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서로 다른 두 가지 종류의 ‘한약(herbal medicine)’
부제목 : 이 둘의 진짜 차이를 모른다면 위험천만할 수도
- 서범석 문화비평가 webmaster@i-sbm.org
- 등록 2014.04.25 15:57:37
※ 본 콘텐츠는 '과학중심의학연구원(http://www.i-sbm.org)'이 제공하는 공익콘텐츠입니다. 이번 글은 영국의 저명한 EBM 대체의학 전문가인 에드짜르트 에른스트(Edzard Ernst)의 글 'Two types of herbal medicine: neglect the difference at your peril'을 번역한 것입니다.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서범석 특보가 번역했습니다. 서범석 과학중심의학연구원 홍보특보가 번역하였으며, 황의원 과학중심의학연구원 원장이 편집하였습니다
세상에는 적어도 두 가지 극명하게 서로 다른 종류의 한약(생약)이 있으므로, 이 둘을 확실하게 구별할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첫 번째 종류의 한약(생약)은 꽤 타당한 근거들로 뒷받침되며, 특정 질환에 대해 잘 검증된 생약 치료법을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접근 방법을 ‘합리적 생약치료법(rational phytotherapy)’이라고 부른다. 우울증에 ‘세인트존스워트(St John’s Wort)’를 쓰는 것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종류의 한약은 ‘한약사(韓藥師, 혹은 한의사)’가 환자의 병력(病歷)을 들은 후, 대개 전혀 생뚱맞은 관념에 의존한 진단을 내리고선, 몇 가지 한약재들을 섞어 환자 체질 맞춤형이랍시고 처방을 낼 때 사용하는 것이다. 즉, ‘동일한 병명(우울증이라고 치자)’으로 진단받은 환자 10명이 서로 다르게 조합된 10개의 혼합 한약재를 받게 될 수도 있는 형태의 그런 한약이다.
중국, 인도, 유럽 등의 모든 전통 의학에서는 개인 맞춤형 한약 치료법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며, 당신과 상담하는 거의 모든 ‘한약사(韓藥師, 혹은 한의사)’들이 이렇게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다
개인별 ‘맞춤형 한약’ 처방의 위험성
많은 의료 소비자들은, 원론적으로 어떤 약초 치료법의 효과에 대해서 꽤 타당한 몇몇 근거들이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그런 근거가 앞서 언급한 ‘합리적 생약치료법’의 경우에만 국한된다는 것은 모르고 있다. 자연히 환자들은 생약 또는 한약과 관련해 ‘근거 중심적 치료법(evidence-based therapy)’으로 치료받을 것이라 믿고서 ‘한약사(韓藥師, 혹은 한의사)’와 상담을 하게 된다.
믿을 것을 믿어야지 잘못된 것까지 믿어서야 되겠는가? 적어도 개인 맞춤형 한약 치료법은 ‘근거 중심적(evidence-based)’이지가 않다. 설령 한약에 쓰는 개별 약재 추출물의 효능이 합당한 근거로 뒷받침되고 있다 하더라도(사실은 오히려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지만) 그것들을 혼합하여 처방을 낸다는 것은 전혀 ‘근거 중심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바로 여기에 전래되어 내려온 한약 치료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수년 동안 ‘한약사(韓藥師, 혹은 한의사)’들은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호도하며 우리를 기만해 왔다. 영국 같은 경우, 이 터무니없는 개념에 기반해서 말도 안되는 한의약에 대한 제도화가 이뤄질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근거가 없는 대체의학이 법적 제도의 테두리 내로 진입하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치료 행위가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들이 행하는 치료 행위와 똑같은 지위를 점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이 의료소비자들을 크게 호도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달리 무엇이 그런 것인지 나로서는 모를 일이다.
