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하루에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할까?
부제목 : 물에 관한 속설과 진실
- 강석하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이사 webmaster@i-sbm.org
- 등록 2014.10.17 15:52:30
물을 많이 마시면 몸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을까? 인터넷이나 떠도는 풍문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과 이나 MBN의 <황금알> 같은 전문적인 프로그램에서도 의사나 한의사, 교수 또는 건강 전문가들이 나와서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대개 하루에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 외에 2L 이상의 물을 마시라고 권하는데 최근에는 3L를 마시라고도 한다. 거의 물고문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게다가 어떤 전문가들은 주스나 탄산음료, 커피, 술은 해당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과연 억지로 물을 많이 마시라는 주장의 과학적 근거는 무엇일까?
물은 신체 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노폐물과 영양분을 운반하는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신체에서 수분이 부족해지면 여러 가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며 탈수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사실이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거론된다.
대개 하루에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 외에 2L 이상의 물을 마시라고 권하는데 최근에는 3L를 마시라고도 한다. 거의 물고문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게다가 어떤 전문가들은 주스나 탄산음료, 커피, 술은 해당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과연 억지로 물을 많이 마시라는 주장의 과학적 근거는 무엇일까?
물은 신체 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노폐물과 영양분을 운반하는 등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신체에서 수분이 부족해지면 여러 가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며 탈수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이 사실이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거론된다.
일화적 근거에 기반한 주장들
"누가 물을 많이 마셨더니 어떻게 좋아졌다더라"하는 과학적으로는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화성 이야기들을 제외하면 놀랍게도 물을 많이 마시라는 주장의 ‘과학적’ 근거는 이것이 전부다.
사람은 굶으면 기운이 빠지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굶었을 때 밥을 먹으면 힘이 난다. 하지만 배가 부른데도 밥을 더 많이 먹는다고 해서 힘이 더욱 솟구치는 것은 아니다.
비타민은 우리 몸에서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는 필수적인 물질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만 한다. 그러나 비타민을 더 많이 섭취할수록 신체기능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비타민 과잉 복용으로 건강에 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다는 보고가 줄을 잇고 있다.
마찬가지로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시는 것도 실험적인 증거가 없다면 엄청난 양의 밥이나 비타민을 먹는 것만큼이나 쓸모없는 짓이다.
인간은 필요 이상으로 단 음식, 기름진 음식, 짠 맛을 좋아해 당분, 지방, 나트륨 과잉 섭취로 건강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인간은 대개 필요한 물질을 필요 이상으로 원하는 것이 보통인데 왜 유독 물에 대해서는 평소에 마시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일까?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라는 주장은 서양에서 수십 년 전에 등장했다. 특히 '8 X 8‘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에 8온스의 물을 8잔 이상 (약 2L) 마시라는 주장이 상식처럼 널리 퍼져있다.
이 상식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가리기 위해 ‘진짜’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나섰다. 2002년에는 미국 생리학회에서, 2008년에는 미국 신장병학회에서 물을 많이 마셔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고, 2011년 권위 있는 의학 저널 BMJ에서도 물을 많이 마시라는 주장은 과학이 아니라 생수 회사의 상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물을 많이 마시면 해독이 된다느니, 물을 많이 마시면 피부가 좋아져 10년은 젊어 보인다느니 하는 주장들도 모두 엉터리다.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우리 몸은 탈수 상태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물은 몸이 원할 경우에만 마시면 충분
작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체중의 3%까지 탈수가 일어나고 갈증을 심하게 느끼더라도 신체 기능에는 영향이 없음을 증명했다. 사이클 선수들에게 33℃의 더운 기온에서 두 시간동안 강도 높은 운동을 시켜 체중의 3%까지 탈수를 유발시켰다. 주사를 통해 한 그룹은 탈수된 수분을 100% 보충하고, 다른 한 그룹은 33%, 또 다른 그룹은 전혀 보충하지 않았다. 물을 직접 마시게 하지 않고 주사를 이용해 심리적인 효과를 배제시킨 것이다. 결과는 수분을 보충한 선수들이나 전혀 보충하지 않은 선수들 간에 생리적 상태에 대한 자각이나 측정치 및 운동 능력에 차이가 없었다. 신체의 항상성 유지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잘 작동하며, 탈수를 걱정해 억지로 물을 마실 필요가 없음을 시사한다.
물을 마시면 피부에 수분이 보충돼 피부가 좋아진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2010년 미국과 이스라엘의 피부과 전문가들이 과학적 근거들을 조사해 이런 주장은 미신에 불과하다고 Clinics in Dermatology에 발표했다.
방송에 나와서 의사, 한의사, 건강전문가, 과학전문가랍시고 떠들어대는데 실상은 그들도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읊어댄 것이었다! 이 주제를 가지고 철저하게 파헤친 외국의 '진짜' 전문가들은 모두 그것이 틀렸다고 결론내렸다.
물을 많이 마시면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점이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배에 물이 차서 칼로리가 높은 다른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고,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리느라 운동이 되고,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 아침형 인간이 될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효과가 필요하지 않다면 몸이 물을 원할 때만 마셔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참고문헌
McCartney, M. (2011). Waterlogged? BMJ, 343, 10–12.
