵이 반 찼다는 사람과 반 비었다는 사람, 침대 밑에 귀신 있을까봐 무서워하는 아이랑 안 보고도 없다 믿고 자는 아이의 차이처럼… 지금 돌아보면, 저야 늦게 알았지만, 광우병 파동이 그렇게까지 확산된 것에 대해 참 황당하실 것 같네요.
양기화 : 애당초 대통령이 사과할 일이 아니라 정면 돌파를 했었어야 해요. 전문가들 동원해서 광우병의 위험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했어요. 초기에 과학기술한림원 토론회에서도 광우병의 위험이 과장되었다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다음 날 기사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조선이나 동아도 애매하게 기사를 썼어요. 전 그게 이해가 안 돼요. 협상도 이미 그 전부터 양해가 다 되어 있던 내용이었는데, 협상결과에 대해 국민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 미처 몰랐던 거죠.
유수민 : 이런 입장에서 한번 바라봤으면 합니다. 광우병 사태 이전이나 이후나 언론이 광우병에 대해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은 어차피 정해져 있습니다. 즉, 그 이외의 그룹들은 광우병 자체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떤 성향을 가진 언론사든 광우병에 대한 전문적인 기사를 쓰려면 한림대 김용선 교수팀이나 서울대 우희종 교수팀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거죠. 결과는 ‘신중론’이었을 것입니다. ‘위험하니 조심해야 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결론 이외의 것을 말하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제가 자료를 통해 확인한 바도 역시 광우병이란 매우 위험하며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질병인 것은 확실합니다. 다만 현재 적절히 통제되고 있으먀 불안에 떨어야 할 만큼 현실상의 위협을 주고 있지 않습니다. 이 사실을 간과한 채 위험성만 강조하는 주장들에 대해 적절한 반론이 제공되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죠.
정지민 : 또 PD수첩을 위해서… 사실 FTA를 위해 쇠고기 협상을 전격 타결했지만, 미국이 실제로는 FTA 비준에 있어 쇠고기 협상 중시 안 한다… 뭐 이런 주장도 했었죠. 김보슬 PD가 의원 두 명 붙잡고 물어봤다면서… 사실 누가 그 상황에서 쇠고기 협상 안하면 FTA 비준 힘들다고 얘기하겠어요.
양기화 : 그렇죠. 지금도 공식적으로는 쇠고기협상이 FTA의 레버리지라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죠. 하지만 미국이 노 비프(beef), 노 FTA인 것은 확실해요. 쇠고기와 관련된 산업이 중요한 비프벨트인 위스콘신-아이다호-몬테나 여기는 한 발짝도 안 움직여요. 협상에서 우리가 3단계 안을 냈었는데, 1차는 30개월 미만 뼈 없는 쇠고기, 2차 뼈있는 30개월 미만 걸로 하다가… 3차로 미국정부가 사료강화조치를 내리면 전면개방을 한다. 그런데 이 내용을 미국이 반대하는 바람에 2차로 바로 간 건데 미국이 바로 사료강화조치를 내리면서 최종까지 가야 되는 분위기가 됐죠.
정지민 : 사료강화조치를 내리지도 않았다는 허위보도도 봤습니다.
양기화 : 우리나라의 경우 실질적으로 육골분 사료 금지조치 내린 것은 90년대에요. 근데 미국은 바로 영국 내에서 BSE가 확산되자마자 90년대 초반 육골분 수입금지 했고, 소에 육골분 못주게 했고 그런 사료금지조창을 굉장히 일찍 해요. 작년에 했던 강화조치는 교차오염방지를 위한 것, 폐사한 동물을 사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분리하는 조치들이죠. 사료강화조치라는 것도 미국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무지무지한 어려움이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BSE 의심소로 폐기한 소 한마리 치우는 거하고 SRM을 분리해서 처리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거죠.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거죠.
정지민 : PD수첩과 황우석 박사 사태를 가까이 지켜보신 두 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조금 살펴보니 PD수첩에서 실질적으로 해결한 것은 없는 것 같던데요.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정 반대이지 않습니까.
