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과학적 사실과 맞지않은 PD수첩측의 선동
부제목 : 새로운‘눈초의 광우병 이야기’(5)
- 양기화 의학박사 yang412@hanmail.net
- 등록 2012.01.14 22:56:25
재판과정에서‘PD수첩’측은 휴메인소사이어티의 동영상을 인용한 것과 관련하여, 동영상 속 주저앉는 소가 광우병에 걸린 소라거나 광우병에 걸렸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도축장에서 광우병 검사규정을 위반하여 주저앉는 소를 불법 도축한 실태를 전달하고 미국에서 광우병 위험이 효과적으로 통제되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휴메인소사이어티의 고발이 주저앉는 소에 대한 동물학대 행위를 고발한 것임에도, 주저앉는 소에 대한 광우병검사규정을 위반한 불법도축 실태를 고발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송일준PD는 한발 더 나가서 동영상에 나오는 소가‘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단정하였고, 이를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된다는 아레사 빈슨 씨의 죽음과 연결한 것이다.
그리고 휴메인소사이어티의 고발이 주저앉는 소에 대한 동물학대 행위를 고발한 것임에도, 주저앉는 소에 대한 광우병검사규정을 위반한 불법도축 실태를 고발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송일준PD는 한발 더 나가서 동영상에 나오는 소가‘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단정하였고, 이를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된다는 아레사 빈슨 씨의 죽음과 연결한 것이다.
““사회자: 네. 김보슬 피디, 아까 그, 으, 광우병 걸린 소, 어, 도축되기 전 그런 모습도 충격적이고, 또, 어, 아레사 씬가요? 어, 죽음도 아주 충격적인데. 에, 광우병이 그렇게 무서운 병이라면서요?
김보슬: 음, 그렇습니다. 예방도 치료도 할 수 없는 병이구요. 0.1그램의 위험 물질만으로도, 어, 감염이 되기 때문입니다. 끓여 먹거나 익혀 먹어도 감염 물질이 사라지지도 않고, 감염되면 100퍼센트 사망하는 병입니다. 무엇보다 21세기 신종 전염병이라 아직 정확하게 모든 것이 연구되거나 알려지지 않아서 더욱 무서운 병입니다.”
‘PD수첩’방송이 우리사회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 서울경제신문의 이상훈 기자는‘기자, 편집된 진실을 말하다’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광우병과 관련된 보도를 하면서 소가 비틀거리며 넘어지는 영상을 보여주며 광우병에 걸린 소로 설명하자, 민심은 난리가 났다.‘저런 소를 어떻게 먹느냐’라고.(물론 동영상 속의 소는 후일 미국의 시민단체가 동물 학대를 고발하기 위해 찍은 영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광우병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때 사람들이 촛불을 켜고 광장으로 모였던 것은, 바로‘미국 쇠고기는 안전하지 않다’는 무의식 수준에 가까운 판단이‘광우병에 걸린 소’인냥 잘못 소개된 동영상으로 인해 강화됐기 때문이다.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이전의 판단과도 일치하는 영상이라면 판단의 재료로서는 더 없이 좋다.”
휴리스틱스적 사고 전형에 기반한 광우병 괴담 확산
즉 휴리스틱스(heuristics)적 사고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다양한 증거를 바탕으로 논리적 사고를 통하여 결론에 이르는 알고리즘적 사고와는 달리, 휴리스틱스적 사고는 자신의 경험, 직관 혹은 유추해석을 통하여 문제해결과정을 단순화하는 접근방식이다.
유럽에서 육골분이 수입되었다고 해서 국내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문제가 제기되었던 2000년 제1차 광우병 파동을 통하여 우리 국민들은 광우병의 심각성에 대한 개념이 이미 형성되어있었다. 따라서‘PD수첩-광우병 편’에서 보여준 주저앉는 소와 인간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된다는 환자의 영상은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하였을 것이다.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획득하기 위하여 백신을 주사할 때 일정 시간의 간격을 두고 몇 차례 나누어 맞음으로써 면역력이 증폭되는 효과와 비슷하다.