Negoianu, D., & Goldfarb, S. (2008). Just add water.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 19, 1041-1043
Wall, B. A, Watson, G., Peiffer, J. J., Abbiss, C. R., Siegel, R., & Laursen, P. B. (2013). Current hydration guidelines are erroneous: dehydration does not impair exercise performance in the heat.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doi:10.1136/bjsports-2013-092417
Wolf, R., Wolf, D., Rudikoff, D., & Parish, L. C. (2010). Nutrition and water: Drinking eight glasses of water a day ensures proper skin hydration-myth or reality? Clinics in Dermatology, 28, 380–383.
Valtin, H. (2002). “Drink at least eight glasses of water a day.” Really? Is there scientific evidence for “8 x 8”?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 Regulatory, Integrative and Comparative Physiology, 283, R993–R1004.
"누가 물을 많이 마셨더니 어떻게 좋아졌다더라"하는 과학적으로는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화성 이야기들을 제외하면 놀랍게도 물을 많이 마시라는 주장의 ‘과학적’ 근거는 이것이 전부다.
사람은 굶으면 기운이 빠지고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굶었을 때 밥을 먹으면 힘이 난다. 하지만 배가 부른데도 밥을 더 많이 먹는다고 해서 힘이 더욱 솟구치는 것은 아니다.
비타민은 우리 몸에서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는 필수적인 물질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만 한다. 그러나 비타민을 더 많이 섭취할수록 신체기능이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비타민 과잉 복용으로 건강에 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다는 보고가 줄을 잇고 있다.
마찬가지로 엄청난 양의 물을 마시는 것도 실험적인 증거가 없다면 엄청난 양의 밥이나 비타민을 먹는 것만큼이나 쓸모없는 짓이다.
인간은 필요 이상으로 단 음식, 기름진 음식, 짠 맛을 좋아해 당분, 지방, 나트륨 과잉 섭취로 건강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인간은 대개 필요한 물질을 필요 이상으로 원하는 것이 보통인데 왜 유독 물에 대해서는 평소에 마시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일까?
2리터 이상의 물을 마시라는 주장은 서양에서 수십 년 전에 등장했다. 특히 '8 X 8‘ 법칙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에 8온스의 물을 8잔 이상 (약 2L) 마시라는 주장이 상식처럼 널리 퍼져있다.
이 상식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가리기 위해 ‘진짜’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나섰다. 2002년에는 미국 생리학회에서, 2008년에는 미국 신장병학회에서 물을 많이 마셔야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고, 2011년 권위 있는 의학 저널 BMJ에서도 물을 많이 마시라는 주장은 과학이 아니라 생수 회사의 상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물을 많이 마시면 해독이 된다느니, 물을 많이 마시면 피부가 좋아져 10년은 젊어 보인다느니 하는 주장들도 모두 엉터리다.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우리 몸은 탈수 상태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물은 몸이 원할 경우에만 마시면 충분
작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체중의 3%까지 탈수가 일어나고 갈증을 심하게 느끼더라도 신체 기능에는 영향이 없음을 증명했다. 사이클 선수들에게 33℃의 더운 기온에서 두 시간동안 강도 높은 운동을 시켜 체중의 3%까지 탈수를 유발시켰다. 주사를 통해 한 그룹은 탈수된 수분을 100% 보충하고, 다른 한 그룹은 33%, 또 다른 그룹은 전혀 보충하지 않았다. 물을 직접 마시게 하지 않고 주사를 이용해 심리적인 효과를 배제시킨 것이다. 결과는 수분을 보충한 선수들이나 전혀 보충하지 않은 선수들 간에 생리적 상태에 대한 자각이나 측정치 및 운동 능력에 차이가 없었다. 신체의 항상성 유지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잘 작동하며, 탈수를 걱정해 억지로 물을 마실 필요가 없음을 시사한다.
물을 마시면 피부에 수분이 보충돼 피부가 좋아진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2010년 미국과 이스라엘의 피부과 전문가들이 과학적 근거들을 조사해 이런 주장은 미신에 불과하다고 Clinics in Dermatology에 발표했다.
방송에 나와서 의사, 한의사, 건강전문가, 과학전문가랍시고 떠들어대는데 실상은 그들도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를 읊어댄 것이었다! 이 주제를 가지고 철저하게 파헤친 외국의 '진짜' 전문가들은 모두 그것이 틀렸다고 결론내렸다.
물을 많이 마시면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점이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배에 물이 차서 칼로리가 높은 다른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고,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리느라 운동이 되고,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잠에서 깨 아침형 인간이 될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효과가 필요하지 않다면 몸이 물을 원할 때만 마셔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참고문헌
McCartney, M. (2011). Waterlogged? BMJ, 343, 10–12.
Negoianu, D., & Goldfarb, S. (2008). Just add water. Journal of the American Society of Nephrology, 19, 1041-1043
Wall, B. A, Watson, G., Peiffer, J. J., Abbiss, C. R., Siegel, R., & Laursen, P. B. (2013). Current hydration guidelines are erroneous: dehydration does not impair exercise performance in the heat.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doi:10.1136/bjsports-2013-092417
Wolf, R., Wolf, D., Rudikoff, D., & Parish, L. C. (2010). Nutrition and water: Drinking eight glasses of water a day ensures proper skin hydration-myth or reality? Clinics in Dermatology, 28, 380–383.
Valtin, H. (2002). “Drink at least eight glasses of water a day.” Really? Is there scientific evidence for “8 x 8”? American Journal of Physiology. Regulatory, Integrative and Comparative Physiology, 283, R993–R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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