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머리 빠지는 것만도 서러운데...
부제목 : 과학자와 기업의 낚시질에 이용당하는 언론
- 강석하, 김현우 kang@scientificcritics.com
- 등록 2012.12.08 13:34:49
감시, 비판, 정보전달 모두 언론이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주제들과 달리 과학 분야에서는 언론이 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과학적 연구결과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기초부터 해당 주제에 대한 깊은 지식과 연구의 실무까지 꿰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굴욕
그러다보니 언론이 홍보수단으로 전락해버리는 굴욕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여러가지 사례들이 눈에 띄었지만 어제(6일) 소개된 인삼과 탈모에 대한 기사를 보자.
6일 오전 네이버에는 <홍삼 6개월 먹었더니… 새 머리카락이 났다!>라는 제목의 문화일보 기사가 노출되어 '가장 많이 본 뉴스' 목록에 올라 7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남겼다. 그 외에도 여러 매체들에서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런 효능이! 홍삼 먹으면 머리카락이 ‘쑥쑥’ (동아일보)
탈모남, 24주간 '홍삼분말 1g' 세번 먹었더니 (조선일보)
"홍삼, 탈모증 예방·개선에 효과있다" (연합뉴스)
남녀 탈모환자 131명을 대상으로 '이중맹검(double blind test)' 방식의 임상시험을 진행한 실험 내용을 수치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하며 "홍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탈모 예방과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렇게 숫자들이 등장하면 신뢰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기사 말미에는 "국제 SCI급 학술지인 JGR(Journal of ginseng research) 최근호에 게재됐다"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연구결과처럼 소개하고 있다.
언론의 굴욕
그러다보니 언론이 홍보수단으로 전락해버리는 굴욕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여러가지 사례들이 눈에 띄었지만 어제(6일) 소개된 인삼과 탈모에 대한 기사를 보자.
6일 오전 네이버에는 <홍삼 6개월 먹었더니… 새 머리카락이 났다!>라는 제목의 문화일보 기사가 노출되어 '가장 많이 본 뉴스' 목록에 올라 7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댓글을 남겼다. 그 외에도 여러 매체들에서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런 효능이! 홍삼 먹으면 머리카락이 ‘쑥쑥’ (동아일보)
탈모남, 24주간 '홍삼분말 1g' 세번 먹었더니 (조선일보)
"홍삼, 탈모증 예방·개선에 효과있다" (연합뉴스)
남녀 탈모환자 131명을 대상으로 '이중맹검(double blind test)' 방식의 임상시험을 진행한 실험 내용을 수치를 들어 상세하게 설명하며 "홍삼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탈모 예방과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렇게 숫자들이 등장하면 신뢰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기사 말미에는 "국제 SCI급 학술지인 JGR(Journal of ginseng research) 최근호에 게재됐다"며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연구결과처럼 소개하고 있다.
믿을만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결과인가?
기자가 연구에 대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과학적인 연구방법과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어느 학술지에 실렸는지를 통해 연구의 수준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다.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라면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논문 심사(peer review)를 의뢰해서 통과한 논문만이 게재되기 때문이다.
과학과 의학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최소한의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의 기준으로 주로 SCI(science citation index) 또는 SCIE(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라는 리스트에 들어있는지를 따진다. 국내에서도 대개 연구실적으로 인정하는 기준으로 SCI 혹은 SCIE에 등재된 학술지여야 한다는 조건을 단다.
Journal of ginseng research(인삼연구저널)은 어떤 학술지일까? 먼저 권위있는 국제적 학술지인지 확인해보자.
이상하게도 기사내용과는 달리 SCI(Science Citation Index)에는 검색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SCIE(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에 검색해보니 여기에는 있다. 문화일보 기사에서는 SCI라는 표현을 썼지만 다른 언론사의 기사들에서는 단지 '국제학술지'라고만 표현하고 있어 문화일보 기자가 범한 실수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최소한의 권위를 인정받는 학술지 여부는 통과했다.