(번역자 주: 필자인 에드짜르트 에른스트 박사는 ‘의료 의무 준수’ 등 일반 의료인들이 준수해야하는 규제를 전제로 하여 사이비 의료, 또는 대체의료 종사자들에게 제도적 지위를 줄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환자들은 그들을 일반 의료인들과 동일한 반열에 있는 의료 전문가로 오인하게 되리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에드짜르트 에른스트 박사는 사이비 의료, 또는 대체의료 종사자들에게 일체의 제도적 지위를 주는 것을 반대하며 이들을 '애초 의료인이 전혀 아니다'는 전제로 규제를 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임상시험으로는 개인 맞춤형 한약의 효능을 검증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편다. 이런 주장이 엉터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실로 간단하다: 개인 맞춤형 한약 치료법을 검증하는 몇몇 연구들이 발표된 적이 있다. 전통 ‘한약사(韓藥師, 혹은 한의사)’들에게는 낭패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러한 연구들에서는 개인 맞춤형 한약 치료법이 그 어떤 질환에도 효과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졌다.('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sed clinical trials of individualised herbal medicine in any indication')
효과는 커녕, 건강만 위협할 뿐
지금은 그보다 더 나아간, 나의 지식 중심 블로그에 크게 힘을 실어주는 임상시험 하나를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해당 임상시험의 연구자들(모두 개인 맞춤형 한약 치료법의 추종자들)은 엉덩이 골관절염이나 무릎 골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 102명을 두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하여 나누었다. 실험군에는 전통적으로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7~10개의 중국 약재들을 섞은 한약을 주었다. 대조군에는 효험이 없다고 알려졌지만 실험군에 준 것과 비슷한 맛이 나는 식물들을 섞은 가짜 한약을 주었다. 20주 동안 치료하였지만 실험군과 대조군간에 통증 정도, 경직도, 기능성 측정치 모두에서 아무런 차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치료차 한약을 먹는 식의 접근 방법으로는 아무 효과도 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효과가 있기는커녕, 위험하기까지 하다. ('Efficacy of individualized Chinese herbal medication in osteoarthrosis of hip and knee: a double-blind, randomized-controlled clinical study')
개인 맞춤형 한약 치료법에서는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 한약과 현대의학 약물간의 상호작용, 오염, 불순물이 들어갈 개연성 등이 단일 약재 추출물을 사용할 때보다 더욱 높다. 자연히 개인 맞춤형 한방약 복용은 득보다 실이 큰 것이다. ('Safety of herbal supplements: a guide for cardiologists') , ('Contamination and adulteration of herbal medicinal products (HMPs): an overview of systematic reviews')
이런 상황에서, 내가 권장하는 바는 실로 간단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한방약을 치료법으로 고려하고 있다면,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종류의 한약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두에 얘기했던 ‘합리적 생약치료법’은 괜찮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역시도 치료법이라든가 우리가 치료하고자 하는 질환에 달린 문제겠지만. 헌데, 개인 맞춤형 혹은 전통적 한약 치료법은 괜찮지가 않다. 이것은 뚜렷한 효험이 없을뿐더러, 위험성이 상당히 크니까 말이다.
말인즉슨,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고자 ‘한의사(혹은 한약사)’와 상담하는 것은 합리적 접근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의사(혹은 한약사)를 제도화해보겠다'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 생각이다. 사이비는 제아무리 세심하게 제도화한대도 여전히 사이비일 뿐이다.
역자 프로필 :
퇴몽사(退蒙士) 서범석
현재 모 고등학교에서 입학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회기여활동으로서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의 ‘홍보특별보좌관’도 겸임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으며, 성균관-조지타운 대학교 TESOL 과정을 수료하였다. 20년 넘게 중증 아토피로 고생하며 여러 대체 의학을 접했지만, 그 허상에 눈을 뜬 후 사이비 의‧과학 속에 자리잡고 있는 ‘몽매주의’를 퇴치하는 번역 및 집필 작업에 뛰어들었다.
저서: Q&A TOEIC Voca, 외국어영역 CSI(기본), 외국어영역 CSI(유형), 외국어영역 CSI(장문독해)
세상에는 적어도 두 가지 극명하게 서로 다른 종류의 한약(생약)이 있으므로, 이 둘을 확실하게 구별할 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첫 번째 종류의 한약(생약)은 꽤 타당한 근거들로 뒷받침되며, 특정 질환에 대해 잘 검증된 생약 치료법을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접근 방법을 ‘합리적 생약치료법(rational phytotherapy)’이라고 부른다. 우울증에 ‘세인트존스워트(St John’s Wort)’를 쓰는 것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두 번째 종류의 한약은 ‘한약사(韓藥師, 혹은 한의사)’가 환자의 병력(病歷)을 들은 후, 대개 전혀 생뚱맞은 관념에 의존한 진단을 내리고선, 몇 가지 한약재들을 섞어 환자 체질 맞춤형이랍시고 처방을 낼 때 사용하는 것이다. 즉, ‘동일한 병명(우울증이라고 치자)’으로 진단받은 환자 10명이 서로 다르게 조합된 10개의 혼합 한약재를 받게 될 수도 있는 형태의 그런 한약이다.
중국, 인도, 유럽 등의 모든 전통 의학에서는 개인 맞춤형 한약 치료법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며, 당신과 상담하는 거의 모든 ‘한약사(韓藥師, 혹은 한의사)’들이 이렇게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전통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다
개인별 ‘맞춤형 한약’ 처방의 위험성
많은 의료 소비자들은, 원론적으로 어떤 약초 치료법의 효과에 대해서 꽤 타당한 몇몇 근거들이 있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환자들은 그런 근거가 앞서 언급한 ‘합리적 생약치료법’의 경우에만 국한된다는 것은 모르고 있다. 자연히 환자들은 생약 또는 한약과 관련해 ‘근거 중심적 치료법(evidence-based therapy)’으로 치료받을 것이라 믿고서 ‘한약사(韓藥師, 혹은 한의사)’와 상담을 하게 된다.
