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1일 일요일

소화기 관련 사이비의학 : 장세척, 변비치료제 등

제목 : 소화기 관련 사이비의학 : 장세척, 변비치료제 등

부제목 : 효과는 없고 해롭기만 한 소화기 관련 각종 사이비의학들



미국의 대표적인 사이비의료 비판가인 정신과 의사 스티븐 배럿의 홈페이지 쿽워치 (http://www.quackwatch.org)
▲ 미국의 대표적인 사이비의료 비판가인 정신과 의사 스티븐 배럿의 홈페이지 쿽워치 (http://www.quackwatch.org)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번 글은 미국의 저명한 사이비의료 비판 전문가인 정신과 의사 스티븐 배럿(Stephen Barrett)의 글 'Gastrointestinal Quackery: Colonics, Laxatives, and More'를 번역한 것입니다. 번역작업은 과학중심의학연구원 김주년 특보가 진행하였으며, 한국의 사정과 관계없는 미국의 사정과 관계된 내용은 생략하였습니다.


소화기 문제와 관련, 지난 수천년간 ‘규칙성(regularity)’의 중요성은 지나치게 과대평가돼 왔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대변을 '부패(decay)'와 관련 지어 생각했으며 이에 관장(enemas)과 변비치료제(laxatives)를 사용해 이를 처리했다. 최근에 들어서는 '자가중독(autointoxication)'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불규칙성(irregularity)'에 대한 기이한 경고가 심심찮게 나온다. (Intestinal autointoxication: a medical leitmotif.)

자가중독 이론에 따르면, 소화기관의 하나인 대장(large intestine)의 기능이 저하되었을 경우 여기에 '독소(toxins)'가 발생해 체내에 축적되거나 중독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몇몇 사이비의료 옹호자들은 대장을 무슨 하수도 처리시설쯤으로 묘사하며, 독소 발생이 방치될 경우 대장이 오수구덩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들은 그외에도 변비가 대변을 딱딱하게 만들어서 대장 내벽에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 쌓이게 되며 그래서 대장의 기능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로 음식이 소화되지 않은 채로 남거나 혈액 찌꺼기가 몸에 재흡수된다는게 사이비의료 옹호자들의 주장이다. (Colonic irrigation and the theory of autointoxication: a triumph of ignorance over science.)

20세기초 많은 치료사들이 이와 같은 자가중독 개념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개념에 오류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이후에는 자가중독 개념은 결국 폐기됐다. 1919년부터 1922년 사이에는 숙변과 함께 발병하는 두통, 피로, 식욕부진의 원인이 규명됐는데, 이는 독소의 생성과 중독이 아니라 단지 소화기관 중 하나인 결장(colon)이 팽창되었기 때문임이 확인됐다. (Alvarez WC. Origin of the so-called auto-intoxication symptoms. JAMA 72:8-13, 1919.) (Donaldson AN. Relation of constipation to intestinal intoxication. JAMA 78:884-888, 1922.) 더욱이 수술 과정 또는 부검을 하는 과정에서 결장을 직접 관찰한 결과, 내벽에 숙변이 쌓여있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소화기관의 하나인 대장(large intestine)
▲ 소화기관의 하나인 대장(large intestine)


건강한 사람들의 배변 양상도 천차만별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소화과정이 소장(small intestine)에서 이루어진다는 점과 여기서 영양소가 체내로 흡수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남은 음식 찌꺼기와 소화되지 않은 입자들은 약 40인치 길이 긴 튜브 모양의 대장(large intestine)으로 들어가게 된다. 대장의 주요 기능은 소장에서 넘어온 음식물 찌꺼기에서 미네랄과 수분을 흡수하고 나머지는 또 다른 소화기관인 직장(rectum)으로 보내 배출시키는 것이다.

헌데, 과학적으로 엄격히 살펴본 결과, 건강한 사람들의 배변양상은 다들 아주 상이했다. 어떤 사람들은 며칠에 한 번, 혹은 더 오랜 기간 동안 한 번만 배변을 하지만 그게 특별히 나쁜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루에 한 번 배변을 하지만, 하루에 수차례 배변을 하고도 아무 문제없는 사람들도 있다.

1986년에 출간된 유명한 다이어트 서적 '다이어트 불변의 법칙(Fit for Life)'에서는 특정한 음식을 함께 섭취했을 때 그 음식이 부패해서 우리 몸을 중독되게 만들고 살찌게 한다는 개념을 내세웠다. 저자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음식을 각각 따로 섭취할 것을 권장했으며 특히 과일과 채소를 강조했다.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음식은 신체 내부에 쌓여 있는 독소를 씻어내고 우리 몸의 소화기관을 막히지 않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터무니없는 주장임이 밝혀졌다. (Fit For Life: Some Notes on the Book and Its Roots)

일부 카이로프랙틱, 자연요법 및 특정한 종류의 다이어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죽음은 결장 (colon)에서 시작한다”며 “전체 질병의 90%는 창자(iintestine)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추천하는 치료법에는 단식, 주기적 장세척, 관장 등이 있다.