최소한을 통과했으면 다음 단계로 journal impact factor(IF)라는 점수를 확인해보자. 이 점수는 학술지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지수로 가장 널리 사용된다. 아쉽게도 journal of ginseng research는 올해 발표된 2011년의 journal impact factor에 빠져있다. SCIE로 등재된 해가 2010년이라 아직 평가를 할만한 데이터가 누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신뢰할만하고 중요한 연구라면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발표하는게 일반적이다. 탈모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연구라면 특히 그렇다. 여러 기사에 보도된 결론이 사실이라면 저명한 학술지에 실렸어야만 한다. 하루에도 수백만명이 들락거리는 국내최대의 포털에 소개되어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삼공사에서 판매하는 정관장 홍삼을 구입하느라 비싼 돈을 썼을텐데 이상한 일이다.
언론의 홍보내용 대로라면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Nature(IF:36.28), Science(IF:31.201),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IF:53.298) 같은 저널에 실릴만 한데 IF 값조차 없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학술지에 발표를 했다.
꼭 그래야만 한다는 법칙은 없지만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뛰는 사람이 자신은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에 뒤지지 않은 실력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꼴보다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정말로 그런 실력이 있다면 박지성이나 기성용처럼 수십억 연봉을 받지 뭐하러 동네 운동장에서 실력을 썩히겠는가.
그런데 또 이상한 점이 있다. journal of ginseng research가 SCIE에 든 것을 보면 국제학술지가 맞긴 한데, 최근호를 보면 모든 논문에 한국인의 이름이 보인다. 드물게 외국인 이름이 끼어있는데 소속기관을 확인해보면 국내에 유학온 아시아계 유학생인 듯하다. 국제학술지라고는 하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보도된 논문은 국제학술지라는 최소한의 기준을 간신히 통과하기는 했으나 권위나 영향력이 미미한 학술지에 발표되었으니 논문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논문의 내용과 보도내용이 다르다
이제 논문의 내용으로 들어가보자.
기사에서는 131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는데 논문에는 이상하게도 50명에게 실험을 했다고 되어있다. 나머지 81명은 논문에 넣기가 쑥스러워서 포함시키지 않은걸까?
가장 황당한 부분은 논문의 제목부터 '원형탈모증(alopecia areata)'에 한정된 연구임을 언급하고 있는데 기사들을 보면 이를 언급하지 않고 '탈모'로 말하거나 '남성형, 여성형, 원형' 모두 효과가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원형탈모증은 갑자기 부분적으로 머리가 빠지는 질환으로, 보통 탈모라고 하면 생각하는 머리숱이 줄어들거나 이마가 벗겨지는 탈모와는 다른 질환이다.
또한 논문에서는 치료제+홍삼 또는 치료제 두 그룹만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중맹검(double blind test)'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설명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중맹검'도 아니다. 기사에서는 홍삼만으로 탈모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논문에서는 이런 실험 자체가 없었다.
그렇다면 혹시 곧 출판될 논문이 하나 더 있는 건 아닐까? 고려인삼학회에 문의한 결과 "현재는 10월호가 가장 최근호"이며 "발행을 앞둔 내년 1월호에는 손상욱 교수의 논문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은 작은 규모의 제한적인 연구에 불과한데 논문에 포함되지 않은 실험결과를 논문에 발표한 것처럼 위장해 보도했다.
연구방법에 중대한 결함이 발견 된다
사이언티픽 크리틱스 편집진의 검토 결과 논문에 중대한 결함들이 여러 부분에서 발견되는데 가장 결정적인 부분만 파헤쳐보자.
약물치료와 홍삼을 병행한 그룹과 약물치료만 한 그룹 두 가지로 나누었다. 그런데 두 그룹간에 나이와 성별분포, 치료전의 상태 등에 적지않은 차이가 보인다.
홍삼 그룹은 평균 연령 35.7세에 남 13, 여 12 명을 포함했지만 약물치료만 한 그룹은 38.5세에 남 15, 여 10 으로 구성됐다.
논문에서는 총 세 가지를 평가해 결론을 싣고 있다. 머리카락이 얼마나 빽빽한지 (밀도)와 얼마나 굵은지를 측정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로는 피부과 의사 세 명이 사진을 보고 치료 효과가 얼마나 좋은지 주관적으로 평가해 1~4점의 점수를 매겼다.
객관적으로 측정한 두 가지 평가는 모두 홍삼을 먹은 그룹과 아닌 그룹에 차이가 없었다.
문화일보 기사는 "스테로이드 주사만 맞은 환자는 모발밀도가 40.21개/㎠에서 91.17개/㎠로 증가한 반면 홍삼을 병행한 환자는 44.27개/㎠에서 101.39개/㎠로 더 증가했다."라고 썼지만 논문에서는 이 수치가 의미 없다고 밝히고 있다.