양기화 : 처음에 PD수첩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해결은 BRIC 에서 했죠. 어쨌든 그때 PD수첩이 동기부여하고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번 광우병 편은 의도를 가지고 끌고 간 결과물이예요.
유수민 : 그만큼 대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신중하고 편향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죠. 미디어의 속성 상, 말 한마디 장면 하나가 대중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과학적인 문제가 관련된 경우 균형된 시각은 매우 중요합니다. 통계 자료 하나하나를 확인해볼 정도의 치밀함이 필요합니다. 이번 광우병 사건을 계기로 한 단계 발전하는 방송 제작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수언론이다 진보언론이다 해서 서로 상대방이 잘못 보도했다고 비난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누구를 비난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는 지난 세월 동안 정치 논리로 사실이나 과학적 진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주장이 바뀌고 목소리도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과학은 과학의 이야기를 해서 재료를 공급하고 그 재료를 요리하는 쪽이 언론과 정치입니다. 그러니까 잘못된 재료를 공급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요리하는 사람은 잘된 재료를 가지고 망쳐서도 안 되는 것이죠. 이번 광우병 사태의 경우는 과학 전문가 그룹이라는 사람들이 잘된 재료를 공급하지도 못했고 정치는 요리를 망쳤습니다. 그래서 손님들이 화가 나고 탈이 난 겁니다. 정부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전후한 현명한 대처, 언론의 냉정한 보도, 과학계의 성숙한 대응 모두가 아쉬웠던 한 판이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모두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지민 :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정지민 : 사료강화조치를 내리지도 않았다는 허위보도도 봤습니다.
양기화 : 우리나라의 경우 실질적으로 육골분 사료 금지조치 내린 것은 90년대에요. 근데 미국은 바로 영국 내에서 BSE가 확산되자마자 90년대 초반 육골분 수입금지 했고, 소에 육골분 못주게 했고 그런 사료금지조창을 굉장히 일찍 해요. 작년에 했던 강화조치는 교차오염방지를 위한 것, 폐사한 동물을 사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분리하는 조치들이죠. 사료강화조치라는 것도 미국 축산농가 입장에서는 무지무지한 어려움이 있는 거예요. 예를 들어 BSE 의심소로 폐기한 소 한마리 치우는 거하고 SRM을 분리해서 처리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다는 거죠.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거죠.
정지민 : PD수첩과 황우석 박사 사태를 가까이 지켜보신 두 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조금 살펴보니 PD수첩에서 실질적으로 해결한 것은 없는 것 같던데요.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정 반대이지 않습니까.
양기화 : 처음에 PD수첩에서 문제제기를 하고 해결은 BRIC 에서 했죠. 어쨌든 그때 PD수첩이 동기부여하고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번 광우병 편은 의도를 가지고 끌고 간 결과물이예요.
유수민 : 그만큼 대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신중하고 편향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죠. 미디어의 속성 상, 말 한마디 장면 하나가 대중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과학적인 문제가 관련된 경우 균형된 시각은 매우 중요합니다. 통계 자료 하나하나를 확인해볼 정도의 치밀함이 필요합니다. 이번 광우병 사건을 계기로 한 단계 발전하는 방송 제작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보수언론이다 진보언론이다 해서 서로 상대방이 잘못 보도했다고 비난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누구를 비난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는 지난 세월 동안 정치 논리로 사실이나 과학적 진실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주장이 바뀌고 목소리도 바뀌었다는 사실입니다. 과학은 과학의 이야기를 해서 재료를 공급하고 그 재료를 요리하는 쪽이 언론과 정치입니다. 그러니까 잘못된 재료를 공급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요리하는 사람은 잘된 재료를 가지고 망쳐서도 안 되는 것이죠. 이번 광우병 사태의 경우는 과학 전문가 그룹이라는 사람들이 잘된 재료를 공급하지도 못했고 정치는 요리를 망쳤습니다. 그래서 손님들이 화가 나고 탈이 난 겁니다. 정부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전후한 현명한 대처, 언론의 냉정한 보도, 과학계의 성숙한 대응 모두가 아쉬웠던 한 판이었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모두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지민 :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스코틀랜드의 광우병발생 관련 오류를 수정합니다.