'단식(Fasting)'은 소화기관에 ‘활력(rejuvenate)’을 주고 ‘독소(toxins)’를 제거하며 몸을 ‘정화(purify)’시키는 기능이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장세척(colonic irrigation)’를 할 때는 다양한 ‘자연적’ 변비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으며, '관장(enema)'은 고무관을 항문에 삽입하여 시행할 수 있다. 어떤 사이비의료 옹호자들은 관장시에 고무관을 30인치(약 76cm)나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뜻한 물을 20갤런(약 76L) 이상을 한 번에 1파인트(약 0.6L)씩 몇 차례에 걸쳐 고무관으로 주입하여 대장을 깨끗하게 청소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관장을 할 때는 1쿼트(약 1L)를 주입한다. 허브, 커피, 효소, 밀가루, 약초 추출물 등으로 관장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사이비의료, 대체의료 종사자들은 ‘기생충’을 치료하기 위해 장세척, 식물성 효소, 동종요법 치료 등 잘못된 치료법을 추천한다. 건강식품점들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이 제품들이 우리 몸에 ‘기력’을 되찾아주고 우리 몸에 침투한 독성 물질들을 제거해준다고 주장한다.

이런 잘못된 치료법을 얼마나 이용했는지, 또한 필수적인 적절한 의학치료법을 대신해 이런 잘못된 치료법을 이용했는지 여부에 따라 당신의 위험도가 달라질 수 있다. 하루 정도의 금식은 크게 해가 없지만(효과도 없다), 장기간의 금식은 치명적일 수 있다. 허브나 식이섬유가 함유된 제품을 사용해서 ‘세척’을 하는 경우에는 신체적으로 해롭지는 않아도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내벽에 쌓인 배설물이 많이 배출됐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그것이 단순히 ‘세척’제에 포함된 섬유가 형성한 "찌거기(casts)'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장세척 문제와 관계된 에드짜르트 에른스트 박사의 고찰 논문.
▲ 장세척 문제와 관계된 에드짜르트 에른스트 박사의 고찰 논문.


효과도 없고 해롭기까지 한 장세척(colonic irrigation)

변비치료제(laxative) 판매업자들은 배변의 ‘불규칙성’에 대해 경고를 하지만, 변비는 배변횟수뿐 아니라 대변이 딱딱한 정도도 함께 판단해야 한다. 일반적인 변비는 섭취하는 식이섬유의 양을 늘리거나 물을 충분히 마시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치료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의 창자가 정상적이라면, 식이섬유가 대변의 양을 늘리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면서 움직이는 속도를 빠르게 만든다. 만약 배변감이 느껴질 때는 바로 배변을 하는 것이 좋다. 만약 배변을 참으면 배변을 해야 할 때도 항문에서 신호를 보내지 않게 된다. 카스카라(cascara)나 파마자유(castor oil) 등 자극성 변비치료제(stimulant laxatives)는 결장 내벽의 신경세포를 상하게 하거나 수축하는 힘을 약하게 함으로서 변비에 걸리게 할 수 있다. 따라서 배변운동이 원활하지 않아서 약효가 강한 변비치료제를 복용할 때에는 오히려 약이 없으면 배변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관장을 자주 실시할 경우에도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Use of enemas is limited. FDA Consumer 18(6):33, 1984.) 변비가 지속되거나 배변주기에 큰 변화가 생긴다면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장세척(colonic irrigation)'은 해로울 수 있고 비싸기까지 하다. 삽입된 튜브로 인해 위경련과 통증이 생길 수 있고 그 과정도 매우 거북하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 기구가 제대로 세척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대장에 서식하던 세균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될 수 있다. 몇 차례에 걸쳐 심각한 수준의 감염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며, 오염된 기구의 사용으로 36명이 아메바성 질환(amebiasis)에 걸렸고 이들 중 6명은 위장천공(bowel perforation)으로 사망했다. (Amebiasis associated with colonic irrigation - Colorado. 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 30:101-102, 1981.) (Istre GR and others. An outbreak of amebiasis spread by colonic irrigation at a chiropractic clinic.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07:339-342, 1982.) (Benjamin R and others. The case against colonic irrigation. California Morbidity, Sept 27, 1985.) 혈류에 많은 양의 유체가 주입됐을 때 심부전증(heart failure)이 나타나거나 전해질불균형(electrolyte imbalanc) 사례가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었다.(Eisele JW, Reay DT. Deaths related to coffee enemas. JAMA 244:1608-1609, 1980.) 직접적인 직장천공(rectal perforation)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ctal perforation from colonic irrigation administered by alternative practitioners)

관장을 하는 데에는 어떠한 훈련이나 자격증도 필요하지 않다. 1985년 캘리포니아 법정에서는 카이로프랙틱 치료사가 외과적 의료과정으로 관장을 시행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캘리포니아 보건부의 전염병 전담부서는 “카이로프랙틱 치료사, 물리치료사, 혹은 의사는 장세척 치료를 중지해야 한다. 장세척은 효과 없이 해로울 뿐이다.”라고 밝혔다. '전미보건사기대책협의회(National Council Against Health Fraud)'도 여기에 기꺼이 동의했다.(Colonic Irrigation (National Council Against Health Fraud))

2009년, 근거중심의학적 대체의학 연구의 대가인 에드짜르트 에른스트(Edzard Ernst) 박사는 ‘장세척 전문기관’ 여섯 곳에 대한 분석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해당 기관들은 해독, 장기능 정상화, 염증성 장질환 치료, 체중감소 등의 효과가 있다고 진행했으며 월경불순, 순환기계 질환, 피부병, 기력 개선에 관련해서도 치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에른스트 박사가 메드라인(Medline)과 임베이스(Embase)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주장들을 입증하는 무작위 대조군 실험(RCT)은 단 한 건도 없었다. (Colonic Irrigation: Therapeutic Claims by Professional Organisations, a Revi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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