송일준PD의 질문에“(광우병은) 예방도 치료도 할 수 없다”는 김보슬PD의 답변을 들은 시청자는 절망적인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치료방법이 없는 것은 옳지만 예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김보슬PD의 답은 반만 맞은 것이다.
육골분의 원료로 섞여 들어간 광우병소의 사체가 광우병의 대규모 확산의 원인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영국정부가 반추동물유래 육골분을 사료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료금지조처 등 광우병 확산을 차단하는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가파르게 상승하던 광우병 소 발생 숫자가 1992년 3만6680마리를 정점으로 매년 절반수준으로 빠르게 감소하였다.
2010년 7월 EU는 유럽에서 광우병의 박멸이 임박했음을 선언하였다. 존 달리 유럽 보건 및 소비자 정책국장은“유럽연합은 광우병(BSE)와의 전쟁에서 위대한 진전을 이루었고, 마침내 연방 내에서 질병이 박멸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동물질병사무국(OIE)에 따르면 2011년에는 최근까지 영국 등 6개국에서 10마리의 광우병소가 발견되어 지난해의 45두와 비교해도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학적 사실과 모조리 어긋난 ‘PD수첩’측 주장
0.1그램의 위험물질만으로도 감염이 된다는 김보슬PD의 말도 듣기에 따라서는 쇠고기 0.1그램만으로도 사람에 인간광우병이 전달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웰스 박사의 실험에 따르면 광우병 원인물질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 광우병소의 뇌조직 0.1그램을 건강한 소가 먹었을 때 광우병에 감염될 확률이 50%라는 것이다⑴. 또한 소의 광우병이 영장류에 전달되는 데는 종간의 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라스메저스 박사의 영장류 실험에서 윤곽이 드러난 바 있다. 박사는 필리핀원숭이 두 마리에 광우병소의 뇌를 5그램씩 먹였더니 두 마리 중 한 마리만 광우병증상을 나타냈다는 것이다⑵.
쇠고기에 해당하는 소의 근육에는 광우병의 원인물질인 변형프리온이 검출이 어려울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라 도축과정에서 뇌조직에 오염되지 않는 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PD수첩-광우병’편이 방영된 직후 인터넷상에서는 후추로 양념한 치킨을 먹었는데 광우병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어린 학생들의 걱정이 담긴 글들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박상표 국장이“후추 한 알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0.001g이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작은 양으로도 광우병을 옮길 수 있다.⑶”는 주장과 맞물려 괴담으로 환생한 것으로 보인다. 후추씨는 당연히 광우병과 관련이 없다.
끓이거나 익혀먹어도 감염물질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은“600도의 높은 열을 가하거나 시체를 담그는 포르말린에 넣어도 죽지 않으며, 방사선이나 자외선에도 끄떡없다”는 박상표 국장의 주장에 따른 것으로 보이나, 프루시너 박사 팀의 연구결과 변형프리온의 감염력은 조리하는 수준의 끓이는 것만으로도 5000에서 10만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한다⑷.
‘감염되면 100% 사망하는 병’이라는 김보슬PD의 주장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광우병 관련 질환의 원인이 되는 변형프리온이 체내에 들어오더라도 아주 오랜 잠복기를 지나야 증상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사람의 형질에 따라서는 잠복기가 더욱 길어져 죽기 전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김보슬PD는 광우병과 관련된 과학적 사실들을 깊이 파악하지 않고 방송에 임한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참고문헌
(1) Wells GAS et al.(2007)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the effect of oral exposure dose on attack rate and incubation period in cattle. J General Virol 88:1363-73
(2) Lasmezas CI et al.(2005) Risk of oral infection with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agent in primates. Lancet:365:781-3
(3) 박상표‘[기고] 인간광우병에 취약한 한국인’경향신문 2007년 7월22일자 기사
(4) Müller H et al.(2007) Influence of Water, Fat, and Glycerol on the Mechanism of Thermal Prion Inactivation. J Biol Chem: 282:3585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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