/ 양기화 (병리학 박사, '눈초의 광우병 이야기', 'PD수첩 광우병편 방송은 무죄다?'의 저자)
정지민씨의 저서 '주 : 나는 사실을 존중한다'에서 정지민, 유수민 등과 같이 한 인터뷰 과정에서 영국에서 광우병파동이 시작될 당시 스코틀랜드에서는 광우병이 없었다는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정지민씨의 저서 '주 : 나는 사실을 존중한다'에서 정지민, 유수민 등과 같이 한 인터뷰 과정에서 영국에서 광우병파동이 시작될 당시 스코틀랜드에서는 광우병이 없었다는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 그래서 영국 내 육골분 제조 사이클에서 위험한 구조가 형성된 거죠. 그리고 영국은 대형 육골분제조업체가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스코틀랜드에서는 광우병이 없었어요. 육골분을 전통적인 방법을 써서 제조했다고 해요.(363쪽)”이 발언은 PD수첩사건 1심 공판에서 인용되었을 때, 저의 오류가 있었음을 시인한 바 있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를 별도공개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반성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자료를 확인한 다음에 활자화해야 한다는 저술의 기본원칙을 지키지 못한 것은 분명 저의 경박함 때문입니다.
인터뷰 당시 저 역시 광우병과 인간광우병의 발생과 관련된 책 '눈초의 광우병이야기'를 집필하고 있는 중이었고, 마침 광우병 발병과 관련이 있는 육골분제조 공정과 관련한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광우병발생과 관련한 역학조사를 담당하던 와일스미스박사는 영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위처리체계’가 미국에서 개발되어 고용량의 육골분을 빠르게 추출하는 ‘연속추출체계’가 도입된 직후에 광우병이 발생되었다는 점에 착안하고 있었고, 그와 관련된 자료에서 스코틀랜드에서는 단위처리체계를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하였기 때문에 광우병발생이 없었다는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은 광우병발병과 육골분제조방식보다는 육골분의 제조원료에 광우병에 걸린 소의 병원성프리온이 포함되었던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스코틀랜드에서 광우 뉼弩 발생현황자료를 확인하였야 함에도 제대로 챙겨 읽지 못한 것은 분명 저의 잘 못입니다.
스코틀랜드 주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즈지방을 중심으로 광우병소가 발견되고 있던 1986년 1987년 간에 스코틀랜드 지역 곳곳에서 12마리의 광우병소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즉, 스코틀랜드 역시 Alderney, Isle of Man, Jersy, North Ireland 등 1987년까지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과는 달리 Guernsey와 함께 광우병발생이 급증하는 추세에 있 던 Great Britain에 포함되어 있는 지역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정지민씨의 저서 내용 가운데 “즉 다우너가 잘되는 젓소가, 리스크가 있는 육골분을 많이 먹은건데… 그래서 영국 내 육골분 제조 사이클에서 위험한 구조가 형성된거죠. 그리고 영국은 대형 육골분제조업체가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스코틀랜드에서는 광우병이 없었어요. 육골분을 전통적인 방법을 써서 제조했다고 해요.(363쪽)” 부분은 삭제하도록 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특히 활자를 통하여 사실을 왜곡하여 전달함으로써 독자들께서 왜곡된 내용을 사실로 오인할 수 있도록 오도한 점에 대하여 대단히 죄송하단 말씀을 드리며, 이 기회를 통하여 바로잡고자 합니다. 또한 잘못을 인지하였으면 즉시 바로 잡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미루면서 늑장을 부린 점에 대해서도 사죄를 드립니다. 브릭스를 통해서 저의 오류를 지적하고 바로 잡아 주신 개똥별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만 스웨덴의 광우병 발병사례와 혼동한 것은 아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스웨덴 사례는 육골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비정형 광우병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11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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