유일하게 차이가 있는 부분은 피부과 의사들의 주관적인 평가부분으로 통계적인 유의값의 최소 기준인 p=0.05에 간신히 턱걸이 하는 수준인 p=0.047로 유의미한 값으로 나왔다. 이 숫자의 의미는 두 그룹간의 차이가 우연히 생겨났을 확률은 4.7%라는 뜻이다.
그러나 하나 남은 이것조차 믿기 어렵다.
왜 앞서서 밀도와 두께를 객관적으로 측정해 평가했는데도 의사들이 자신의 의견대로 평가하는 방법을 추가했을까? 홍삼이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억지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는 목적 외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머리카락이 더 많이 나지도 않았고 더 굵어지지도 않았는데 전문가의 치료효과 평가 점수는 높았다는 해괴한 결론이다.
치료효과를 네 단계로 평가하는 방법이 학계에서 인정받는 평가법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평가기준을 가지고 구글에 검색해본 결과 이 논문과 2009년 한림의대 피부과 연구팀의 논문 단 두편만이 검색된다.
한림대 논문에서는 단지 네 가지를 나누기만 했을 뿐 숫자로 만들어 평균을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증상에 ' 전혀 차도가 없음', '거의 호전되지 않음', '약간 호전됨', '뚜렷이 호전됨' 네 가지로 평가하는데 여기에 숫자를 매기면 계산이 이상해진다.
차도가 없을 때와 거의 없을때는 1점 차이다. 약간 호전됐을 때와 뚜렷이 호전되었을 때의 차이도 1점이다. 이 두가지를 똑같은 1이라고 하는 것이 객관적일까? 전혀 차도가 없을 때와 뚜렷이 호전되었을 때의 차이는 3점인데 이것이 앞선 경우들보다 3배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을까? 네 단계에 대해 1,2,4,8로 점수를 매기지 않고 1,2,3,4로 점수를 매겨야 할 과학적 근거가 없다.
이런 제멋대로의 방식으로는 의미가 있다는 결론을 끌어내기 위해 점수산정을 저자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
오늘 새벽 손상욱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 '1. 논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보도된 내용에 대해 Journal of Ginseng Research에 출판이 확정된 논문이 있는지, 2. 네 단계를 나누는 평가방법이 학계에서 인정받고 보편적으로 쓰이는 방법인지'를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국인삼공사는 외국자본이 60%가 넘는 사기업이다
취재과정에서 한국인삼공사가 공기업이 아니라는 사실도 발견했다. '정관장' 브랜드가 비싸더라도 한국인삼'공사' 라는 표현 때문에 믿고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인삼공사는 진짜 '공사'가 아니며 외국인 자본률이 60%를 넘는 사기업이라고 한다. ("한국인삼공사는 공기업이 아닙니다")
한국인삼공사의 연구비로 진행한 연구다
논문에 말미에는 다음과 같이 연구비 지원처를 기술하고 있다. Korea Ginseng Corporation(한국인삼공사)가 연구비를 지원했다고 한다.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2010 grant from the Korean Society of Ginseng funded by the Korea Ginseng Corporation.한국인삼공사에서 앞으로도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정관장 판매에 도움이 되는 연구와 홍보 활동을 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이제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진다. 홍보에 열을 올린 이유, 과장된 보도를 한 이유, 논문에서 효과가 있다는 결론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애를 쓴 이유, 인정받는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싣지 못한 이유들이 이해가 된다.
이런 한심한 작태가 벌어진 이유가 기자들이 단순하게 과학자의 양심을 믿고 보도자료를 베껴썼기 때문인지, 한국인삼공사가 광고를 주겠다며 언론사를 유혹해서인지는 모르겠다.
쉽게 기사를 쓰려고 한 기자 탓이든, 돈의 유혹에 넘어간 언론사 탓이든 결과는 똑같다. 비판과 감시라는 제 기능은 커녕, 대중들의 지갑을 털어내려는 낚시질에 동원되는 일이 반복되는 언론사들은 독자들의 신뢰를 잃고 가치가 추락하고 말 것이다.
탈모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처지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는 과학자, 언론사, 기업 모두 비난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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