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한국인은 광우병에 잘 걸리는 체질이다?
부제목 : 눈초의 ‘새로운 광우병 이야기’ (16)
- 양기화 의학박사 yang412@hanmail.net
- 등록 2012.03.17 19:43:18
1990년대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이 광우병으로 극심한 몸살을 앓는 동안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관심조차 쏟지 않았다. 그러다 2000년 들어 광우병이 발생하고 있는 유럽국가로부터 육골분 사료가 수입됐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광우병 공포가 우리사회를 뒤덮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제1차 광우병 파동이다. 당시 정부는“유럽국가로부터 사료용 육골분이 공식 수입된 기록은 없다” “우리나라는 광우병 청정국”이라고 적극 해명했고, 농림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등이 한우 쇠고기 시식행사를 하는 등 불끄기에 나서면서 사태가 수습된 바 있다.
제1차 광우병 파동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기본적으로 남의 나라 일은 우리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육골분의 수입’처럼 남의 나라 일이 곧 우리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연결고리가 생기면 얘기는 달라진다.‘PD수첩-광우병’ 편에서 그 연결고리가 바로“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가 된다”는 메시지였다고 할 수 있다.
제1차 광우병 파동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기본적으로 남의 나라 일은 우리에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육골분의 수입’처럼 남의 나라 일이 곧 우리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연결고리가 생기면 얘기는 달라진다.‘PD수첩-광우병’ 편에서 그 연결고리가 바로“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가 된다”는 메시지였다고 할 수 있다.
“사회자: 네. 어, 손정은 아나운서. 어, 우리, 그, 한국 사람들이 말이죠. 영국인이나 미국인 같은 서양인들보다 광우병에 더 취약하다 이런 연구 결과가 있었다고요?앞서 보여준‘광우병에 걸린 소’(송일준PD가 주저앉는 증상을 보이지만 도축된 소의 동영상을 언급한 것)가 도축된 것처럼 미국 도축장은 광우병관리체계가 허술하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인간광우병이 발병한 것 아닌가 의심된다. 이제 미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하게 되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미국사람들보다 2배나 높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큰일이라고 쐐기를 박은 셈이다. 이젠 남의 나라 일이 아니라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것이다.
손정은: 네, 바로 한국인의 유전자 문젠데요. 먼저 화면 보시면서 설명하겠습니다. 한국인 500여 명의 유전자 분석을 실시한 결과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몹시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프리온 유전자 가운데 129번째 나타나는 유전자형은 총 세 가지. 이 중 지금까지 인간 광우병이 발병한 사람 모두가 메티오닌 MM형이었습니다. 즉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약 94%가량 된다는 것입니다.
네, 그렇다면 미국인은 어떨까요. MM형을 가진 사람이 미국인의 약 50%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시다시피 한국인이 영국인의 약 3배, 미국인의 약 2배 정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한국인의 유전자특성에 관한 실험 자료를 바탕으로 광우병에 걸릴 위험성을 손정은 아나운서가 지나치게 과장했다는 점이다. 일단‘PD수첩’측에서는‘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가량 된다’는 것이 잘못된 표현이라고 인정했다. 그리고는 3개월 가까이 지난 2008년 7월15일‘PD수첩’방송을 통해“특정유전자형만으로 인간광우병이 발생할 확률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MM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이 94%라고 해서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이 94%라는 것은 부정확한 표현입니다”라고 방송, 이를 정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정확한 표현이 아니라 지나친 표현이었다고 해야 옳다. 뿐만 아니라‘PD수첩-광우병’편의 방송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던 국민들의 감정이 끓어올라 촛불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상황에서, 문제가 된“부정확한 표현”을 적극적으로 바로잡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미룬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프로그램이 사회에 미친 영향이 오래 지속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을 강조하기 위해 효능촉진제로 활용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의심했던 사람들은 혹시 없었을까 싶다.
물론 해당방송에서‘PD수첩’측이 인정한‘한국인의 인간광우병 발병 확률이 94%’라는 부분만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한국인이 서양인들보다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손정은 아나운서 답변의 핵심은 ①한국인이 유전적으로 광우병에 몹시 취약하다 ②프리온 유전자의 129번째 나타나는 유전자형은 총 3가지 ③지금까지 발병한 인간광우병 환자는 모두 MM형 ④한국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이 발병할 확률은 약 94% ⑤한국인이 영국인의 약 3배, 미국인의 약 2배 정도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등으로 요약된다.
이 다섯 가지 가운데‘프리온 유전자의 129번째 나타나는 유전자형은 총 3가지’라는 내용만이 사실일 뿐 나머지는 사실과 거리가 먼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한림대학교 일송생명과학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했다고 말했다. 영상에서 보여준 자료는 연구소의 김용선 교수 팀이 프리온 질환에 대한 감수성에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는 유전자의 표현형이 우리나라 사람에서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실험을 통해 얻은 자료를 이미 알려진 외국자료와 비교한 것이다. 이해하기 어려운 유전자 얘기를 쉽게 풀어보자.
유전자를 구성하고 있는 염기분석이 가능해지면서 특정질환과 관련된 염기특성을 발견하려는 실험들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프리온 질환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사람의 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상 프리온단백의 생산을 정하는 유전자의 129번째(코돈)에 메치오닌(M)과 발린(V)이라는 아미노산을 지시하는 염기가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현상을 유전자의 다형성이라고 하는데, 염색체를 쌍으로 가지고 있는 생물은 경쟁하는 염기의 숫자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구성될 수 있다. 프리온 유전자의 코돈 129번의 구성 예를 들면 MM형, MV형, VV형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손정은 아나운서가 보여주는‘광우병과 인간 유전자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된 표 자체가 자료를 정확하게 정리하고 있지 못하다. 거두절미하고 광우병 발생자 159명의 프리온 유전자형(코돈 129번의 구성형)이 100% MM형이라는 자료를 먼저 보여줬다. 그 다음에 보여주는 영국인, 한국인 그리고 미국인의 프리온 유전자형 구성 비율은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영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변종 CJD(인간광우병)환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종별 발병 가능성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심지어 변종CJD 환자가 영국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교과서에는 변종CJD에 위험요소로 ①프리온 유전자 코돈 129가 MM형 ②영국에 거주한 사람 ③나이 55세 이하인 경우 등으로 정리한 교과서도 있다.
다음 회부터는 프리온 유전자 코돈 129번의 표현형의 새로운 의미를 중심으로 한국인의 변종CJD 가능성을 보다 자세하게 검토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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