믿을 것을 믿어야지 잘못된 것까지 믿어서야 되겠는가? 적어도 개인 맞춤형 한약 치료법은 ‘근거 중심적(evidence-based)’이지가 않다. 설령 한약에 쓰는 개별 약재 추출물의 효능이 합당한 근거로 뒷받침되고 있다 하더라도(사실은 오히려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지만) 그것들을 혼합하여 처방을 낸다는 것은 전혀 ‘근거 중심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바로 여기에 전래되어 내려온 한약 치료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수년 동안 ‘한약사(韓藥師, 혹은 한의사)’들은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호도하며 우리를 기만해 왔다. 영국 같은 경우, 이 터무니없는 개념에 기반해서 말도 안되는 한의약에 대한 제도화가 이뤄질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근거가 없는 대체의학이 법적 제도의 테두리 내로 진입하는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치료 행위가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들이 행하는 치료 행위와 똑같은 지위를 점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이 의료소비자들을 크게 호도하는 행위가 아니라면, 달리 무엇이 그런 것인지 나로서는 모를 일이다.
(번역자 주: 필자인 에드짜르트 에른스트 박사는 ‘의료 의무 준수’ 등 일반 의료인들이 준수해야하는 규제를 전제로 하여 사이비 의료, 또는 대체의료 종사자들에게 제도적 지위를 줄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환자들은 그들을 일반 의료인들과 동일한 반열에 있는 의료 전문가로 오인하게 되리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에드짜르트 에른스트 박사는 사이비 의료, 또는 대체의료 종사자들에게 일체의 제도적 지위를 주는 것을 반대하며 이들을 '애초 의료인이 전혀 아니다'는 전제로 규제를 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임상시험으로는 개인 맞춤형 한약의 효능을 검증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편다. 이런 주장이 엉터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실로 간단하다: 개인 맞춤형 한약 치료법을 검증하는 몇몇 연구들이 발표된 적이 있다. 전통 ‘한약사(韓藥師, 혹은 한의사)’들에게는 낭패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러한 연구들에서는 개인 맞춤형 한약 치료법이 그 어떤 질환에도 효과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졌다.('A systematic review of randomised clinical trials of individualised herbal medicine in any indication')
효과는 커녕, 건강만 위협할 뿐
지금은 그보다 더 나아간, 나의 지식 중심 블로그에 크게 힘을 실어주는 임상시험 하나를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해당 임상시험의 연구자들(모두 개인 맞춤형 한약 치료법의 추종자들)은 엉덩이 골관절염이나 무릎 골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 102명을 두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하여 나누었다. 실험군에는 전통적으로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7~10개의 중국 약재들을 섞은 한약을 주었다. 대조군에는 효험이 없다고 알려졌지만 실험군에 준 것과 비슷한 맛이 나는 식물들을 섞은 가짜 한약을 주었다. 20주 동안 치료하였지만 실험군과 대조군간에 통증 정도, 경직도, 기능성 측정치 모두에서 아무런 차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결과는 치료차 한약을 먹는 식의 접근 방법으로는 아무 효과도 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효과가 있기는커녕, 위험하기까지 하다. ('Efficacy of individualized Chinese herbal medication in osteoarthrosis of hip and knee: a double-blind, randomized-controlled clinical study')
개인 맞춤형 한약 치료법에서는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 한약과 현대의학 약물간의 상호작용, 오염, 불순물이 들어갈 개연성 등이 단일 약재 추출물을 사용할 때보다 더욱 높다. 자연히 개인 맞춤형 한방약 복용은 득보다 실이 큰 것이다. ('Safety of herbal supplements: a guide for cardiologists') , ('Contamination and adulteration of herbal medicinal products (HMPs): an overview of systematic reviews')
이런 상황에서, 내가 권장하는 바는 실로 간단한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한방약을 치료법으로 고려하고 있다면,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종류의 한약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두에 얘기했던 ‘합리적 생약치료법’은 괜찮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역시도 치료법이라든가 우리가 치료하고자 하는 질환에 달린 문제겠지만. 헌데, 개인 맞춤형 혹은 전통적 한약 치료법은 괜찮지가 않다. 이것은 뚜렷한 효험이 없을뿐더러, 위험성이 상당히 크니까 말이다.
말인즉슨,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고자 ‘한의사(혹은 한약사)’와 상담하는 것은 합리적 접근 방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의사(혹은 한약사)를 제도화해보겠다'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 생각이다. 사이비는 제아무리 세심하게 제도화한대도 여전히 사이비일 뿐이다.
역자 프로필 :
퇴몽사(退蒙士) 서범석
현재 모 고등학교에서 입학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사회기여활동으로서 과학중심의학연구원의 ‘홍보특별보좌관’도 겸임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으며, 성균관-조지타운 대학교 TESOL 과정을 수료하였다. 20년 넘게 중증 아토피로 고생하며 여러 대체 의학을 접했지만, 그 허상에 눈을 뜬 후 사이비 의‧과학 속에 자리잡고 있는 ‘몽매주의’를 퇴치하는 번역 및 집필 작업에 뛰어들었다.
저서: Q&A TOEIC Voca, 외국어영역 CSI(기본), 외국어영역 CSI(유형), 외국어영역 CSI(장문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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